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고용노동부는 지난 8일 기자들에게 “상급단체 집단탈퇴 금지 규약을 근거로 지부·지회 조직형태 변경을 방해하는 사례에 대해 시정명령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시정명령을 추진하는 대상은 상급단체의 집단탈퇴를 직접적으로 금지하는 금속노조의 ‘조합원 가입절차 전결규정’, 사무금융노조의 ‘조합원 가입·탈퇴 처리규정’이다. 민주노총 탈퇴 공약을 하는 경우 입후보자의 자격을 상실하도록 규정한 전국공무원노조의 선거관리규정도 ‘피선거권 제한’을 이유로 시정명령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과 노동부 공무원노사관계과에서 서울노동위원회에 의결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매일노동뉴스>는 10일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말 산별노조(금속노조)의 하부조직인 포스코지회장 등이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의 조직형태를 기업별 노조로 변경하는 조합원 총회를 계획했다가 금속노조에서 제명당했는데, 이를 두고서 당시 주호영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조폭 같은 행태”라며 비난하며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 이를 계기로 윤석열 정부는 산별노조 집단탈퇴를 규제하는 규정들에 대해시정명령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그것을 노동부가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뉴스를 읽자마자 나는 바로 이번 칼럼에 무엇을 써야 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산별노조 하부조직인 지회·지부가 조직형태 변경을 통해서 기업별노조로 전환하는 문제는 내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법률가로서 법적 관심사가 아니라, 20여년 전 금속노조 설립을 준비하면서 산별노조 규약·규정을 검토할 때부터 이 나라 노조운동 차원에서 고민했던 문제였다. 당시 나는 금속산업연맹에서 변호사로서 법률국·법률원장으로 상근하고 있었다. 기업별노조가 산별노조로 전환한 이후에도 기업별노조로서 행태를 계속하거나 제멋대로 조직형태변경 등을 통해서 기업별노조로 되돌아갈 것을 우려하면서 산별노조 규약·규정의 법적 문제를 검토했다. 그 뒤 금속노조 등에서 우려했던 일들이 벌어졌고, 나는 대응해야 했다. 적어도 금속노조에서 나왔던 2008년 7월까지는 그랬고, 그 뒤에도 오늘까지 노동법으로 먹고 사는 법률가로서 지부·지회의 조직형태 변경은 내 주요한 법적 관심사였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이번 노동부의 시정명령 추진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을 수밖에.

2. 이번에 노동부가 시정명령 대상이라고 밝힌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사무금융노조의 규약은 조합원 가입 및 탈퇴 절차에 관한 규정들이다. 금속노조가 규약에서 “해당 단위(지부·지회) 총회를 통한 집단탈퇴는 불가하며, 조합원 탈퇴 절차는 지회장·지부장·위원장 결재를 거쳐 탈퇴 처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직형태 변경을 계획한 포스코지회 임원들에 대해서 금속노조가 규약·규정 위반으로 제명 징계를 할 수 있었던 것이라서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규정에 대해서 시정명령을 통해서 금속노조 등 산별노조의 “조폭 같은 행태”를 막겠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보면 이번에 금속노조 등에 대해 추진한다는 시정명령은 조합원 가입 및 탈퇴에 관한 처리규정들이라서 노조 규약체계로 볼 때 규약 아래의 세부 절차에 관한 규정을 문제 삼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르면 노동부가 노조 규약에 대한 시정명령을 하기 위해서는 노동위원회의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21조1항), 이같이 지부장·위원장 결재를 통해서 조합원을 탈퇴처리토록 한 규정은 위법하다고 의결받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겠다. 조합원이 탈퇴서를 제출하면 그 의사 진위가 확인된다면 탈퇴처리해야지 지부장·위원장의 결재 절차를 통해서 이를 실질적으로 금지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노동위원회가 볼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특별한 문제의식이 없이 언론보도만 접하는 일반인이 보기에도 금속노조 등 이 나라 산별노조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기업별노조의 조직형태 변경을 막는 등 조합원의 집단탈퇴를 제한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여길 것이다. 그렇다. 사실 이 나라 산별노조가 이와 같이 조합원 탈퇴 절차를 통해서 지부·지회 같은 하부조직의 조직형태 변경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3. 노조법은 조직형태 변경을 노동조합 총회의 의결 사항으로 규정하고(16조1항8호), 노동조합이 재적과반수 조합원의 출석과 출석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통해서 하도록 하고 있다(16조2항). 이렇게 법은 노조법상 노동조합, 즉 단위노동조합의 조직형태 변경에 관해서 규정하고 있다.

단체의 조직형태 변경제도는 법적으로 특별히 보장하는 것이지,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는 단체이기 때문에 당연히 보장하는 제도가 아니다. 예를 들어 살펴보자. 노동조합은 민법상 사단 내지 비법인사단으로 취급되고, 이에 따라 그 법리를 가지고 노동조합의 조직 운영에 관해서 법원이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민법상 사단 내지 비법인사단의 경우 조직형태 변경은 허용되지 않는다. 민법에서 조직형태 변경제도를 특별히 보장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와 같이 노조법을 통해서 분할·합병제도에 더해 조직형태 변경제도를 노동조합에 보장했다. 이에 따라 노동조합은 조직형태 변경 절차를 통해서 기존 노동조합 조직을 계속해서 형태가 변경된 이후에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단위노동조합이 하는 것이지, 그 하부조직인 지부·지회 등이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다. 노조법은 지부·지회의 총회가 아니라 노동조합의 총회에서 조직형태 변경을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노동조합 재적조합원의 의결을 통해서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만약 이러한 노조법 규정이 지부·지회 등 노동조합 하부조직에도 적용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조직형태 변경과 함께 규정하고 있는 사항들도 모두 지부·지회 등에 적용돼야 한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노조법상 총회 의결사항들에 대해서 지부·지회의 운영위원회에서 의결하거나 △지부·지회 임원의 선거 및 해임은 위원장·지부장 인준을 통해서 하도록 하거나 △본조(위원장)의 위임을 받아 지부장·지회장이 교섭해서 체결하는 지부·지회 보충협약에 관해서 지부·지회의 총회 의결 없이 하는 경우 등은 총회 의결사항에 관한 노조법 16조 위반이라고 문제 삼아야 한다. 그런데 이에 관해서 노동부가 시정명령을 추진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조차 없다. 설립신고한 단위노동조합에 대해서 적용되는 것으로 취급해 온 노조법을 조직형태 변경에 대해서만 특별히 달리 취급한다는 것은 법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노동조합의 “조폭 같은 행태”를 규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법적으로 용납해서는 안 된다. 이상이 이 나라에서 노동조합의 조직형태 변경문제에 관한 내 법적 소신이다.

4. 유감스럽게도 이 나라에서 권력이 산별노조 체계를 약화시키기 위해서 기업별노조로 전환하도록 추진했던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70년대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에 행해졌던 것인데, 분회·지부·지회 등이 노동조합으로 설립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근로조건의 결정권이 있는 독립된 사업(장)에 조직된 노동단체의 경우는 지부·분회 등 그 명칭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노조법상 노동조합으로 설립신고할 수 있도록 해서, 기업별로 조직된 분회·지부·지회 등이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설립신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분회·지부·지회 등이 노동조합 설립신고하면 단위노동조합으로 취급받게 되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하나의 권리의무 주체로서 단체인 노동조합(산별노조)을 갈갈이 찢어 놓는 제도라고 할 수 있었다. 각종 인권이 짓밟히던 유신독재시기니 그럴 수 있다고 당신은 여길지 모르겠지만,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이 제도는 노조법 시행령 7조로 그대로 남아 있어 여전히 이 나라에서 자주적인 노조운동에 커다란 장애가 되고 있다.

그리고 법원도 분회·지부·지회 등이 조직형태를 변경할 수 있다고 판결해 와서 이 나라에서 산별노조 체계는 법적으로 대단히 취약하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 이 문제는 한동안 법적으로 논란이 돼 왔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서 조직형태를 변경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대법원 2016. 2. 19. 선고 2012다96120 전원합의체 판결).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이라서 누구는 보수적으로 판결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법리를 살펴보면 수십 년간 축적된 법원 판례 법리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독자적인 규약 및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된 단체로서 활동하는 분회·지부·지회 등은 노조위원장 등의 위임 없이도 단체교섭해서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지위가 있다는 등으로, 이 나라 법원은 그야말로 노동조합에 준해서 취급해 왔던 것이라서 새롭지 않은 판결이었다.

이렇게 이 나라에서 산별노조·초기업단위로 노동자들이 단결하기가 법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산별노조 체계로 전환해서 조직을 운영한다는 것이 어려워 규약·규정을 통해서라도 단결을 유지할 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마저도 오늘은 권력이 직접 시정명령을 통해서 노골적으로 산별노조로 노동자들이 단결하는 걸 막고자 하니 이걸 지켜보는 나는 유감스럽다. 단순히 탈퇴 절차 규정이 적법·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비록 그 규정이 노조법과 상위 규약에 위반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고 보더라도 오늘 권력이 하는 시정명령은 명백히 산별노조 등 이 나라 노조운동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행태라서, 그 자체로 용납하기 어려운 ‘조폭 같은 행태’이기 때문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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