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민주노총 등이 한국 정부가 노동 탄압을 하고 있다며 카리 타피올라 ILO 사무부총장(근로기준 담당)을 찾아 직접 제소장을 전달했다. 이날 타피올라 사무부총장은 제소 절차상 민주노총 등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특별 요청을 해왔다. 한국 기자들과 따로 만나고 싶다고. 뜻밖이었다.

타피올라 사무부총장은 기자들을 따로 부른 이유를 “단결권과 파업권의 국제기준에 대한 설명을 하고 싶다”는 말로 우선했다. 국내 모 일간지에 “소마비아 사무총장 인터뷰 기사에서 ‘공무원노조의 단결권과 파업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기사가 나갔는데 정확한 게 아니어서 설명을 하려는 것이었다.


그는 “단결권은 ‘모든 이’가 노조를 결성할 수 있는 권리”라며 “내 조국 핀란드에선 고위급 공무원, 경찰, 심지어 군장성까지도 노조를 결성·가입 한다”고 소개했다. 다만 ILO 결사자유 협약에선 파업권은 일정한 제한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국가의 권한을 ‘직접’ 행사하는 공무원의 경우 제약할 수 있다고 보지만 꼭 제약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공무원의 기능이 국가를 ‘직접’ 운영하는 엄격한 의미에서 파업권 제한이 가능하다는 의미라는 것. 또한 파업권을 제한하려면 “반드시 협의와 협상을 통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피올라 사무부총장은 “한국의 공무원은 노조 결성의 권리가 있고 결사의자유위원회의 분명한 입장”이라며 “일괄적이고 포괄적인 파업권 제약은 ILO 협약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성숙한 노사관계는 기존 노조의 합법성을 인정하는 과정을 통해 성립돼야 한다고 본다”며 “정부가 특정노조를 불법으로 보더라도 ILO 원칙상 그 노조가 정당성을 갖고 있다고 본다”고 이미 존재하고 있는 현 공무원노조의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지난 3월 국내 노동계와 노동부간 뜨거웠던 ‘직접 개입’ 공방에 대해 타피올라 사무부총장은 “노조가 ILO에 자기 상황을 제시했을 때 (ILO가) 그 정보를 보고 우려를 정부에 전달하는 것을 ‘직접 개입’이라고 본다”며 “‘직접 개입’의 형태는 서한 전달, 비공식 접촉 등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ILO 사무국은 한국 정부에 노무관 소환, 우려 전달 등 여러 형태로 ‘직접 개입’을 했음을 밝혔다.

타피올라 사무부총장은 “행자부 지침에 대한 자료를 노동계로부터 받고 한국 정부에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달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우리가) 행자부 지침을 보니 여러 측면에서 결사의 자유 원칙을 위배하는 부분이 있었고, 이런 결론을 한국 정부에 전했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지난 1일 한국 노동계가 한국 정부를 ILO에 정식 제소하면서 이제 사무국의 ‘직접 개입’의 여지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ILO(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과 ILO사무국(International Labour Office)은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무국은 한국 정부의 심각한 문제점에 대해 지적해왔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 된다면 ILO 조직의 의사결정기관 중 하나인 결사의자유위원회가 입장을 낼 수 있다”며 “이는 사무국이 밝히는 내용보다 최종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사무국은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입장을 전달해왔으나, 이제 제소가 됐으니 ILO 결사의자유위원회에서 한국정부의 행자부 지침 등에 대해 강력하고 최종적인 결론이 내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타피올라 사무부총장은 한국 정부에 중요한 말을 남겼다. 그는 “현재 상황은 10년 전과는 달라졌고 이 같은 과정들은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라며 “다만 이 과정에서 걱정되는 것은 충돌과 대립이 발생하고 문제가 생기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ILO 결사의자유위원회가 어떤 결론을 내리고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명확히 잘 들었으면 좋겠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사무국은 한국 정부에 자문·협력할 수 있는데 이것이 진행되려면 한국 정부의 요청이 있어야 한다”며 한국 정부의 적극적 태도를 촉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