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노동자의 일터환경은 하나같이 열악하고, 비상식적인 상사나 고객은 어디나 있다. 그러니까 귀한 직업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새 ‘글쎄 … 직업에 귀천이 없나?’ 하는 의심이 든다.최근에 나는 필라테스 강사 자격증을 따고 일을 구하려고 이곳저곳 면접을 봤었다. 필라테스 강사는 남자를 본 적이 없는데, 희한하게 면접 보는 대표들은 다 남자였다. 한번은 헬스장에서 필라테스 강사를 구한다고 했고, 면접을 봤다. 그는 내게 “남자 꼬셔본 적 있어요?”라고 물어봤다. 잘못 들은 줄 알았다. “
1. 연초부터 소란하다. 새해를 맞이하는 기대도 없이 2023년 1월이다. 지난해 12월29일 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해’ 노동조합 253곳과 공무원·교원노조법상 공무원·교원노조 81곳을 대상으로 29일 자율점검 안내문을 일괄 발송했다. 이 때문에 자문노조들로부터 심란한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지난해 하반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노조 부패 척결을 내세우고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부가 본격적으로 받들어 나가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9일에는 노동부는 윤 대통령에게 ‘2023년 주요 업
#장면1 : 금강산의 댐초등학교로 변한 국민학교에 다닐 때 얘기다. 어느 날 담임선생님이 국가를 위해 모금이 있으니 각자 성금을 가져오라고 했다. 넉넉지 않았던 집안 사정에도 불구하고 애국하는 마음으로 부모님을 졸라 얼마간의 성금을 냈다. 정확한 액수는 기억나지 않지만 많지 않았다. 당시 모든 초중고 학생들은 물론 일반 시민도 성금에 동참했다. 심지어 정부는 기업 규모에 따라 성금 액수를 정해 강제 모금도 서슴지 않았다. 반공이 온 나라를 휩쓸던 시기여서 성금을 내지 않으며 ‘애국자’가 아닌 ‘빨갱이’로 낙인 찍힐 판이었다. 성금은
정확히 90년 전인 1933년 미국 실업률은 24.9%에 달했다. 1929년 10월 말 ‘검은 화요일’로 미국 증시가 폭락할 때는 아무도 공황을 예상하지 못했다. 1920년대 초반의 경기침체와 비슷한 것이라 여겼다. 1920년대 미국 경제는 활황으로 불타올랐다. 1930년대 들어 은행과 증권가가 몰락하고 실업률이 25%가 되는 상황에서야 사람들은 전례 없는 공황을 겪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1929년 3월4일 후버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괜찮았던 경제 사정은 점점 악화해 9월부터 은행과 증권가를 중심으로 위기가 본격화되면
“공짜 점심 같은 것은 없다(There ain’t no such things as a free lunch)”는 경제학 격언은 유명하다. ‘공짜 점심’에 대한 항간의 속설에는 미국 서부 어느 식당이 나오기도 한다. 식당에서 손님이 없어 고민하던 당시 ‘공짜 점심’을 제공하는 기책을 낸다. 대신 음료는 한 잔 이상을 주문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공짜 점심 소문에 고객들이 몰렸다. 가게 주인은 음식을 짜게 만들어서 음료 소비량을 늘리고 음료 가격도 올렸기 때문에 손해는커녕 큰 수익을 올렸다. 결국 식당 고객들은 공짜 점심으로 이익을 얻은
조선일보가 2021년 8월 ‘충북동지회’ 사건을 들고나왔을 때 우스웠다.1950년대 이후 한국 언론의 간첩 기사엔 ‘포섭’ ‘지령’ ‘침투’ ‘공작’ 같은 말이 끊이질 않았다. 충북동지회는 정치권에 침투하려고 민중당(현 진보당)에 침투했고, 그중 일부는 2017년 문재인 대선 후보 캠프에 노동분과 특보로 임명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내가 아는 이도 있었다. 손모로 알려진 그는 2016년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이후 노동자나눔치유 협동조합을 만들고 충북청년신문이란 지역신문을 설립했다. 국정원은 충북동지회라는 간첩단이 이 지역신문
“회사 구내식당 밥이 정말 맛이 없고 부실합니다. 맵고 짜고, 야근 때문에 저녁을 먹으러 가면 반찬을 재사용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런 것은 어떻게 개선이 안 되나요?”수화기 너머 상담을 의뢰한 노동자의 회사에는 식당이 없다.그가 말하는 구내식당이란 그가 속한 회사를 비롯해 중소 영세기업이 아파트형으로 밀집한 공업단지 내에 공용으로 이용하는 민간위탁 뷔페 음식점을 말한다. 입주기업 대표회에 민원을 넣어 보시라 답변 드리는 것 외에 별달리 뾰족한 수가 없었다.몇 해 전 구내식당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국내 유명 기업들의 회사 구내식당
지난해 12월2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가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에 해당하며 노조가 조합원 채용을 요구하며 레미콘 운송노무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공표했다. 특수고용직 노조를 공정위가 ‘사업자단체’로 판단한 최초의 사건이다. 공정위가 노동기본권을 부인한 건설 특수고용의 현실부터 짚어 보자.레미콘 운송기사 등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1990년대 중반까지 건설사 중장비부서 소속 근로자인 적도 있었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개인사업자’로 전환됐다. 개인사업자라는 허울 아래 저임
노동자의 죽음이 줄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을 보면, 2022년 1~9월까지 산재사고 사망자수는 510명(483건)으로 1년 전보다 502명(492건)보다 증가했다. 지난해 1월27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후 첫 달(2월)에만 51명으로 줄었을 뿐 이후 다시 늘어 지난해 산재사고 사망노동자 수는 827명을 기록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50~70여명, 매일 두 명꼴로 산재사고 사망자가 발생한다.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키오스크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주문 기계로, 소비자 스스로 주문·결제를 할 수 있도록 도입됐다. 처음에는 패스트푸드점 위주로 조금씩 생기는 것 같더니 이제는 일반 음식점, 대형 마트, 편의점 등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곳에서 볼 수 있게 됐다. 키오스크의 빠른 도입에는 코로나19도 한몫했다. 표면적으로는 비대면 주문의 필요성을 이유로, 인건비 절감을 숨겨진 진짜 이유로 키오스크는 슬금슬금 늘어났다. 이제는 키오스크가 없는 매장이 어색할 지경이다.그런데 서울 종로3가 맥도날드에는 키오스크가 없다. ‘왜 없지?’ 생각하며 카운터 앞에 늘
이 글은 주장보다 고민을 담는다. 새해부터 정년제 이야기를 지면으로 나누는 이유는 급속한 고령화시대에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의제이기 때문이고, 특정 제도를 사례로 정책을 생각하는 방식을 재고했으면 싶어서다. 이 글은 에 5월2일부터 15회 연재된 ‘윤형중의 정책과 딜레마’란 기고글에 빚지고 있다.‘60세 이상 정년 의무화 제도(60세 정년제)’는 2013년 국회를 통과해 2016년부터 실시됐다. 지난 십 년간 정년제를 둘러싼 쟁점이나 논쟁 구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60세 정년제’ 통과에 힘을 실었거나 ‘65세로
1. ““주휴수당 포함땐 최저임금 1만원 넘어”... 폐지여부 다시 논란”(동아일보 2023년 1월9일), “주휴수당 메스 … 내 월급 어떻게 바뀔까”(머니S 2023년 1월8일), “’윤석열표 ‘노동개혁’ 주휴수당 폐지 달라지는 점은?”(시사메거진 2022년 12월26일), “[이슈체크] 주휴수당 폐지되면 내 월급은 얼마나 줄어들까?”(kbs 2022년 12월27일)….스마트폰에서 포털뉴스를 읽다가 주휴수당 폐지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할 노동개혁 과제에 포함돼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래서 지난달 12일 고용노동부가 노동전문가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기자회견 없이 신년사를 발표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올해 세계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경기침체의 가능성이 큽니다. … 복합의 위기를 수출로 돌파해야 합니다. … 기득권 유지와 지대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가장 먼저, 노동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나가야 합니다. …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해야 합니다. 직무중심, 성과급제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과 귀족노조와 타협해 연공
8일은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가 지난해 9월14일 출범한 지 117일째 되는 날이다.그동안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원청사용자가 특수고용·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교섭에 대한 사용자성은 회피하면서, 노동자들의 정당한 쟁의행위를 억압하고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남용하는 것을 지적해 왔다. 이에 따라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노조법 2조 개정)과 손해배상 청구 금지(가압류 금지, 노조법 3조 개정)를 주요 안건으로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개정하고자 93개의 시민·사회단체와 노동
커졌던 미움섬에서 상품이 된 사람을 볼 수 없었다. 그때 바다에서 양식을 하던 섬사람들은 쏠쏠한 돈벌이가 되던 김과 미역이라는 수출상품을 만들었다. 저마다 집과 배가 있고, 양식을 할 바다는 마을 사람들이 공유하는 자연이라 적절한 추첨을 통해 할당 구역을 동등하게 분배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노동력을 팔아 임금을 받고 생활하는 사람이 없었다.섬에서 자란 누이와 형들이 육지의 도시로 갔다. 가족은 한집에서 살고 논밭이나 바다에서 같이 일하다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이었지만, 섬을 벗어나 먼 타향으로 떠나는 누이들은 가족과 헤어졌다
2022년,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반발해 형성된 ‘공정담론’과 여성가족부 해체를 위시한 ‘반여성담론’이 마치 사회의 주요한 갈등인 것처럼 부각됐다. 이 바람은 자신의 무능력함으로 스스로 몰락한 보수세력을 부활시켰고 한국 사회는 또 다시 자신의 당파성을 중심으로 한 맹목적 지지와 맹목적 비난이라는 극단적 분열상태가 됐다. ‘0.73%포인트’라는 적은 득표율 차이가 보여주듯, 서로가 이 사회를 함께 구성하고 있는 공통의 구성원이자 동료시민일 수 없다는 것처럼 대한다.이러한 한국 정치의 난국상은 일상 시기의 국
“산재 사고 330건 중 300건은 사고 날 징후, 29건은 경미한 사고, 1건은 중대재해 사고다.” 하인리히 법칙이다. 안전관리자라면 자격시험 준비할 적에 공부하는 이론이다. 산재 사망사고 이전에 수많은 조짐이 있다.지난해 하반기를 강타했던 SPC 계열사인 SPL 여성노동자 산재 사망사고 이전에도 SPC 제빵공장 계약직 노동자가 손가락 끼임 사고를 당한 적이 있었다. 또한 SPC그룹이 대국민 사과를 한 지 이틀 만에 SPC 직원의 손가락 절단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인리히 법칙을 적용하면 적어도 300건의 사고 징후가 발생했다고
2001년 메이데이 전야제를 부산역에서 조촐하게 치렀다. 늘 빨간 머리띠를 매고 결사투쟁만 외치던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가 역 광장에 작은 무대를 세우고 이야기와 노래가 어우러진 토크쇼를 준비했다. 이야기꾼은 김진숙 지도위원이, 노래는 우창수 가수가 맡았다. 역 광장을 오가는 시민에게 차분하게 노동자의 날을 알렸다.다음날 아침 간단한 행장을 꾸려 단신 상경했다. 이렇게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갓 출범한 산별 언론노조에 노보 만들 신문쟁이가 필요해서 올라왔다. 혼자 사는 친구의 상계동 주공아파트 방 한 칸을 공짜로 얻었다. 지금 같으면
30년 동안 기타를 만들던 노동자는 자신의 투쟁을 ‘자존심’을 찾는 투쟁이라고 이야기했다. 노동자들은 기타를 만드는 것에 자부심이 있었지만, 콜트-콜텍 회사는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고 중국과 인도네시아 공장으로 물량을 넘겼다. 13년째 싸우던 노동자에게 먼지도 많고 임금도 낮은 그 현장으로 꼭 돌아가야겠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노동자는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자신이 만드는 기타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했다. 기타 소리가 날씨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야기하던 임재춘 노동자의 그 반짝이는 눈동자를 잊을 수 없다.
2009년 광우병 쇠고기 수입 등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는 이유로 교사 89명이 기소되고, 67명이 해임·정직처분을 받았다. 2010년·2011년 정당에 월 1만원을 후원했다는 이유로 교사 1천600여명이 기소되고, 46명이 해임·정직처분을 받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교사 33명이 기소됐다. 총선을 앞둔 2016년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기사를 공유했다는 이유로 교사 19명이 기소됐다. 그리고 또 정권이 바뀐 지금, 사회 수업에서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발언을 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