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동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0일 ‘산재보험제도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장관은 “소음성 난청은 판례 등에 따라 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사실상 사라졌으며, 산재 인정시 연령별 청력손실 정도를 고려하지 않아 과도한 보상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위법행위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소음성 난청의 현실, 산재 판정의 과정, 산재보험의 취지와 법리를 간과한 주장이다.

애초 난청의 소멸시효 논란은 옛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시행규칙 48조 관련 별표5에서 치유시기로 보고 있는 ‘직업성 난청이 유발될 수 있는 장소에서 업무를 하지 않게 됐을 때’를 ‘비소음 부서로 전환한 지 3년’으로 해석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이를 대법원에서 ‘치료방법이 없는 상병의 특징상 진단시점부터 소멸시효를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바로 잡은 것이다(대법원 2014.9.4 선고 2014두7374 판결). 이후 노동부와 공단은 노동자들이 장애인등록을 위해 진단서를 발급받은 사실이 확인될 경우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며 산재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이라고 재차 판결했다(대법원 2018.1.11. 선고 2017두63184 판결).

공상 처리, 재직 중 산재신청의 현실적인 어려움, 특수건강진단의 한계, 작업환경측정기준이 90dB로 높게 설정된 현실, 유명무실화된 청력보존 프로그램 등을 차치하더라도 소음성 난청은 노동자들이 처음부터 이를 장해(산재신청)로 생각하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즉 전형적인 소음성 난청의 경우 저음역보다는 고음역대의 청력손실이 심해 일상생활에는 별로 문제가 없다. 이후 상당 기간이 지나 고음역의 손실이 심할 때 이를 인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청 진단과 산재신청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법원에서도 이런 내용을 언급하며 “원고가 광업소를 퇴사한 후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이후에 난청 진단을 받은 사정은 위와 같은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서울행정법원 2019. 02. 08. 선고 2018구단72959판결 등 다수)

이후 노동부와 공단은 ‘소음성 난청 업무처리기준’(2017년 8월)을 통해 업무 관련성을 판단했다. 당시 기준은 많은 문제가 있었다. 이로 인해 2018·2019년 난청 소송사건에서 공단의 실질 패소율은 70%가 넘었다. 산재보험 역사상 특정 질병 분야에서 실질 패소율이 70%가 넘은 경우는 소음성 난청이 유일했다. 정부는 2019년 국정감사에서 상당한 질책을 받은 후 이듬해 2월 업무처리 기준을 개선했다.

특히 당시 공단의 업무처리기준은 소음성 난청과 노인성 난청이 복합된 경우는 비소음 노출자의 연령별 청력손실정도(국민건강영양조사자료-한국인 청력 나이별 메디안 값)를 고려해 업무 관련성을 판단했다. 즉 연령 보정을 도입한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다음과 같이 크게 네 가지 사유로 이를 위법하다고 판단해 왔다.(서울행정법원 2019구단51485판결, 2019구단66913판결, 2021구단73181 판결, 2021구단62549판결 등 참조) 일단 법원은 연령보정을 할 법적·논리적 근거가 전혀 없다고 했다. 둘째 질환의 특징상 지속적인 소음노출 기간과 연관이 있는 복합적 질환이므로, 비소음 노출자를 대상으로 한 청력 손실치를 공제하는 방법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시했다. 셋째 사람마다 소음 노출 기간 및 강도, 소음에 대한 감수성, 노화의 진행 시기, 정도도 다를 수 있으므로 통계값을 모든 난청 재해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봤다. 마지막으로 소음과 다른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청력손실에 영향을 미친 경우 개별 원인으로 인한 청력 손실치를 수치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무엇보다 연령보정으로 인한 노인성 난청 부분을 공제하자는 주장은 산재보험법의 취지와 법리에 명확히 어긋난다.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질병은 업무와 관련 없는 기존 질병이 업무로 인해 악화·발현된 경우 그 전체를 보상하는 제도다. 또한 대법원은 “산재보험법에 의한 산업재해보상보험 제도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는 제도와 그 취지나 목적을 달리하는 관계로,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산재보험법에 의한 급여지급책임에는 과실책임의 원칙이나 과실상계의 이론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0. 8. 19. 선고 2010두5141 판결 참조). 결국 노동부 장관의 주장은 법원 판결, 산재보험법의 취지, 대법원의 법리에 반하는 민사법적 주장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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