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의 위험신호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와 은행이 부동산시장 안정화와 담보물 가치를 떠받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풀면서 가계부채 총량이 불어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형편이 어려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증가하면서 이른바 ‘취약차주’ 문제가 뇌관이 되고 있다.가계부채 공식통계는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분기별 ‘가계신용’ 통계가 있다. 한국은행의 자금순환표도 가계의 자산과 부채를 집계하지만 여기에는 소규모 개인사업자와 비영리단체가 포함돼 엄격한 의미의 가계부채로는 보기 어렵다. 한은의 가계신용 통계는 은행과 비은행예금취급기
최근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근길에서 거의 매일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어느 순간만 되면 열차 안에 가득 찬 많은 이들의 핸드폰에서 일제히 알람이 울려댄다. 그렇게 나도 핸드폰을 꺼내 보면 오늘도 어김없이 폭염경보 재난 문자가 화면에 뜬다. 재난 문자는 가장 더운 낮 시간대 야외활동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지키기는 쉽지 않다. 올여름은 지난해보다 더 더운 듯하다. 매일같이 울리는 재난 문자를 받다 보니 이제는 재난 문자가 오는 게 하나의 일상이 돼버렸다. 폭염에 익숙해지는 것인지, 재난 문자에 익숙해지는 것인지 어쨌든 익숙
* 이 글은 영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올여름 극장가에서 가장 볼만한 작품은 단연코 다. 이 영화는 엄청난 규모의 대지진으로 모든 것이 파괴된 이후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황궁아파트’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온갖 인물군상과 사건들이 한국 사회를 축소한 듯 하다.삶의 공간은 정치적이고, 어떤 결정은 그 공동체의 이데올로기를 드러낸다. 재난 이후 황궁아파트에도 중요한 의사결정의 순간이 찾아온다. 아파트 안에 함께 엉켜 살던 외부인들을 내쫓을
지난 5월,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사건을 하나 맡았다. 초기 상담은 다른 사람이 했는데, 징계 수위가 ‘견책’이라고 했다. “아, 견책이요?” 난감했다. 견책은 가장 가벼운 징계다. 그러니 징계양정이 과하다는 주장은 할 수가 없다. 징계 사유 자체가 없다고 봐야, 비로소 ‘부당견책’이 된다. 그런데 이 사건의 상대방은 지방자치단체(대구 수성구)다. 구청장이 징계를 요청해서, 외부 변호사들도 여럿 들어온 인사위원회에서 징계를 결정했는데, 설마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징계를 했을까?의구심을 가지고 당사자와 노동조합을 만났다. 2020년부터
본지 7월25일자 8면 “금융안전대표 공석사태 1년 ‘시중은행 나서야’” 기사와 관련해 한국금융안전은 “현재 대표는 김석 대표이사가 직을 수행하고 있다”고 알려 왔습니다. 만성 적자경영의 책임이 김석 대표이사에 있다는 금융노조 주장에는 “매출 대부분을 발생시키는 주주은행들이 수수료를 올려 주지 않았고, 노조가 총파업 운운하며 한 주주은행 본점 앞에서 시위하는 바람에 재계약 수주 평가항목 노사안정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부득이 계약이 중단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초 임금체불이 예상됐다. 내년부터 임금체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
연일 우리는 다양한 사고와 참사를 목도하고 있다. 사실 우리 사회의 각종 시스템은 완전무결하지 않기 때문에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사고 발생 이후 윤석열 정권은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는가? 누구 하나 사과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고 있다. 소를 잃어 버리면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하는데, 이마저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게 지금의 윤석열 정권이다. 헌법 34조에 따라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함에도, 윤석열 정권은 막중한 안전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국가의 안전 책임을 도외시하는 것에서 한 발 나아가, 윤석열
학교 교육현장의 현실이 연일 화두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의 일이다. 사건 이후 현재까지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교사단체와 일선 교사들이 SNS를 통해 밝히는 교육 현장의 현실은 처참하고 경악스럽다.그래도 한 젊은이의 죽음이 어떤 변화라도 가져오지 않을까 했지만, 사건 발생 초기 주무부처가 내놓은 정책 대안은 기껏 ‘교사들에 대한 연수 강화’였다. ‘학생 인권 증진이 교권 붕괴의 원인이다’는 전통적인 발언도 역시 빠지지는 않았으나, ‘종북 주사파가 추진한 대국민 붕괴 시나리오’라는 대통령실의 발표 앞에서 완전
1945년 8월15일 일본 천황이 종전을 선언했지만, 전쟁이 끝난 건 아니었다. 만주와 조선반도에서는 소련군에 대항하는 일본군의 전투가 계속됐다. 8월15일 일본군이 전투 행위를 멈춘 대상은 미국군과 영국군이었다.일본이 무조건 항복을 받아들인 이유를 미국이 투하한 두 발의 원자폭탄에서 찾는 이가 많지만, 재일 조선인을 포함해 20만명을 대량살상한 원폭이 일제를 항복하게 만든 진짜 이유는 아니었다. 사료는 일제 항복의 진짜 이유가 소련군의 참전이었음을 분명히 한다.소련군의 대일 참전은 1945년 2월 얄타회담에서 결정됐다. 루즈벨트와
무사고 사이에 사고가 끼었다. 한 글자 작은 차이에 사고가 있다. 빵 만드는 공장 반죽기에 끼어 노동자가 죽었다. 처음도 아니다. 밥벌이 나선 사람이 퇴근하지 못해 그날 저녁 밥상에 국이 싸늘하게 식는다. 갓 지은 고봉밥 오른 제사상을 받는다. 향냄새 짙다. 그 공장엔 무사고와 안전예방 구호 새긴 형광 조끼가 많고,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 팻말도 있고, 재해 예방을 위한 두툼한 지침서도 있을 테다. 대체 무엇이 없어 한 글자 작은 차이 사고를 불렀는지 보려고 찾아간 국회의원들을 막아선 배짱이 또한 두둑했다. 정문 앞 위생모자 쓴 사
일본인 소유였던 동양방적공사는 군정 실시와 함께 귀속업체로 구분돼 소유권은 물론 그 운영도 미군정이 직접 전담한 이른바 군정 관리업체였다. 동양방적 인천공장 노동자들은 섬유노조 동양방적인천공장분회를 결성했는데 이는 당시 인천지역 내 대표적인 전평 산하 조직이다.동양방적 노동쟁의는 노동자들이 1946년 5월 노동절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결근하자 회사가 휴일인 5월5일 대체근무를 하라고 지시하면서 발생했다. 노동자들이 지시에 불복해 쟁의행위를 했는데, 회사는 조합이 태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임원을 경찰에 고발했고 경찰은 이들
1982년 8월 처음 덕유산에 갔다. 고1 친구 10여명이 텐트를 치고 10박11일을 무주구천동 계곡에서 보냈다. 스카우트 지도교사였던 수학 선생님 인솔하에 당시 거기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잼버리에 참가했다. 낮에는 더웠지만 그래도 덕유산자락에 자리 잡은 야영장은 해만 지면 시원했다. 계곡 물에 몸을 담그면 5분을 버티기 힘들 만큼 추웠다. 대만·일본 등에서 온 외국 학생들과 모닥불 피워 놓고 밤새 수다를 떨었다.이동식 화장실도 변변치 않았고, 음식도 모두 자급자족했지만 41년 전 잼버리에 참가한 학생 1만1천명 중 누구도 온열질환에
최근 지역의 단위노동조합에서는 회사측과 정년연장을 논의하고 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사관계의 기준이 되는 현대차를 비롯한 대기업 노사 단체협약을 두고 보자는 사업주들이 많은데 이들 역시 정년연장에 난항을 겪고 있다. 대법원에서 육체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보던 기존의 시각을 변경하고 정부가 정년연장 필요성을 제시했음에도 대다수 기업에서는 법적 정년인 60세를 초과해 정년을 설정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미래에 대한 노동자의 불안감과 정부의 정책적 필요로 정년연장 논의가 급부상했다. 국민연금의 수급 개시 연령인 만 65세와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쏘아 올린 이른바 ‘시럽급여’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실직으로부터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받아야 할 노동자를 ‘놀고먹는 백수들’로 둔갑시켜 버린 고용보험 ‘제도개선’ 논의가 노리는 바는 분명해 보인다. 현재보다 더 적은 실업급여를 더 받기 어렵게 만들겠다는 것이다.필자는 2018년, 고용보험위원회가 꾸린 제도개선 전문가TF에 참여한 적이 있다. 당시 TF에 참여했던 전문가·공무원 중 실제로 실업급여를 받아 본 경험자는 필자가 유일했다. 필자는 대학의 비정규 교수, 즉 ‘시간강사’가 실업을 반복 경험하면서도
A씨는 육아휴직 복귀 후 매니저에서 영업담당으로 두 단계 강등된 인사발령을 받았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은 A씨에 대한 전보발령이 부당하다는 취지로 해당 사건을 고등법원에 파기환송했다(대법원 2022. 6. 30. 선고 2017두76005 판결). 파기환송심(서울고법 2023. 4. 14. 선고 2022누49764 판결) 역시 A씨의 육아휴직 전후의 업무는 ‘같은 업무’에 해당하지 않고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로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당 판결은 대법원이 육아휴직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를 판단하는 첫 번째 기준을
위드유 서울직장성희롱성폭력예방센터(위드유센터)가 8월31일이면 문을 닫는다. 위드유센터는 서울 시민이 안전하고 성평등하게 일할 수 있도록 기업의 성희롱·성폭력 예방체계 구축을 돕고 직장내 성희롱 사건 대응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미투 운동의 영향을 받아 2020년 6월 설립했다. 성평등한 안심일터를 만들기 위한 ‘성희롱 예방교육’과 ‘컨설팅’ 지원, 피해지원 기반 강화를 위한 ‘사건처리와 ‘법률동행’ 지원, 성평등 조직문화 확산을 위한 ‘시민·기업 대상 인식개선 캠페인’과 ‘아카이브를 통한 정보제공’을 해 왔다.보도된 바와 같이 서울
1. 뜨거운 날이다. 무더위에 하는 일 없이 짜증 나는 이 하기휴가 기간에 나는 칼럼을 쓰겠다고 노동 관련 뉴스를 검색하다가 이른바 MZ노조가 노란봉투법에 찬성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지난달 25일 매일노동뉴스에서 “정부 ‘MZ노조’로 밀던 새로고침협의회 노란봉투법 찬성”이란 제목으로 내보낸 기사였다.MZ노조라니.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서 활동해야 하는 노동자단결체인 노동조합에 대해서, 어떻게 세대를 달리해 성격이 다를 수 있다고 ‘MZ’라는 것인지 아직도 나는 모르겠다. ‘MZ노조’라고 한다면, 그에 대해 MZ세대보다 나이 많
모르는 번호였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 ○○○인데 기억하시겠어요?” 벌써 몇 년이 지났지만 기억나고 말고. “당연하죠, 잘 지내셨어요? 웬 일로 제게 전화를 다 주셨을까?” 딸(편의상 A라 하자)이 해고됐는데, 궁금한 게 있어서 내가 생각났다고 했다. 잠깐의 안부를 묻고, 상담은 A와 직접 하는 것이 나으니 직접 전화 달라고 했다. 잠시 후 전화가 왔다. 사장 험담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돼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는데, 회사에서 다시 출근하라고 하니 어찌해야 하냐는 내용이다. 사장 험담으로 해고. 엇, 이거 내가 상담했던 사건
지난 5월 말 경찰은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농성 중인 노동자를 곤봉으로 직접 타격했다. 경찰의 명백한 인권유린 사건이었다. 이번 사태는 경찰의 강경진압도 문제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가 사용자의 불법을 용인하고 방치한 결과라는 점이다. 광양 유혈사태는 사측의 불법과 정부의 용인이 만들어 낸 참극이다.사건 발단은 2017년 성암산업에서 시작됐다. 200여명이 근무하고 있던 성암산업은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내하청업체로서 광양제철소 내에서 원자재 및 완성품을 운송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2017년 10월 갑자기 경영진은 적자를 이유로 성
특별사면·복권 남발 논란에도 어김없이 8·15 광복절 특사가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년을 갓 지난 윤석열 정부의 세 번째이자, 지난해에 이은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법치를 전면에 내세웠음에도 사법특혜가 이어진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특별사면은 김영삼 정부 4회, 김대중 정부에서 3회, 노무현 정부 5회, 이명박 정부 5회, 박근혜 정부 3회, 문재인 정부 4회 집행됐다. 역대 정권은 특별사면이 대통령의 권한 남용이라는 시선을 의식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면권 남용으로 사법체계가 무너지고, 정경유착 의혹이 불거지는 부작용이 반
최근에 ‘추정의 원칙’ 도입으로 근골격계질환으로 업무상질병 인정받고 있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다. 진료 현장에서나 산재자문 과정에서, 근골격계질환으로 업무상질병 인정을 받은 뒤 보통 어떤 경과를 거치는지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던 필자로서는 업무상질병 인정을 받은 이후에 어떤 치료를 받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업무상질병으로 승인받으면 으레 수술로 이어지고, 수술 후에는 통증완화를 중심으로 한 물리치료를 받을 뿐 충분한 운동치료나 재활치료를 거의 받지 못한다. 따라서 근력·근육량은 수술 이전보다 현저하게 감소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