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재영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공동대표

나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윤석열 대통령이 반드시 공포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금식기도를 시작했다. 지금도 이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지금 사람들의 시선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쏠려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절망하게 되거나, 정권 퇴진투쟁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금식기도를 하면서 가다듬은 내 생각을 적어 본다. 개인적인 글이니 감안하고 읽어 주시기 바란다.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 노조법 2·3조 개정운동은 99% 성공했다. 그런데 국회를 통과한 노조법은 지금 어디에 있나. 전부 윤석열 대통령에게 가 있다.

그래서 묻는다. 윤 대통령이 몽니를 부리면서 공포를 거부하면 노조법 개정은 무산되는가? 대통령이 천만 비정규 노동자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림을 나는 받아들일 수 없다. 대통령이 우리 운명을 잡고 흔들도록 내줄 수는 없다.

생각해 보자.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지난 20년간 비정규 노동자들의 목숨 건 투쟁을 대한민국의 국회가 인정하고 확인한 것이다. 국회는 비정규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했다. 바지사장이 아닌 원청의 사용자성을 입법으로 인정했다.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에 재갈을 물려야 한다는 우리 소망도, 부족하지만 법으로 통과시켰다.

개정 노조법에는 대법원 판례가 그대로 담겼다. 3권 분립 국가에서 사법부는 대법원 판례로, 입법부는 법안 통과로 노조법의 정당성을 인정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대통령이 어떤 몽니를 부리든지 이 사실은 변함없다. 그래서 우리는 대통령에게 “제발 노조법을 공포해 달라”고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공포해야 한다”고 명령해야 한다.

대한민국헌법 1조2항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나와 있다. 헌법은 10장, 130조, 부칙 6조로 구성돼 있다. 헌법에 권력이란 말은 오직 딱 한 번 1조2항에만 나온다. 대통령은 권력이 아니다. 권력은 국민이고, 우리가 권력의 주인이다. 권력의 주인인 우리에게 가장 많은 권한을 받은 이가 윤석열 대통령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권력의 주인인 국민의 70%가 노조법을 공포해야 한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노조법 2·3조 운동본부는 이미 이겨 놓고 시작한 싸움을 지금 하고 있는 것이다. 저간의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거부한다”고 말해야 하나. 이 구호는 너무 약하다. 솔직하게 자존심 상한다. “권력의 주인인 국민의 명령이다. 윤석열은 노조법을 속히 공포하라.” 이렇게 우리가 대통령에게 명령해야 한다.

만약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개정 노조법 공포가 무산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절망하고 좌절하고 낙심하며 돌아설 것인가? 다시 죽음의 행렬로 돌아가고, 다시 비인격적인 노예노동을 감내해야 하는 현장으로 돌아가겠는가? 그럴 수는 없다.

우리는 승리를 선포해야 한다. 2%가 부족했을 따름이다. 우리가 도달하지 못한 이 2%의 한계는 우리를 감금하는 감옥이 아니다. 우리가 넘어서야 할 새로운 가능성이다. 다시 새로운 한계를 만나겠지만 그때도 우리는 계속해서 전진해 나가야 한다. 우리가 가진 2%의 한계, 부족했던 2%는 대통령에게 구걸해서 채우지 말자. 우리의 힘으로 채워 나가자.

이제 우리는 국회에서 입법된 노조법을 사수하기 위해 계속 투쟁하겠다는 결기를 윤석열 정부에게 천명해야 한다. 거부권을 행사하든 말든 우리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하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