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영훈 (민주노총 부산본부 동부산노동상담소 상담부장)

지난해 이어 올해도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물가에 노동자 주름살만 깊어져 간다. 그런데 노동자가 걱정해야 할 것은 물가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임금체불은 노동자들의 삶을 더 깊이 옥죄고 있다.

부산도 마찬가지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부산 관할 노동당국에 접수된 임금체불 사건만 2만1천326건, 약 853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마저도 신고 된 사건을 기준으로 집계된 수치로, 신고 되지 않은 사건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 크다. 올해 들어서는 체불 규모도 커지고 있다.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부산지역 체불임금은 약 663억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8% 증가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부설 노동상담소 상담통계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지난 1년6개월간(2022년 1월1일~2023년6월31일) 민주노총 부산본부 부설 3개 노동상담소가 진행한 7천543건의 상담 중 30.3%(2천287건)가 임금체불 관련 상담으로 집계됐다.

부산지역은 서비스업종을 비롯한 중소·영세사업장이 밀집해 있다. 중소·영세사업장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임금체불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하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임금명세서를 발급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임금체불을 당해도 입증자료가 없다 보니 체불임금을 온전히 인정받기도 쉽지 않다.

임금체불이 이렇게 줄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임금체불이 엄연한 범죄라는 인식이 낮기 때문이다. 임금체불은 노동자의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다. 해당 노동자뿐만 아니라 가족의 생계까지 위협하는 중대범죄다. 오죽하면 미국이나 유럽 등에선 임금체불을 ‘임금절도’‘임금사기’라고 표현할 정도이니 말이다. 실제로 민주노총 부산노동상담소를 찾은 한 노동자는 두 달치 임금이 체불돼 생계비가 부족해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다가 이마저도 어려워져 대부업체에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와 더불어 노동부의 소극적인 대응도 문제를 악화시키는 한 요인이다. 보통 노동자가 임금체불로 노동청에 진정이나 고소를 하면, 해당 노동자뿐만 아니라 그 사업장 전체 노동자들에게 임금이 체불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때 해당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을 실시해 추가적인 임금체불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금체불을 줄이기 위해서는 노동부가 체불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현장 근로감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임금체불의 경우 사후적인 대책도 중요하다. 당장 생계에 곤란이 생기는 노동자의 경우 체불사업주에 대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체불된 임금을 받는 것이 급선무인 경우도 많다. 노동청 진정 과정에서 사업주가 체불임금을 되도록 빨리 지급하면 좋겠지만 체불임금을 악의적으로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이럴 때 노동자는 대지급금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대지급금제도는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일정 범위의 체불임금을 대신 지급하는 제도다. 특히 간이대지급금의 경우 지난 2021년 10월 14일 개정된 임금채권보장법이 적용되면서 노동청에서 발급하는 ‘체불임금 등 사업주 확인서’만 있으면 신청이 가능하도록 절차가 간소화되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노동부가 자체적인 매뉴얼에 따라 ‘체불임금 등 사업주 확인서’를 대지급금 지급용과 소송용으로 구분해 발급하는 상황이다. 노동부의 매뉴얼에 따르면 대지급금 지급용 ‘체불임금 등 사업주 확인서’의 경우 노동자와 사업주 간 체불 사실에 대한 이견이 없고, 객관적 자료에 의해 체불이 명확히 인정되는 경우에만 발급한다. 법 개정으로 지급절차가 간소화됐지만 조사 과정에서 체불사업주가 이견을 제시하는 경우 ‘체불임금 등 사업주 확인서’는 소송용으로 발급된다. 노동자의 임금체불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대지급금 지급용 ‘체불임금 등 사업주 확인서’의 발급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대지급금 지급 상한액을 확대하고 노동자의 피해를 보다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

임금체불은 우리 사회에서 근절해야 할 시급한 문제 중 하나다. 쪼그라드는 주머니 사정에 임금체불까지 당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이제는 바꿔야 하지 않을까?

▲ 민주노총 부산본부 노동상담소
▲ 민주노총 부산본부 노동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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