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 정기교육은 분기당 3시간, 사무직 외 근로자는 매분기 6시간, 판매직은 3시간…”안전관리자들이라면 다들 한번씩 봤을 근로자 안전보건교육 기준이다. 하지만 이 규칙은 규칙일 뿐이다. 많은 사업장에서 잘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공공기관이나 일부 대기업 정규직 정도가 준수하는 편이다.우리나라 산재사고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건설업의 경우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을 4시간 동안 별도로 진행하게 한다. 해당 교육은 회사가 아니라 전문기관에서 진행한다. 일종의 ‘노가다 자격증’이라고 할 정도로, 건설현장에서 교육 이수증 없
오래전의 일이다. 퀴어퍼레이드가 열리던 서울시청광장에서 건설노조 한 지부의 깃발을 봤다. 그 지부 깃발에는 무지개깃발도 달려 있었고 조합원들은 안전화를 신고 안전모를 쓰고 있었다. ‘우리 건설노동자들도 퀴어퍼레이드에 함께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며 즐겁게 행진하던 그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노조로 뭉친 건설노동자들은 임금과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데 머무르지 않았다. 소수자들의 싸움에 함께했고, 사회적 참사 피해자 곁에 있었다. 힘든 비정규직 노조의 싸움에도 늘 건설노조의 깃발이 함께했다.그런데 정부가 그 건설노조를 불법 범죄집단으
유명한 댄스 기법인 문워크(Moonwalk)를 모두 아실 것이다. 댄서가 앞으로 스텝을 딛는 것 같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뒤로 움직이는 동작인데, 전설적인 팝 가수 마이클 잭슨이 1983년 공연에서 선보이며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문워크가 세상에 알려진 지 어언 40년, 최근 절륜한 문워크를 선보이며 마이클 잭슨의 위상을 위협하는 자가 나타났으니, 바로 ‘공정거래위원회’다.지난해 12월2일, 여느 때와 다름없던 출근길에 낯선 광경을 목도했다. 한 무리의 낯선 사람들이 노조 건물 진입을 시도하며 노동조합과 대치하고 있었다. 공문을
민주노총은 4월 대의원대회를 한 차례 더 열어 2024년 총선방침을 확정할 예정이다. 총선방침 초안(총선안)이 내리고 있는 주요한 상황 진단에는 기성정치의 현 상황에 대한 암울한 인식과 노동조합의 절박함도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선거 대응에서의 각자도생”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이 책임지고 총선방침 수립을 통해 진보정당, 제 민주·민중세력과 함께 진보정치의 희망을 만들자”고 역설하고 있다. 이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여러 악조건과 암울한 예상을 모두 건너뛴 것인데, 총선안은 이런 공백을 보다 면밀한 분석과 대안보다는 의지
1. 고용노동부는 지난 8일 기자들에게 “상급단체 집단탈퇴 금지 규약을 근거로 지부·지회 조직형태 변경을 방해하는 사례에 대해 시정명령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시정명령을 추진하는 대상은 상급단체의 집단탈퇴를 직접적으로 금지하는 금속노조의 ‘조합원 가입절차 전결규정’, 사무금융노조의 ‘조합원 가입·탈퇴 처리규정’이다. 민주노총 탈퇴 공약을 하는 경우 입후보자의 자격을 상실하도록 규정한 전국공무원노조의 선거관리규정도 ‘피선거권 제한’을 이유로 시정명령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과 노동부 공무원노사관계과에서
윤석열 정부는 연초부터 ‘연금개혁, 교육개혁, 노동개혁’을 3대 개혁으로 천명해 추진하고 있다. 이 중 가장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 노동개혁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노동개혁’이라 쓰고 ‘노조개악’ 혹은 ‘노조탄압’이라고 읽는 게 더 적절해 보인다.지난해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를 외치며 파업했을 때 이를 봉쇄하는 데 정부는 올인했다. 당시 정부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다시 한번 잘 들어봐 주십시오”라고 강조하며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를 두고 전 국민 듣기평가를 한참 진행
지난해 말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고자 한다. 이미 두 달 정도가 지난 사안을 들춰 이 지면에 담고자 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현재 노동 문제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과 행정부의 태도는 강공 그 자체다. 보수 성향의 정부가 노동조합에 날을 세우는 것이야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게다가 지난해 말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강경 대응 덕에 지지율이 올랐던 경험도 있으니 이참에 기세를 떨치겠다는 심정도 이해는 간다.하지만 지난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정부 대응이 과연 정부 입장에서 좋은 선례였을까. 나는 그렇지 않
드라마 제작현장의 불법적 계약 근절 및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공동행동과 함께 2021년 드라마 제작 현장 6곳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제작사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스태프들과 근로조건을 명시하지 않은 계약서를 작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근로기준법 위반이 확인됐으나 피고발인인 제작사들에게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통지를 고용노동부와 검찰에서 받았다. 현재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항고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노동부가 제시한 구체적인 사유는 아래와 같다.“법 위반
임금은 일본인의 절반 이하, 노동은 12시간 이상1910년 한일합방 이후 만주사변,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단계를 거쳐 1945년 8·15해방이 될 때까지 일제는 전시공업화정책을 수행했다. 조선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거나 조선경제의 내실 있는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전개된 것이 아니다. 침략전쟁의 일환으로서 자본주의적 사회구성은 확고해졌지만 조선의 대외의존성은 더욱 강화돼 조선 내 산업연관의 탈구성, 파행성이 강화되는 악영향을 남겼다.1920년대를 중심으로 일제강점기 조선노동계급의 노동시간·평균임금·주거형태를 통해 조선노동계급의 실태를
나는 우연히 2013년과 2015년 두 교수의 정년퇴임 고별 강의를 들었다. 직함만 100개가 넘는다는 민중예술계 마당발 채희완 교수는 2013년 6월18일 오후 부산대 효원산학협동관에서 ‘예인의 길, 미완성의 미학’이란 이름으로 마지막 강의를 했다. 꼬장꼬장한 선비였던 강내희 교수는 2015년 12월9일 오전 중앙대 서라벌홀 511호 강의실에서 ‘노동 거부와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이란 이름으로 고별 강의를 했다.채희완 교수는 민중예술가답게 “저는 낮에는 말하자면 강단에 서서 서생 노릇을 하고, 밤에는 밤무대에 가서 뛰곤 했습니다
노동·연금·교육 개혁. 윤석열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3대 개혁이다. 이 중 노동개혁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화물연대 파업을 힘으로 짓누르고,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통해 직무급제 도입과 노동시간 유연화를 예고했다. 올해는 노조 압수수색, 회계 투명성 강화 등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리고 상생임금위원회를 발족해 임금체계 개편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또 경영계와 발맞춰, 시행한 지 갓 1년 지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개정하려 하고 있다. 노동부뿐만 아니라 검찰·경찰·국정원·공정거
내가 기억하는 엄마는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부터 음식점을 운영했다. 당신이 서른 무렵 주변에 빚을 얻어 시작한 식당 한편에서 쪽잠을 자면서 열심히 해물 뚝배기를 끓이고, 돈가스를 튀겼다. 설과 추석 명절 당일을 빼고 1년 363일은 일했다. 모두 가족을 위해서였다.다행히 엄마가 식당을 시작한 때는 1980년대 후반 일본을 비롯해 우리 경제가 한창 호황을 맞이한 시점이었다. 우리 식당에는 일본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식당을 시작한 지 5년이 채 안 돼 우리는 자가용을 사고 집을 마련했다.좋은 시절은 딱 10년이었다.
어젯밤은 평소처럼 좋은 꿈을 꿨습니다. 익숙한 알람 소리를 듣고 부은 눈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이를 닦고 따뜻한 물에 몸을 적십니다. 즐겨 입는 티와 바지를 걸치고, 여느 때와 같이 버스로 회사에 갑니다. 출근시간에 맞춰 회사에 도착하니 잠 없는 우리 부장님 평소처럼 제일 먼저 나와 계십니다. 아차! 오늘은 월급날이네요. 변함없는 월급이지만 그래도 신이 납니다. 타자 치는 손가락도, 프레스를 밟는 발도 덩달아 신납니다. 평소처럼 점심을 먹는데 ‘이번달도 최고 매출, 올해도 최고 매출 예상’ 자축을 하는 회사 공지가 올라옵니다. 영어
1.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상향, 정년연장부터” “국민연금 개혁, 정년연장 논의 서둘러야” “60세 넘어도 기운 팔팔한데 … 정년연장 시동 건다” “고용노동부, 정년연장 논의”….정년연장에 관한 보도가 부쩍 늘었다.오세훈의 서울시가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연령 상향을 검토한다고 하자 현재 60세인 정년부터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윤석열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을 하겠다면서 현재 수급 연령을 늦추는 방안 등이 제기되자 역시 60세로 정하고 있는 정년의 연장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초고령사회와 인구 감소에 대한
조선소 물량팀 용접사로 3년 동안 일한 적이 있다. 나는 그때 울산 온산공단에 있는 세진중공업에 다녔다. 현대중공업을 시작으로 여러 곳 조선소 하청업체에서 일했지만 물량팀은 처음이었다.물량팀은 조선업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최말단이다. 조선소 원청은 1차 하청업체에게 도급을 준다. 1차 하청업체는 2차 하청업체에게 재도급을 준다. 하청을 줄 때마다 원청 회사가 단가를 후려치기 때문에 아래 단계로 갈수록 하청업체의 이윤이 줄어든다. 낮은 단계의 하청일수록 이윤을 보전하기 위해 공기단축에 목을 맨다. 하청업체들은 물량을 빨리 쳐내기 위해
프랑스혁명은 민주주의와 노동운동의 분기점이었으나 혁명 직후 ‘결사금지법’이 제정됐다. 정치결사도 일부만 허용됐고 노동조합 등 결사체 활동은 불가능했다. 혁명세력도 ‘모두의 이익’이나 ‘보편의지’를 믿기에 집단·조직은 직접 인민주권 실현에 방해된다고 봤다. 프랑스에서 결사금지법이 폐지된 것은 110년 후의 일로 혁명과 반혁명의 피 흘림을 겪고 나서다. 이후에도 ‘공익’이란 ‘절대 선’보다 이견을 조정한 ‘합의’에 가깝고, 만장일치보다 의견의 불일치가 좋은 변화를 만든다는 민주주의의 원리가 자리하는 데 긴 역사가 필요했다. 우리도 19
지난달 SBS와 조선일보 보도를 통해 대장동 사건의 핵심인물로 알려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을 지낸 김만배가 타 언론사 간부들에게 수억 원대의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폭로됐다. 김만배는 이들 이외에도 수십 명의 기자들에게 골프접대를 하면서 한 사람당 100만원에서 수백만 원을 건넸다고 한다. 언론사들은 김만배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기자가 어느 언론사 소속인지는 언급했으나 기자 이름은 익명 처리했다. 한겨레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개인정보 보호인가 진실은폐인가?극우 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가 이 숨겨진 진실을 폭로했다. 한겨레 석진환 기자가 6
1. 지난 4일은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피디의 세 번째 기일이었다. 전날에는 이 피디의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과 재방방지대책 마련하기 위해 그간 함께 투쟁했던 분들과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에서 별도의 추모제를 가졌다. 또 3주기 추모제에 맞춰 이재학 피디를 추억하고 그 뜻을 기리는 추모집 를 발간해 북 콘서트도 진행했다. 추모집에는 이재학 피디의 동료, 가족, 방송 비정규 노동자, 함께 투쟁했던 대책위 관계자 등의 글과 어머님의
초연결 시대의 오작교까치와 까마귀는 칠월칠석이면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다리를 놓았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을 넘어 사물과 사물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초연결 사회에서 오작교를 떠올리면 궁상일까. “와이파이 잘 터져요?” 연결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다는 듯 자꾸 되묻던 광고를 기억한다. 오프라인 교통망과 온라인 연결망은 넓고 빠르며 촘촘하다.경제 규모, 수출 규모, 연구개발 투자 규모 등 경제 지표가 대단하다. 실적이 여유를 줄까. 절제 못한 인류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비로소 성장을 멈췄다. 그러나 예외 상황으로 밀어낸다. 출산율
2월 기준 올해 서른 살이 되는 나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1개월이다. 아, 군인 크레디트가 있어 6개월 정도 가입기간이 보장돼 17개월이라고 할 수 있겠다. 활동을 시작해 지난 4년간은 30만원 정도의 활동비 지원을 받았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프리랜서가 돼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는데, 내 소득은 월별로 들쭉날쭉한 데다 절대적으로 낮았다. 그렇기에 국민연금 가입은 엄두를 낼 수 없었다. 지난해 4월 처음으로 4대 보험을 가입하고 일하는 시민으로서 사회와 계약을 맺었다. 처음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했지만 2024년이면 나의 임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