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철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 대표
      (흥국해복투 의장)

특별사면·복권 남발 논란에도 어김없이 8·15 광복절 특사가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년을 갓 지난 윤석열 정부의 세 번째이자, 지난해에 이은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법치를 전면에 내세웠음에도 사법특혜가 이어진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별사면은 김영삼 정부 4회, 김대중 정부에서 3회, 노무현 정부 5회, 이명박 정부 5회, 박근혜 정부 3회, 문재인 정부 4회 집행됐다. 역대 정권은 특별사면이 대통령의 권한 남용이라는 시선을 의식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면권 남용으로 사법체계가 무너지고, 정경유착 의혹이 불거지는 부작용이 반복돼 온 것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광복절 특사 역시 ‘경제살리기’를 명분으로 재계 총수들의 일괄 사면을 언론에 흘리면서 여론을 탐색 중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무전유죄·유전무죄라는 사회적 허탈감을 안겨 줄 재벌 특혜가 법치를 강조하는 정권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의 사면복권이 집중 거론되면서 이들의 사면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나 재계 총수로서 대한민국의 80년 사법체계에 씻을 수 없는 ‘유전무죄’의 패악을 남긴 이호진 전 회장의 사면복권은 절대로 단행해서는 안 된다. 이호진 전 회장은 희대의 ‘황제보석’으로 사법체계를 형해화하고, 반복된 사익편취로 여전히 검찰 등 정부 감독기관의 수사를 받고 있으며, ‘정경유착’ 사법로비 의혹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국민에게 이렇듯 분명하게 박탈감을 안긴 이 전 회장의 사면·복권은 사법정의와 공정사회에 대한 명백한 부정으로 역사에 남게 될 것이다.

그룹 총수의 복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태광그룹은 지난해 특별사면 직전에 12조원 투자와 7천명 신규채용을 약속해 ‘면죄부 흥정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역설적으로 그 이후 태광그룹은 그 정반대의 경영행보를 이어 왔다.

대규모 투자를 공시한 지 6개월이 넘도록 그룹 내부에서 추진되는 사항은 전무하며, 태광산업측이 약속했던 주주설명회조차 일방 취소된 채 지금껏 한 차례도 진행되지 않았다. 신규채용 7천명 약속은 지난 6개월간 태광산업과 흥국생명의 희망퇴직과 해고 등 감원의 칼바람으로 되돌아왔다. 불과 며칠 전인 지난달 25일에도 주요 계열사에 희망퇴직이 공지됐을 정도다. 이뿐 아니라 경제살리기라는 정부의 특별사면 명분과는 반대로 태광그룹은 수개월 전 주요 사업이던 방적부문을 철수하는 등 직원 감축뿐 아니라 사업 자체를 축소하고 있다.

태광그룹은 황제보석 외에도 숱한 정경유착 의혹과 국가적 금융 파동, 환경 재난까지 심각한 국민적 반감을 일으켜 왔다. 국내 최대 민간 방사성 폐기물을 20여년간 은폐하고, 수년째 정부의 이전계획을 지연시키고 있다. 지난해에는 흥국생명 채권사태로 국가 경제 전반에 위기를 가져오는 등 그 위해가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섰다.

올해 4월 대법원은 태광그룹의 김치·와인 일감 몰아주기 사건에 대해 하급심을 뒤집고 이호진 전 회장의 관여 및 지시를 인정했다. 검찰은 관련 사건에 대해 이 전 회장을 불기소했던 판단을 재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골프장 회원권 강매 의혹’으로 시민사회에 의해 추가로 고발된 사건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에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 전 회장이 특별사면에 포함될 경우 사법처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논란마저 일 소지가 다분하다.

이렇듯 태광그룹에 대한 사법 리스크, 오너 리스크는 현재진행형으로 이호진 전 회장에 대한 사면·복권은 정경유착·유전무죄·특혜 논란의 기화점이 될 것이다. 사법체계를 비웃으며 호화 전관 변호인단의 비호 아래 구속집행을 7년이나 회피한 황제보석의 장본인에 대한 특별사면·복권은 법치주의에 대한 자해로 역사에 남게 될 것이다. 재벌 총수의 면죄부 흥정에 무릎을 꿇은 정부의 오명으로 남게 될 것 또한 자명하다. 법치주의 확립과 공정성·형평성에 입각해 재계 총수 특사 역시 옥석을 가려야 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