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금영(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서울지회장)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가 지난 1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같은 날 노조 간부 11명이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서울지회장인 나도 단식 8일째다. 우리는 ‘해고 없는 소속기관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민간 하청업체 소속의 상담사들을 공단의 소속기관으로 전환하겠다고 2년 전 약속했다. 상담사들은 공단이 만드는 새로운 기관의 정규직 노동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2년이 지나도 1천600여명 중 전환된 상담사는 한 명도 없다. 공단은 올해 10월 노·사·전문가 협의체에서 약속과 다른 안을 냈다. 안에 따르면 2017년 5월~2019년 2월27일 입사자는 ‘제한경쟁 대상자’, 2019년 2월28일 이후 입사자는 ‘공개채용 대상자’라고 했다. 제한경쟁 대상자는 소속기관으로 가기 위해 필기시험, 인성검사, 두 번의 면접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기준 점수를 넘지 못하면 탈락, 즉 해고다. 공개채용 대상자는 새로 이력서를 내고 필기시험, 인성검사, 면접을 통과해야 한다. 운이 나쁘면 최대 700여명이 해고될 수 있다. 노조가 고민 끝에 총파업에 돌입하고 집단 단식농성, 천막농성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는 원청인 공단과 직접 소통할 수 없다. 임금교섭시 하청업체가 ‘원청이 준 게 없다’고 말하는데도 불구하고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없다. 불량 책상 하나 바꾸기 어렵고, 세 번이나 고장난 헤드셋 하나 바꾸는 것도 매번 오래 걸렸다. 노조가 노동환경을 개선하라고 요구하면 마찬가지로 권한 없는 하청업체는 ‘원청에 말하겠다’고 답한다. 우리가 단순 노무관리밖에 할 줄 모르는 하청업체가 아니라 원청인 공단에 요구하는 또 다른 이유다.

며칠 전 일이 떠오른다. 대출로 은행을 방문해 직장명에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라고 기입했다. 은행 직원이 서류를 보며 ‘건강보험고객센터에 다니는 거 맞죠?’라고 물어 나는 순간 망설였다. “유니에스(하청업체) 소속인데요. 건강보험고객센터에서 일을 해요”라고 나는 답했다. 하청업체와 관련한 나의 장황한 설명이 끝난 뒤 전화한 은행 직원에게 유니에스는 다시 장황하게 설명했다. ‘유니에스는 여러 업체에 인력을 제공하고 있어 해당 직원이 다니는 업체에 직접 문의해야 한다’는 요지다. 복잡한 중간착취 구조의 한복판에 있는 내가 이 같은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생각한다. ‘나는 누구인가?’ 모든 상담 동료들이 겪는 어려움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공단의 사번을 갖고 있다.

파업은 고된 일이다. 나는 쉽게 파업에 동참하지 못하는 조합원을 볼 때 마음이 아프면서도, 동시에 투쟁 의지가 생긴다. 가족이 아파서 병원비를 마련하느라 함께하지 못하는 동료가 대부분이다. 아이가, 부모님이, 배우자가, 내가.

좋은 일자리가 곧 민생인데, 윤석열 정부와 정치권은 비정규직 대책이 없고 말로만 민생이란다. 그 뒤편에 공단 사측이 숨어 있다.

두 가지 이유로 나는 생애 처음 단식을 한다. 첫째는 공단이 약속한 ‘소속기관 전환’을 온전히 이행하는 것이다.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공단은 공공기관으로서 자격이 없고, 모범적인 사용자 지위를 포기했으며, 대화가 아닌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 둘째는 노조와 조합원을 지키기 위해서다. 현재 공단의 행태를 두고 보기만 한다면 노조를 믿을 조합원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힘든 싸움을 해 왔고, 소속기관 전환이라는 성과를 남겼다. 노조 조합원들의 투쟁으로 가능했던 성과이기에, 다시 그 힘으로 싸움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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