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정부 사과와 산업안전 대책 등을 내놓으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개정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개정안 처리 여부를 두고 민주당으로 쏠리는 부담을 정부·여당으로 넘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세 가지 조건을 바탕으로 해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겠다”며 전제조건을 설명했다. 세 가지 전제조건이란 정부의 공식 사과, 산업안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재정지원 방안, 2년 연장 후 중대재해법을 모든 기업에 적용한다는 경제단체의 확실한 약속 등이다. 홍 원내대표는 “유예될 경우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등을 포함해 산업 현장의 안전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와 달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중대재해처벌법 2년 추가 유예 카드를 검토하는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소기업 사장들의 표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중소기업 공동교섭권 관련 법안도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와 함께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고용노동부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처리를 국회에 요청하면서 중소사업장 지원대책도 내놨다. 노동부는 안전관리자를 채용하는 5명 미만 사업장에 2년간 월 150만원의 인건비를, 지역 협회 등이 공동안전관리자를 채용하면 인건비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안전관리자 수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50명 미만 사업장을 찾아가는 안전관리자가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시적·일부 인건비 지원이라는 점에서 소규모 사업장이 비용 부담을 감내할 것인지도 확실치 않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산업안전 컨설팅을 강화하겠다는 지원책을 내놨다. 정부는 조만간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의 50명 미만 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한편 30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을 상정할 경우 국회 법사위 차원의 중대재해처벌법 논의는 한동안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공산이 크다. 정부·여당이 민주당의 전제조건을 수용할 가능성도 현재는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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