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중대재해전문가넷)가 지난 1월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앞에서 두성산업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기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홍준표 기자>

법원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재계는 경영책임자를 규정한 조항 등이 모호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 판단으로 힘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 법조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재판부 “일률적 결정은 기업 특수성 반영 못 해”

창원지법 형사4단독(강희경 부장판사)은 지난 3일 두성산업측이 신청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기각했다. 법원이 법률의 위헌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할 경우 위헌 여부 결정이 있을 때까지 재판이 정지되기 때문에 노사정의 관심이 쏠렸다. 두성산업 대표는 지난해 2월 독성물질이 함유된 세척제를 사용하면서도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노동자 16명에게 급성중독 피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두성산업측이 지난해 10월 위헌을 제청하며 주장한 내용을 전부 받아들이지 않았다. 두성산업측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법 4조1항1호) △과잉금지의 원칙(법 6조2항)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이 불명확하다고 주장한 조항은 중대재해처벌법 4조1항1호 중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과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 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에 관한 조치’다. 변호인단은 “유해·위험·안전·보건과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과 조치는 가변적이고, 판단 주체에 따라 의미와 내용이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해당 조항이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두성산업측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기업은 각기 다른 유해·위험 요인을 가지고 있어 안전보건 확보의무는 다를 수밖에 없다”며 “유해·위험 요인을 통제하는 수단이나 방법을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은 입법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고, 오히려 이를 일률적·획일적으로 정하는 것은 기업들의 특수성을 반영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의미다.

노동계 “작은 사업장 적용유예 시도 중단”

‘과잉금지 원칙’에도 반하지 않는다고 봤다. 두성산업측은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한 법 6조2항이 과도하다며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법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고의로 위반해 중대재해가 야기된 경우만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어 법률 조항이 직업수행의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방법 또는 수단의 적절성과 피해의 최소성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갖췄다고 판단했다. ‘평등의 원칙’ 관련해서도 법 조항이 다른 범죄자와의 관계에 있어 헌법상 평등의 원리에 반하지 않는다고 봤다.

노동계는 위헌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며 환영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당연한 결과”라며 “정부는 50명 미만 사업장의 유예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의 의무를 매우 구체적으로 정해 명확하고 하한형을 규정한 다른 범죄들과 비교해 봤을 때 처벌 수준이 과하다고 볼 수도 없다”며 “소모적인 위헌 시비는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불씨는 남아있다. 법원이 신청을 기각하더라도 청구인이 기각 결정 통지 30일 이내에 헌법소원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총수가 처음으로 기소된 ‘삼표그룹’측도 위헌 신청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독성물질이 함유된 세척제로 16명이 급성 중독 증상을 보여 기소된 두성산업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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