총선이 야권 압승으로 끝났다. 민주노총과 노동운동 내부는 정권심판은 환영하지만 진보정치 미래를 떠올리면 속내가 복잡하다.민주노총은 논란 속에 의미있는 총선방침을 결정하지 못했다. 결국 비례위성정당을 통한 연합노선, 녹색정의당과 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독자노선으로 나누어 각자도생 선거투쟁을 진행했다. 그 결과는 아는 바 그대로다. 이미 민주노총 단일 선거방침이 무용지물된 지 오래된 마당에 총선 평가를 같이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내년 민주노총 30주년을 맞이하는 만큼 지난 1세대 노동자 정치세력화운동을 돌아보고 2세대 노동자 정치
건설기능인의 직업전망을 제시하고자 3년 전에 도입된 건설근로자 기능등급제에 대한 당사자의 참여가 저조하다. 문제의 핵심은 기능등급의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황에 대한 잘못된 진단으로 제도의 불씨가 꺼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사람 대접의 기본 ‘경력 입증’, 비정규직은 소외필자는 약 30여년간 건설노동자를 연구하고 있다. 초기에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건설노동자는 사람 대접을 못 받는다”는 것이었다. 지위나 임금, 그리고 사회복지 등 제도적으로 대접받으려면 ‘그 사람이 어떤 일을 얼마나 했는지’를 먼저 입증해야 한다
이 글은 7개 학술·사회단체(민변·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교수노조·학술단체협의회·산업노동학회·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비정규직 정책 질의서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했다. 총선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약속과 달리 지난 21대 총선에 이어 거대 양당 비례위성정당이 다시 등장했다. 이번에도 정책선거는 사라지고 어김없이 진흙탕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노동 의제는 찾아보기 어렵고, 여러 거대 세력이 등장해 상대 세력을 내리깎고 자기 세력을 확대하는 데 전력을 쏟아내고 있다. 고래싸움에 새우 등
“그들이 아직도 글을 쓰고 떠벌리는 동안 우리는 야전 병원과 죽어가는 동료들을 보았다. 이들이 국가에 대한 충성이 최고라고 지껄이는 동안 우리는 이미 죽음에 대한 공포가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레마르크 10대 시절 제가 자주 하던 게임이 ‘갤러그’와 ‘엑스리온’입니다. 내용은 단순해서 제가 비행기 조종사가 돼 상대를 많이 때려 부술수록 점수가 올라가는 게임입니다. 그 시절 제가 푹 빠져 읽던 책은 로, 관우가 전투를 끝내고 술 한잔 ‘캬~’ 마시는 게 정말 멋져 보였습니다. 언젠가
우리나라 조선업은 자동차산업과 함께 고용효과가 크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산업으로 국가·기업·노동자 모두에게 중요하다. 다만 우리나라 조선업은 강점과 단점과 모두 가지고 있다. 강점이 기술력이라면 단점은 다단계 하도급에 의존한 생산구조다. 이 때문에 조선업은 호황 때마다 인력수급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지난 2022년 파업을 통해 조선업 구조개선을 요구했고, 어느 때보다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모처럼 조선업의 수주가 늘어나 국가 및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
이론의 여지 없이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은 반노동자적이다. 거부권 행사를 통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의 목소리를 짓밟았고,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개악을 시도함으로써 노동자가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부정했다. 또 화물연대와 건설노조에 대해 전방위적인 공격을 가하고 회계 공시를 통해 노동조합을 공격하고 있다.경기 침체 국면에서 인건비 통제를 위한 자본의 압박과 작업 현장에 대한 통제 흐름은 거세지고 있다. 따라서 노동조합을 포함한 사회운동은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고, 자본의 통제에 맞선
우리 조합원들은 첫차를 타거나 심야버스를 타고 새벽에 출근한다. 사람이 없는 시간에 일을 해야 더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수백 평을 쓸고 닦고, 쓰레기통을 치우고, 변기 수십 개를 청소하고, 필요한 물품을 채워 넣는다. 청소노동자가 일하는 새벽에는 냉·난방 시설을 가동하지 않으니, 땀이 범벅이거나 몸을 벌벌 떨며 일을 한다. 금세 체력은 바닥이 난다. 그래서 오전 일을 하는 와중에 아침밥이나 간식을 먹는다. 휴게실이 가까우면 휴게실에서, 아니면 일하던 자리에서 간단히 요기를 한다.담당구역 청소를 모두 끝내고 오전 11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0일 ‘산재보험제도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장관은 “소음성 난청은 판례 등에 따라 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사실상 사라졌으며, 산재 인정시 연령별 청력손실 정도를 고려하지 않아 과도한 보상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위법행위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소음성 난청의 현실, 산재 판정의 과정, 산재보험의 취지와 법리를 간과한 주장이다.애초 난청의 소멸시효 논란은 옛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시행규칙 48조 관련 별표5에서 치유시기로 보고 있는 ‘직업성 난청이 유발될 수 있는 장소에서 업
지난 16일과 20일, 국회 연금개혁 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본격적인 공론화 과정 이전에 이해관계자 단체의 조직적 의견을 모으기 위해 연금개혁에 관한 공청회를 진행했다. 이에 한국노총은 양일 모두 근로자단체 대표로 참석해 공적연금개혁의 배경과 원칙을 설명하고, 그에 따른 제도개선 방안을 제안했다.한국노총이 공청회에서 밝힌 연금개혁 방안에서 가장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은 실질적인 노인빈곤율 줄이기, 인구고령화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계층별 소비 격차 해소, 내수경기 침체 예방 등을 위한 공적연금의 확대다.이를 달성하기 위해 공적
지난해 10월 언론노조·엔딩크레딧·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들이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사무실에 모였다. 토론회를 열어 방송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함께 논의해 보자고 했다.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나는 이번 토론회가 방송 비정규 노동자들이 투쟁을 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 아니, 모두가 알고 있지만 차마 드러내지 않는 것을 분명히 짚어야 한다고 생각했다.안다.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 정규직 노조의 반노동자적 행태가 오늘내일 있었던 일도 아니고
2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가 끝났다. 국제회의가 끝나면 으레 그렇듯 여기저기서 성과와 한계에 대해 분석했다. COP28 결과는 완전한 실패로 평가한다.COP28 성과로 평가할 만한 것은 세 가지다. ① ‘손실과 피해 기금’이 조성됐다 ② 재생에너지 설비를 3배 늘리기로 합의했다. ③ COP 합의문 중 최초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명기했다.성과를 자세히 풀이해보자. ‘손실과 피해 기금’ 조성은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기후위기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과 피해에 대해 선진국들이 기금을 조성해 지원하는 것이다. 전체 협약
50명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을 더 연장하자는 논의는 노동자 생명·안전에 대한 위험을 가속화하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로 실효성마저 의문시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가 ‘적용유예 연장’을 거론한 것은 노동자를 기만한 것이다.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은 50명 이상 사업장에서도 턱없이 낮은 검찰의 기소율이나 재판부의 양형은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기엔 실효성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법적 보완이 요구되는 시점에 내년 1월27일 실시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을 다시 유예하는 건 노동자를 궁지에 내모는
원주시에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북쪽으로는 뱅이둑물이 굽이돌아 들어온다. 반대편 남쪽에서는 이제는 폐역이 된 중앙선 반곡역 위쪽을 거쳐 온 뒷골 물이 흐른다. 공단 본부 서편에서 두 물줄기가 하나로 만난다. 공단 왼편에 붙어 있는 두물수변공원이란 이름도 ‘두 물줄기가 만나 하나가 된다’는 뜻이다. 이 건강보험공단 터가 소란하다. 고객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품고 있는 물줄기가, 공단 물줄기에 하나가 되기 위해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11월1일 시작된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파업과 단식이 이미 한 달을 넘어섰다.공단과 고
나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윤석열 대통령이 반드시 공포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금식기도를 시작했다. 지금도 이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지금 사람들의 시선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쏠려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절망하게 되거나, 정권 퇴진투쟁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금식기도를 하면서 가다듬은 내 생각을 적어 본다. 개인적인 글이니 감안하고 읽어 주시기 바란다.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 노조법 2·3조 개정운동은 99% 성공했다. 그런데 국회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제라도 국회를 통과한 것은 다행이다. 비정규직의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고, 손해배상 청구로 노조를 탄압하는 현실에서 노동자들은 극한의 투쟁을 해야 했고,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손배·가압류에 맞서 자신의 목숨을 걸었던 배달호 열사, 김주익·최강서 열사가 있다.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 이후 세상을 등진 노동자들이 있다. 진짜 사장이 책임지라고 요구하며 단식도 하고, 오체투지도 하고, 고공농성도 하고, 철창 안에 자신을 가뒀던 비정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드디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이 지면을 빌어 간절히 호소하고 싶다.금속노조 LG케어솔루션지회는 LG전자 제품을 대여(렌털)한 고객들의 가정을 방문해 점검서비스를 하는 케어솔루션 매니저들이 2020년 5월 설립한 노동조합이다.특수고용 노동자라는 신분 때문에 기본급과 퇴직금도 없고, 자차를 이용해서 일하지만 차량 유지비나 유류비 지원 한 푼 없는 열악한 환경을 조금이나
1995년께부터 시작된 직접활선 공법은 이른바 ‘사람 잡는 죽음의 공법’이라 불렸다. 얼마나 많은 동료 배전노동자들이 감전으로 팔다리가 절단되거나 사망했는가. 수많은 사고에도 한국전력은 모든 원인을 작업자 과실로 돌렸다. 우리는 지난 20년간 ‘이선공법 폐지하라, 직접활선 폐지하라’며 투쟁했다. 그 결과 2017년 직접활선 공법은 폐지됐다.그러나 우리 배전노동자들은 20년간 직접활선 공법으로 누적된 전자파로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사람 잡는 죽음의 공법이 우리 노동자들에게 남긴 것은 백혈병과 갑상선암·뇌척수암·비세포림프종 같은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가 지난 1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같은 날 노조 간부 11명이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서울지회장인 나도 단식 8일째다. 우리는 ‘해고 없는 소속기관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국민건강보험공단은 민간 하청업체 소속의 상담사들을 공단의 소속기관으로 전환하겠다고 2년 전 약속했다. 상담사들은 공단이 만드는 새로운 기관의 정규직 노동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2년이 지나도 1천600여명 중 전환된 상담사는 한 명도 없다. 공단은 올해 10월 노·사·전문가 협의체에서 약속과 다른 안을 냈다. 안에 따르면 2
지난달 2~14일 14일까지 7명의 보건의료노조 대표단과 함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GNU(국제간호사연대) 10주년 국제회의와 CNA(캘리포니아 간호사노조) 120주년 컨벤션을 다녀왔다. 행사 이후 샌프란시스코와 스탠포드 대학병원, Alta
지난해 이어 올해도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물가에 노동자 주름살만 깊어져 간다. 그런데 노동자가 걱정해야 할 것은 물가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임금체불은 노동자들의 삶을 더 깊이 옥죄고 있다.부산도 마찬가지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부산 관할 노동당국에 접수된 임금체불 사건만 2만1천326건, 약 853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마저도 신고 된 사건을 기준으로 집계된 수치로, 신고 되지 않은 사건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 크다. 올해 들어서는 체불 규모도 커지고 있다. 지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