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원 금속노조 LG케어솔루션지회장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드디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이 지면을 빌어 간절히 호소하고 싶다.

금속노조 LG케어솔루션지회는 LG전자 제품을 대여(렌털)한 고객들의 가정을 방문해 점검서비스를 하는 케어솔루션 매니저들이 2020년 5월 설립한 노동조합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신분 때문에 기본급과 퇴직금도 없고, 자차를 이용해서 일하지만 차량 유지비나 유류비 지원 한 푼 없는 열악한 환경을 조금이나마 개선해 보고자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하이케어솔루션㈜ 사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사측은 ‘케어솔루션 매니저는 개인사업자이므로 교섭에 응할 의무가 없다’며 교섭공고조차 하지 않았다.

2년 가까운 지루한 법적 공방 끝에 2022년 1월5일 드디어 사측과 교섭 자리에 마주 앉았지만 노동조합의 요구안은 온통 수용 불가로 되돌아 왔다. 회사에게 우리는 쉽게 사용하고 쉽게 버릴 수 있는 소모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 회사를 상대로 지난해 9월, 11년 만에 처음으로 수수료 인상과 월 1만4천원 정도의 쥐꼬리만 한 유류비 지원, 매니저의 안전 보장과 모성보호 조항들까지 이끌어 냈다.

그리고 올해 다시 임금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죽는 소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매니저 4천700명이 소처럼 일하며 벌어다 주는 그 많은 돈은 다 어디로 갔는지 의문이다. 이런 와중에도 우리의 원청인 LG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에 육박한다고 뉴스에 떡하니 나오니, 우리 매니저들이 원청에 농락당한 느낌을 받는 게 무리는 아니다.

사측은 올해 교섭에서 계정(건)당 수수료 300원 인상 외에 아무것도 해 줄 수 없고, 12월까지 수정안을 낼 수 없다는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있다. 사측 교섭위원들은 아무 결정권이 없는지라 교섭에서 묵언수행으로 일관하고 있다. 매년 이런 소모적 교섭을 반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지고 우리가 노동 3권을 과연 온전하게 보장받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우리의 임금과 근무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실질적 사용자인 LG전자와 교섭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래야 노동조합도 제 역할을 할 수 있고, 노동 3권 행사도 온전해진다.

그동안 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왜 고공에 오르고, 단식을 하고, 목숨을 담보로 한 극한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제야 이해가 된다. 현재의 노조법은 기업이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다단계 하청구조, 간접고용, 특수고용 등의 형태에 편입된 취약한 노동자들을 전혀 보호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노동조합은 지금 쟁의행위로 평일 저녁 6시 이후, 주말 점검업무를 거부하고 있다. 회사에서 우리에게 주는 시간외 추가 수수료는 평일 7시 이후, 토요일 12시 이후 2천원이 전부다. 그것도 월 15계정(건)에 한해서다.

이런 우리의 처지를 고객들에게 문자로 안내하면 대부분 “LG 제품을 점검하니 당연히 LG 정직원인 줄 알았다” “LG가 뒤에서 이렇게 노동자들을 무시하는 줄 몰랐다. 힘내라”며 응원을 보내 온다. 고객은 우리 편이다. 문제는 우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이 하이케어솔루션㈜ 사측 교섭단이 아닌 LG전자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나마 회사와 마주 앉아 교섭을 하고 있지만 우리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면서도 노동조합 설립을 꿈도 꾸지 못하는 특수고용·비정규 노동자들이 많이 있다. 노조법 2·3조 개정은 오랜 가뭄에 지친 노동자들에게 단비 같은 일이 될 것이다. 물론 싹을 틔우고 곡식이 익기까지 어려운 과정이 남아 있지만 말이다.

이제 대통령의 공포가 남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5년짜리 권력에 기대어 거부권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 20년을 기다려 왔다. 더 기다리기엔 노동자들의 하루하루가 너무 고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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