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상범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5월 말 경찰은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농성 중인 노동자를 곤봉으로 직접 타격했다. 경찰의 명백한 인권유린 사건이었다. 이번 사태는 경찰의 강경진압도 문제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가 사용자의 불법을 용인하고 방치한 결과라는 점이다. 광양 유혈사태는 사측의 불법과 정부의 용인이 만들어 낸 참극이다.

사건 발단은 2017년 성암산업에서 시작됐다. 200여명이 근무하고 있던 성암산업은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내하청업체로서 광양제철소 내에서 원자재 및 완성품을 운송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2017년 10월 갑자기 경영진은 적자를 이유로 성암산업 매각을 시도했다. 매각 사유를 발견할 수 없었던 노조는 의아했다. 노조는 회사가 요청하면 임금동결이나 삭감 등으로 고통을 분담하려고 했다. 하지만 사측의 어떤 요청은 없었다. 당시 매출은 360억원 내외로 매년 조금씩 증가하고 있었고, 5억원 넘게 순이익도 났다. 거기에 사측은 16억원을 들여 건물을 매입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원청인 포스코가 꾸준히 일감을 제공해 적자 가능성이 없었다. 어쨌든 성암산업을 사려는 기업이 없어서 매각은 최종 불발됐다. 그러자 성암산업은 원청인 포스코에 작업권을 반납하면서까지 폐업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노조는 사측의 이런 시도가 단체교섭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판단했다. 어떤 영문인지 모르지만 포스코는 성암산업의 작업권 반납을 그대로 승인했다. 그리고 기존 성암산업이 하던 업무를 쪼개 5개 하청업체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 해고가 발생했다. 노조는 부당해고라며 반발했고 기업 쪼개기는 노동조건을 하락시킬 것이라며 파업에 돌입했다. 노사갈등이 장기화되자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중재에 나섰다. 2020년 7월 경사노위 중재로 노사는 5개로 쪼개진 회사를 ㈜포운으로 통합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통합 이후 포운은 말을 바꿨다. 고용은 승계하지만 인사권에 해당되는 임금과 노동조건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이었다. 노조는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임금인상을 위해 교섭을 요구했다. 사측이 교섭에 나서지 않자 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지만 조정은 최종 결렬됐다. 결국 2021년 11월 노조는 83% 찬성률로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노조가 파업하자 포운은 대체인력을 모집해 포스코에 제공했다. 이를 노조가 문제 삼자 포스코가 직접 대체인력을 채용했다고 발뺌했고 노사갈등은 1년 넘게 장기화됐다.

교섭회피, 부당해고, 노사합의 파기 등 사측의 불법적이고 비도덕적 행위들은 2017년부터 진행됐고 노조가 400일 넘게 파업한 이유가 됐다. 이를 방치한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다. 윤석열 정부는 법이 아니라 자신들의 기준에서 벗어나면 모든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국민의 인권을 말살하고 있다. 노조의 집회에 대해 고용노동부 장관은 “불법 현장에는 어떠한 관용도 없이 그 책임을 분명히 묻고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 노조의 노동 3권은 불법으로 매도하고 사용자의 불법은 외면하고 있다. 노조와 관련되면 불법이고 사용자가 관련되면 불법도 합법이 되는가? 자고로 노사관계 안정화는 노사자율 속에서 보조 수단으로 법이 작동해야 이뤄진다. 모든 것을 법의 잣대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이 노사관계다. 이럴 때 윤석열 정부의 레퍼토리처럼 ‘포운 노사갈등은 2017년부터 시작된 것이니 문재인 정권 탓’이라고 핑계를 대려나?

사건 발생 두 달이 지난 최근 당시 현장 지휘부가 타격하지 말라고 주문했음에도 상부 명령을 어기고 직접 타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다행히 이번 광양 유혈사태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국민참여재판은 경찰·검찰·법원이 가진 노조혐오, 편파적 시각을 조금이나마 불식시킬 것으로 보인다.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하는 배심원들이 이 사건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해 올바른 판단을 할 것이라 확신한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 (wadrg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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