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방법원이 행정자치부 지침에 의해 22일 전국적으로 시행될 예정인, 전국공무원노조 사무실 강제폐쇄 방침에 제동을 걸었다.

춘천지법은 지난 20일 공무원노조 원주시지부가 낸, ‘행정대집행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지법은 “신청인(원주시지부)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인정된다”면서 “집행정지로 인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자료도 없다”고 중단 이유를 밝혔다.


원주시의 경우 지난해 7월 조합 사무실 제공과 자동이체 방식으로 조합비를 징수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내용으로 노사가 합의했다. 김기열 원주시장이 합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원주시지부에 사무실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김 시장은 ‘공무원노조특별법 시행(올해 1월) 이후에도 사무실을 제공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조건없이 사용하게 하겠다”고 다시 확인시켜줬다. 이같은 정황이 춘천지법의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인 사무실 강제폐쇄를 앞두고, 원주는 노사간 충돌이 예상되는 유력한 지역이었다. 이번 춘천지법의 결정으로, 원주시는 사무실 폐쇄 절차를 중단했다.

행자부 지침 현장에선 인권침해
부산 사상구 "해외연수 보내려면, 노조탈퇴 확인서 필요"
행정자치부는 지난 3월, ‘불법단체 합법노조 전환(자진탈퇴) 추진지침’을 내린 이후 ‘확행 지침’, ‘사무실 폐쇄 지침’, ‘노조 가입 공무원 불이익 조치 지침’ 등 추가로 많은 요구를 각 지자체-기관에 하고 있다. 행자부의 이 ‘지침’들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부작용을 보여주는 사례가 부산 사상구에서 발생했다.


지난 7월13일 행정자치부가 내린 ‘불법단체(전공노) 가입 공무원 불이익 조치 협조’ 공문에는 구체적으로 불이익 사항을 예시했다. 예시 내용은 △정부포상, 장관표창 등에서 추천배제 △해외연수 대상자 선발시 제외 △지방공무원의 행자부 파견 및 전입제한 등의 조치 등이다.


이 지침이 공개된 이후 ‘해외연수 가는 것과 행자부 파견가는 게 조합원 유무가 무슨 관련이 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탈퇴 확인서 = 전향서"


사상구청은 ‘불이익 조치 지침’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노조 탈퇴 ‘확인서’를 요구해 무리를 빚고 있다.


이 확인서에는 “소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사상지부에서 자진 탈퇴하는 것과 함께 조합비 등 일체의 CMS(자동이체) 납부를 중단함은 물론, 향후 공무원 관련법령을 준수하겠다”는 내용을 확인하고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독재 정권이 양심수들에게 강요했던 전향서와 뭐가 다르냐”면서 펄쩍 뛰었다. 맹주천 노조 법률팀장(변호사)는 “인권에 대한 침해이며,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고 말했다.


"연수 갈 수 있는 길 터주려 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 확인서를 직원들 요구한 사상구청 쪽 반응. 최영환 사상구청 총무과장은 “노조나 직원을 억압할 의도가 없었다”면서 ‘억울함’을 토로했다. “10월 말경에 해외 배낭연수가 계획돼 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신청자를 받고 있었다. 행자부가 7월에 보낸 공문을 보면, 노조 조합원은 보낼 수 없게 돼 있다. 억압하려는 게 아니라 직원들이 연수를 갈 수 있는 길을 터주기 위한 조치였다. 확인서를 내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자진탈퇴의 위법성 여부가 우리가 판단할 사항이 아니다. 행자부에서 내려왔다.”


유광일 공무원노조 사상구지부장은 “전 직원에게 이 확인서가 공람됐다”면서 “행자부 지침에도 확인서까지 받으라는 내용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인권침해 누가 보상하나"


맹주천 팀장은 “행자부 지침 자체가 비논리적이고 말이 안 되는 부분이 많았다”면서 “지자체 현장에선 불법적인 형태로 왜곡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맹 팀장은 “인권과 양심의 자유를 고려하지 않고 내린 지침으로 인해 개별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어떻게 보상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사상구의 경우는 첫 사례가 아니다. 원주의 경우 자동이체로 조합비를 납부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개인 통장을 확인하고 해지확인서를 징수해 지난해 문제가 터진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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