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의 민주노총 부위원장(사진 왼쪽)과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사진 오른쪽)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금속노조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50명 미만 문제점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노동과 세계>

정부와 국민의힘이 50명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더 유예하려하자 노동계가 “무력화 시도를 중단하라”며 반발했다.

“노동자 민생은 어디로 갔나”

민주노총은 4일 오후 서울 중구 금속노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결정한 당정을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이날 성명을 내고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단순히 사람 수로 차별하는 것은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이 아니다”며 “중대재해처벌법 50명 미만 사업장 적용유예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2021년 1월26일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은 부칙에는 “50명 미만인 사업장은 공포 후 3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2024년 1월27일부터 50명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 법이 적용된다. 하지만 당정은 지난 3일 고위협의회를 열고 80만개의 중소기업이 준비되지 않았다며 지난 9월 임의자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추진 의사를 밝혔다. 개정안에는 50명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를 2년 더 연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당정은 50명 미만 사업주의 처벌을 회피하기 위해 ‘민생’이라는 말을 사용했다”며 “50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민생은 어디로 갔냐”고 반문했다. 이어 “지난 3년(2020년~2022년)간 산재 사망자 6천375명 중 63%가 50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였고 사고사망자 2천584명 중에서는 50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가 80%를 차지했다”며 “50명 미만 사업장에 적용유예를 연장하는 것은 ‘버티면 된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법을 통째로 무력화하는 개악 추진”이라고 비판했다.

“‘준비 안 됐다’는 정부 주장 거짓”

민주노총은 “80만개 중소기업이 준비가 안 돼 있다”는 당정의 주장은 “설계된 실태조사에 기반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5월 발표한 ‘중소기업 중대재해처벌법 평가 및 안전관리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5명 이상 50명 미만 사업장 재직자 2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59.2%의 응답자가 “2024년 1월27일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준수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중기중앙회가 8월 발표한 ‘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실태 및 사례조사 보고서’에서는 5명 이상 50명 미만 중소기업 재직자 892명 중 80%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다. 동일한 조사 기관, 비슷한 질문에서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된 것이다.

최명선 실장은 “5월 발표된 조사는 업종과 지역을 안배했으나 8월 발표한 조사는 제조업이 대부분이고 임원 중심의 설문조사였다”며 “적용유예 연장을 요구하기 위한 실태조사가 설계된 것 같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민주노총은 “더불어민주당의 적용유예 연장 논의는 총선을 앞둔 정치거래”라고도 비판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 공식 사과 △법 시행을 위한 준비 계획과 예산 지원 방안 △2년 유예 후 반드시 시행하겠다는 정부와 경제단체의 공개 입장 등 3개 조건을 전제로 유예안을 처리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최 실장은 “논의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정부 대책과 예산 지원 대책은 범위와 한계 제시가 없고 80만개 중소기업 사업장의 준비가 어느 정도여야 한다는 기준도 없다”며 “노동계와 대화 없이 민주당이 적용유예를 위한 전제조건을 발표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5일 오후 국회 앞 결의대회를 열고 국회 앞 농성에 돌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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