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뜨거운 날이다. 무더위에 하는 일 없이 짜증 나는 이 하기휴가 기간에 나는 칼럼을 쓰겠다고 노동 관련 뉴스를 검색하다가 이른바 MZ노조가 노란봉투법에 찬성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지난달 25일 매일노동뉴스에서 “정부 ‘MZ노조’로 밀던 새로고침협의회 노란봉투법 찬성”이란 제목으로 내보낸 기사였다.

MZ노조라니.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서 활동해야 하는 노동자단결체인 노동조합에 대해서, 어떻게 세대를 달리해 성격이 다를 수 있다고 ‘MZ’라는 것인지 아직도 나는 모르겠다. ‘MZ노조’라고 한다면, 그에 대해 MZ세대보다 나이 많은 ‘늙은이노조’가 있다는 것인데, 참으로 알기 어려운 노조 구분법이다. 내가 잘 모르는 것일까. 혹시 MZ세대만 조직 대상으로 하고, MZ세대 아닌 노동자는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없도록 규약에서 조합원 가입범위를 정해 놓고 조직하고, 활동하는 노동조합인 것일까. 이렇게 나는 스스로 질문을 던져 보았다. 그동안 여러 MZ노조로 불리는 노동조합들을 상담했지만 그들은 그렇지 않았다. 단지 30대 정도로 보이는 조합원들이 노조간부로 노동조합 활동을 주도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오늘 이 나라에서는 세대를 갈라 MZ노조 운운하고 있다. 분명히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노동조합 스스로 기존 노조에 대해 차별성을 내세우고자 하는 것일 수도 있고, 혹은 정치권력이 정치적 셈법에 따라 사용하는 개념일 수 있겠다. 어쨌거나 MZ노조는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기존 노동조합들보다 젊은 노동자들이 주도해서 과거부터 해 오던 노조운동 틀에서 벗어나서 무언가 새로운 노조활동을 지향하는 노동조합으로 여겨지는 듯 취급되거나 행세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부터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 국민의당은 유독 MZ노조에는 우호적이었다. 윤석열 정부의 일부 노동정책에 관해서는 MZ노조가 찬성하기도 했고, MZ노조와 간담회를 가지면서 그 의견을 수렴해 마련하기도 했다. 그 한 예로 주 52시간제(연장근로 12시간 포함)에 관해서 고용노동부가 그 산정 단위의 기간을 현재의 주 단위에서 월·분기·연으로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을 때 MZ노조도 민주노총·한국노총 등과 마찬가지로 반대했음에도, 윤석열 정부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MZ노조를 찾아가 간담회를 갖고 의견을 수렴했던 것을 들 수 있다. 이러한 MZ노조가 오늘은 노란봉투법에 찬성한다고 했다.

2. 노란봉투법이란 현재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 야당이 주도해서 입법 추진 중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다. 실질적 지배력 있는 사업주가 사용자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고, 쟁의행위 정의에 권리분쟁이 제외되지 않도록 하며,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에 대해서 위법 쟁의행위에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해 주는 입법이라며 집권 국민의당은 반대하고 있다. 불법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해 주는 것은 법리적으로 부당할 뿐만 아니라 불법파업을 조장한다며 윤석열 정부에서는 반대해 왔다. 이런 노란봉투법 입법에 MZ노조들의 협의체인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가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매일노동뉴스 보도 내용을 보면, 협의회는 “노동쟁의 범위 확대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및 주요 선진국 입법례 등 국제사회 노동기준에 부합하고, 배상의무자별 손해배상책임 범위 산정은 민법의 대원칙인 ‘자기책임의 원리’를 좇는 것이므로 사법체계 근간과 정의 및 형평의 관념에 비추어 합당하다”고 밝혔다. ILO 87호 협약(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 11조와 98호 협약(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 4조를 이유로 들어 노조법 2조 개정안인 사용자 범위 확대 부분도 정당하다고 봤다. 한마디로 MZ노조 협의체는 국제노동기구 및 선진국 입법례 등 노동기준과 민법상 자기책임 원칙에 노란봉투법이 부합한다며 찬성 의견을 냈다는 것이다.

3. 노동조합이란 노동자인 조합원의 근로조건·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조직돼 활동하는 노동자 자신의 단결체다. 노조법 2조에서 노동조합의 정의를 보더라도, 대한민국헌법 3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단결권 등 노동기본권 보장을 보더라도 이는 명백한 노동조합의 본질 그 자체다. 그렇다면 노동자의 근로조건·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한 목적으로 조직하고, 활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노동조합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어떠한 이유로라도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서 활동하지 않는 노동조합이 있다면 그것은 노동조합으로 취급돼서는 안 되는 것이다. 여기서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서 활동한다는 것은 사용자에 대해서, 나아가 사용자를 위한 권력에 대해서 그렇게 한다는 것이고, 그것은 사용자와 협력하는 걸 목적으로 하는 노사협의회(근로자위원)와는 전혀 다르게 활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조합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하고, 파업투쟁 등 쟁의행위를 할 수 있어야 노동조합인 것이다. 이것은 MZ노조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활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노동조합이라 불러서는 안 된다. 그저 MZ세대를 참칭하는 단체로 취급해야 한다. 이것이 이 나라에서 법이 선언한 노동조합의 개념인 것이다. 이런 개념으로 보자면, 사실 이 나라에서 노동조합 간판을 떼야 하는 노동조합도 꽤 존재한다. 오늘도 사용자 자본과 권력에 기대서 활동하고 있는 노동조합들이 수두룩하다. 사업장에서 활동을 보자면, 도대체가 노사협의회인지 노동조합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노동조합 활동조차도 노사협의회처럼 사용자의 협력하기만 하니 말이다. 여기서 당신은 이 나라에서 노동조합들이 툭하면 파업이라고, 노동선진국 노조들은 그렇지 않다며 이런 내 말에 의문을 던질지 모르겠다. 이에 대해 분명히 말하고 싶다. 당신이 비교하는 노동선진국 노조들이 쟁취해 놓은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살펴보고서 말해야 한다고. 단순히 선진국법을 두고서 하는 말이 아니다. 사용자와 체결한 협약 수준을 보면, 도대체 이 나라 노조들은 무엇을 했던 것인지 자문할 수밖에 없다. 하나만 예로 들어보자. 독일 노동시간법은 1일 8시간에 주휴일 1일을 법정근로시간으로 주 48시간제로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금속노조 등 독일 노조가 사용자(단체)를 상대로 파업투쟁 등으로 쟁취해 낸 단체협약상 소정근로시간은 이보다 훨씬 적은 주 35시간 등 주 40시간 미만이고, 이러한 근로시간을 실제로 독일 노동자들은 일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 노동자들이 연간 평균 2천시간 가까이 일하지만, 독일 노동자들은 1천300시간 미만으로 일하고 사는 것이다. 이렇게 노동시간에 관한 노동자권리로 보자면 독일 노동조합은 파업투쟁을 하지 않아도 뭐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대한민국에서 노동조합은 그럴 수가 없다. 노동자(조합원)의 노동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서는 사력을 다해 투쟁해야 한다. 결코 한가롭게 노사협의회 활동처럼 그저 사용자와 원만히 협력해서는 될 일이 아니다. 이 나라에서 오늘도 수많은 노조가 노사협의회와 구별되지 않는 활동을 해 오고 있다.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로 보자면, 갈 길이 먼 이 나라에서 노동조합은 할 일이 너무도 많은데, 이른바 노동선진국 노조들과 비교해서 파업투쟁을 자주 한다고 비난할 일이 아니다. 파업투쟁이 노동자(조합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한 것이라면 말이다.

4. 이미 여러 차례 이 칼럼을 통해서 말했지만, 노란봉투법은 미흡하다. 쟁의행위의 주체, 대상, 시기와 절차, 수단과 방법 등 법적 규제는 그대로 두고서 사용자 범위를 다소 확대하고, 권리 분쟁을 분명히 포함하는 것으로 쟁의행위를 정의하고,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에 나는 불만이 많다. 하지만 미흡하더라도 입법되지 않는 것보다는 입법되는 것이 백 배 낫다. 이 나라 노동자의 자유를 위해서 말이다. 노란봉투법에 대한 내 마음을 이런 것이다. 아마도 이 나라에서 노동자의 자유를 위해서 활동하는 이들의 심정일 것이다. 여기에 무슨 국제노동기준 및 선진국 입법례 등의 기준에 부합한다느니, 민법상 자기책임 원칙에 맞다느니 하는 의견은 법률가의 검토의견처럼 한가하게 들린다. 국제기준에 부합하든 말든, 민법상 책임 원칙에 맞든 말든 그것이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하는 것이면 노동조합이 나아가야 하는 길이고, 찬성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 MZ노조의 노란봉투법 찬성의견 발표를 읽는 내 소감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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