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

원주시에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북쪽으로는 뱅이둑물이 굽이돌아 들어온다. 반대편 남쪽에서는 이제는 폐역이 된 중앙선 반곡역 위쪽을 거쳐 온 뒷골 물이 흐른다. 공단 본부 서편에서 두 물줄기가 하나로 만난다. 공단 왼편에 붙어 있는 두물수변공원이란 이름도 ‘두 물줄기가 만나 하나가 된다’는 뜻이다. 이 건강보험공단 터가 소란하다. 고객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품고 있는 물줄기가, 공단 물줄기에 하나가 되기 위해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11월1일 시작된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파업과 단식이 이미 한 달을 넘어섰다.

공단과 고객센터 노동자 사이의 가장 큰 쟁점은 ‘해고 없는 소속기관 전환’이다. 2021년 10월, 공단은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해 오던 고객센터를 소속기관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또 상담사들에게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채용이 승계되도록 권고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공단 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 보호하는 것이 정책의 핵심 목표이고, 전환 과정에서 정작 비정규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어서는 안 되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결정이 난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민간위탁 업체의 비정규직이다. 공단이 ‘공개경쟁 채용’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단은 공개경쟁이 공정한 채용이며, 제한경쟁을 하면 반발이 클 수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이해하기 어렵다. 공개경쟁 채용을 고집하면 기존 비정규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오랫동안 해 오던 일을 앞으로도 할 수 있게 해 주겠다며 떨어질 수도 있는 채용시험을 통과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공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공단의 억지강요는 오래전 사라진 지주들의 횡포와 닮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서, 민간위탁 고객센터를 건강보험공단 소속기관으로 전환하는 방침은 매우 적절하다고 평가한다. 공단 안에는 일산병원과 서울요양원 등 소속기관이 이미 운영되고 있다. 또 공단과 직제·인사·보수를 분리 운영해 기존 구성원과의 갈등도 피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국민의 민감한 건강정보 전반을 다루는 고객센터 업무를 민간기업 손에 두는 것부터가 옳지 않다.

그렇다면 해법은 간단하다. 공단이 2019년 정부의 결정을 이행하면 된다. 노동자들의 전환방식은 노사 간 자율적 결정사항이다. 고용안정을 위해 노사 간 합의와 결정에 대해 정부가 발목 잡을 것이라는 우려는 핑계일 뿐이다. 공단은 ‘결정과 권고를 이의 없이 수용하고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때는 맞고, 정권이 바뀐 지금은 틀리다는 이중 잣대는 책임 있는 공공기관의 태도라 보기 어렵다.

건강보험 고객센터 상담원들은 건강보험공단 사원증을 들고 출근하고, 공단이 발급한 사번으로 시스템에 로그인해서, 공단의 1천60개 상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왜 정규직이 아닌지가 더 의아하다. 정부가 내놓은 정책을 정부에게 지키라는 것, 공단이 합의한 사항을 공단에게 이행하라는 것이 요구의 전부다. 내년 3월이면 이들 고객센터 비정규 노동자들이 소속된 수탁회사들과의 위탁계약이 만료된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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