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과 생명안전행동 등 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정의당 의원들과 함께 지난달 30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연장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당정이 50명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유예 법안을 추진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기존에 제시한 법안 논의 조건을 재차 강조했다. 정의당과 진보당은 반대 당론을 확실히 할 것을 민주당에 요구했다.

민주당, 3가지 원칙 재차 강조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정이 50명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유예에 민주당이 동의한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일부 언론이 이에 동조한 것에 강하게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2년 유예를 논의할 수 있는 3가지 원칙과 중소기업들이 실제로 요구하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통과하지 않으면 법안 논의는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3가지 조건은 △2년간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실시할 준비를 하지 않은 정부의 사과 △2년간 매분기 구체적 산업현장 안전 계획과 재정지원 방안 마련 △2년 뒤에는 반드시 법을 추진하겠다는 정부와 경제단체의 공개 입장 표명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은 중소기업이 공동행위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내용으로, 중소기업이 단체행동을 통해 대기업과의 관계에서 협상력을 가지도록 하려는 취지다.

홍 원내대표는 “당정에서 저에게 와서 설명하거나 만남을 제안한 적이 없다”며 “성의 있는 태도 변화와 구체적 안을 갖고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일하러 나갔다가 사망사고로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노동자가 매일 7명”이라며 “민주당과 제가 추구하는 사회는 돈보다 사람이 중심인 사회”라고 말했다.

여야, 주요 법안 처리 위한 2+2 협의체 가동

하지만 다른 야당과 양대 노총은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기업 눈치를 보며 법안을 통과시킬 수도 있다는 이유다. 여야는 이날 오후 주요 법안 처리를 위해 양당 정책위의장과 수석부대표로 구성된 ‘2+2 협의체’를 가동하기로 했다. 여기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중소기업협동조합법과 함께 논의될 전망이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부대변인은 “민주당이 오전에 입장을 밝혔지만, 노동에 대해 일관적 원칙이 있다기보다 상황에 따라 입장이 달라지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반대 입장을 당론으로 정하라”고 요구했다. 홍성규 진보당 대변인은 “민주당에서 수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니 논란이 되는 것 아니냐”며 “(통과될 수 있다는) 신호를 계속 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민주당은 논의 가능성을 열어 줘선 안 된다”며 “국민의 생명안전을 포기하려는 정부와 여당에 맞서 야당이 할 일은 부실한 안전보건규제를 강화하고 법원이 올바른 판결을 내리도록 촉구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이 법개정을 강행 추진하고 민주당이 총선 거래용 논의를 시작하면 더욱더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당정은 지난 3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50명 미만 시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2년 유예하는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 산재를 방치한 기업운영을 범죄로 인식하고, 기업이 적극적인 산업안전보건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것이 뼈대다.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50명 미만 사업장은 내년 1월27일까지 적용이 유예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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