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민주노총 등은 ‘행자부 지침’ 등에 따른 정부의 노조활동 ‘탄압’에 대해 지난 4월 ILO 제소를 추진했다. 이미 지난 3월22일 ‘불법단체 합법노조 전환(자진탈퇴) 추진지침’에 따라 각 지자체마다 신속히 지침이행이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노총 등은 ILO 사무국의 ‘직접 개입’ 등의 약속을 듣고 일단 ILO 제소를 보류했다. 카리 타피올라 ILO 사무부총장은 지난 3월말 한국대표단과의 면담과정에서 “시급한 대응이 필요하다면 (행자부 지침의) 제소장 제출 전에라도 ‘직접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 등은 ILO 사무국의 약속을 믿고 당시 제소를 미뤘으며 ILO 사무국은 제네바 주재 한국 노무관 소환, 한국 정부에 ILO 협약 위배 사실 등을 알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 사안에 대한 ‘직접 개입’을 해왔다.

이와 함께 민주노총 등은 ILO 아태총회도 염두에 두고 제소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1년 연기 뒤 개최되는 것인 만큼 제소를 보류하는 등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던 것.

그러나 한국 정부는 ILO 사무국의 ‘직접 개입’에도 불구하고 개선의 태도를 보이기는커녕 자진탈퇴 유도, 사무실 폐쇄 등 더욱 강도 높은 ‘탄압’을 해왔다고 민주노총 등은 판단하고 있다. 심지어 ILO 아태총회가 열리는 순간까지도 노조사무실 폐쇄를 강행하는 것을 보면서 더 이상 ILO 제소를 미룰 수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ILO 한국 사정 잘 알고 있어”…“노조 하반기 강력한 투쟁” 
결국 공무원노조 조합원 자진탈퇴를 유도하고 있는 한국 정부가 ILO에 제소됐다.


지난 1일 기자회견에 참여했던 한석우 공무원노조 부위원장(사진·전 부산본부장)을 만나 한국 정부를 노동 탄압으로 제소하게 된 이유를 들어봤다.


- 당초 지난 4월 제소하려다가 미루고 ILO 총회 중 제소를 하게 된 배경은.
“사실상 한국에서 ILO 아태총회를 하니까 정부에 9월까지 기회를 준 것이다. 그동안 ILO를 통해 협상의 여지가 열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부는 ‘개전의 정’이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더 강력한 수준으로 노조활동에 개입했다. 더구나 ILO 총회 기간 중 사무실 폐쇄를 강행하는 노동탄압은 명백하게 ILO 정신을 위배하는 일이다.”

- 그동안 공무원노조는 ILO 사무국 측에 계속 신속한 대응을 요청해왔다. ILO 사무국측은 한국 상황을 잘 알고 있는가.
“한국 정부의 공무원노조에 대한 대응 내용을 잘 알고 있다. 충분히 한국 상황을 이해하고 있더라. ‘행자부 지침’은 정상적 행위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것이 결사의 자유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고 한국 정부에 통보까지 하며 우려를 전달했다.”


- 그동안 정부와의 대화를 했나. 정부의 태도 변화는.
“정부 태도에 대해서는 관료사회의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직접지시를 내리면 지자체는 그대로 따라가야 한다고 본다. 말 안 들으면 교부세 지원을 끊겠다는 ‘신중앙집권’적 태도가 문제다. 이런 행정체계의 문제로 정부의 태도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다.”


- 이번에 ILO 제소를 했다. 앞으로 계획은.
“현장 조합원은 정부의 탄압에 분노하고 있다. 이를 동력으로 하반기엔 강력한 투쟁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국제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행자부의 비상식적은 탄압에 맞서 싸울 것이다. 현재 국제공공노련(PSI)는 이미 결사체가 만들어진 것은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지난달 31일 전 가맹조직에 한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할 것을 요청한 상태다. 또한 PSI는 2주 전 남아공에서 대의원대회를 열어 한국 정부에 항의하는 ‘특별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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