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이 지난 5일 오전 국회 본관 계단에서 노조법2·3조 거부권 행사 규탄 및 중대재해처벌법 50인(억) 미만 적용유예 연장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고용노동부가 50명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2년 더 유예하는 법안 처리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을 두 차례 만나 설득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부가 계획으로 내놓은 안전보건관리 인력 양성과 활용 지원 사업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소기업 재정지원 대책 사업은 기존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사업의 나열에 불과했다. 민주당이 3가지 조건으로 제시한 데 대한 답변으로 보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매일노동뉴스가 6일 노동부가 민주당을 설득할 목적으로 국회 민주당 환경노동위원회에 보낸 ‘50인 미만 기업 중대재해처벌법 추가 적용유예 관련’ 문건과 민주당 정책위원회에 보낸 ‘중대법 관련 50인 미만 기업 지원 현황 및 향후 계획’을 단독 입수해 살펴봤다. 민주당은 당정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논의하고 싶으면 △정부의 사과 △향후 법 시행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예산지원 방안 마련 △2년 연장 후 적용유예를 다시 요구하지 않겠다는 경제단체의 약속을 세 가지 전제로 제시한 바 있다.

구체적 계획 요구했더니
“로드맵 제시하겠다”는 노동부

노동부는 민주당이 요구한 구체적 계획을 제시하지 못했다. 50명 미만 사업장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 시급하니 이를 여러 사업을 통해 지원하겠다는 말이 전부다. 정책위에 보낸 문건을 살펴보면 “범정부 지원대책 마련을 통해 구체적인 로드맵(2년)을 제시하고, 중소·영세기업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총력 지원”을 ‘계획’으로 제시했다.

민주당은 이런 로드맵이 만들어지고 발표되기까지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린다고 본다. 지금도 2기 내각 및 대통령실 인사로 관련 논의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최상목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내정했다. 최상목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장관이 될 예정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노동부는) 현재 기재부 장관 교체 등으로 50명 미만 사업장 지원 계획 발표 시기조차 조율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한다”며 “정부 안에서 논의가 사실상 중단 상태”라고 진단했다.

안전관리자 채용시 지원금 지급
사업장 0.06%만 대상 … 지원 끝나면 해고?

노동부가 기업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지원하겠다며 내놓은 사업 중 가장 눈에 띄는 사업은 안전보건관리 인력 양성과 활용 지원이다. 안전관리 인력 채용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지원금을 주는 게 핵심이다. 노동부는 노사 모두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50명 미만 사업장이 안전관리자를 채용시 2년 한시로 월 150만원을 지급하고, 지역협회와 단체 등에서 다수 사업장을 관리하는 ‘공동안전관리자’ 채용시 같은 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각각 200억원, 136억원 배정을 예상했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높다. 안전관리자 채용 혜택을 받는 대상은 전체의 약 0.1%에 불과하다. 150만원을 2년 한시로 지급하는 경우, 지원을 받는 사업장은 555개에 한정된다. 83만개 이르는 50명 미만 사업장 중 0.06%만 해당된다는 의미다. 공동안전관리자는 이보다 지원금이 적다. 관련 법령 정비가 없으면 현장 점검이나 조치에 대한 권한도 없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업이 종료되면 그나마 있던 안전관리인력의 채용도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 중소기업에 안전관리인력 채용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에 따르면 적용유예 연장시 안전관리인력을 채용하겠다는 답변은 5.4%에 그쳤다.

노동계는 일제히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대상 인원도 적고, 중소기업 참여도 불투명하며, 법적 근거도 없어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대로 진행되는 인력 지원은 예산 집행의 실효성과 투명함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이렇게 명백하게 한계가 있는 사업을 노사가 요구한다는 표현으로 생색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노동과 세계
▲ 노동과 세계

나머지 사업은 “재탕”
이수진 “의미 없는 답변 그만”

노동부는 이외에도 기존에 50명 미만 사업장에 제공하던 지원을 확대하는 입장을 내놨다.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운영을 위한 컨설팅, 교육을 제공하고 노후화 설비 교체와 스마트 안전장비 보급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기존 사업의 재탕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민주노총은 “안전관리자 활용지원 사업 외에는 기존의 대책을 반복 집행하는 것”이라며 “동일한 사업을 다시 2년 동안 시행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중대재해가 줄지 않는 현실이 기존 지원사업의 효과가 없다는 방증”이라며 “숫자만 높게 설정하고 실적을 맞추기 위한 행위보다는 실질적인 사업운영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환노위 야당 간사인 이수진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민주당 정책위는 이미 부정적이라는 결론을 낸 상태다. 홍익표 원내대표가 제시한 3가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보고, 확실한 답변이 오기 전까지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법안을 상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이수진 의원은 “구체적인 계획을 가져 오라 했더니, 노동부 계획은 향후에 마련할 테니 우선 법부터 통과시켜 달라고 한다”며 “의미 없는 답변이 아니라 책임 있는 사과와 약속, 구체적 계획 수립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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