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전기 1기가와트시(GWh)를 생산할 때 석탄은 탄소를 평균 888톤 배출한다. 같은 화석연료인 석유(733톤)보다 많다. 태양광(85톤)·수력(26톤)·풍력(26톤)과는 비교가 어렵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발전소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다. ‘탈원자력발전’ 또는 ‘탈탈원전’을 두고 논쟁이 거센 사이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를 위한 대책 논의는 매번 공론장에서 탈락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3년 뒤 폐쇄하는 태안석탄화력발전소를 찾아 직종별 비정규 노동자 5명을 인터뷰했다.<편집자>

가주환(55·사진)씨는 태안석탄화력발전소에서 시설관리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다. 가씨는 개인적인 이야기 대신 발전소 폐쇄와 기후위기 문제를 더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이해 당사자인 우리가 기후위기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해요.”

그는 기후위기에 관심이 많다. 분리수거는 그가 생활에서 실천하는 환경운동이다. “테이프를 떼지 않고 종이상자를 버리면 난리를 치는 그런 성격이에요. 우리는 자연을 빌려서 쓰는 거잖아요. 그래서 환경을 개선하진 못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보전해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해양오염 같은 문제도 자주 다큐멘터리나 글을 보곤 했죠.”

그런데 아뿔싸 가씨가 일하는 곳이 바로 석탄화력발전소다. 발전소 안에서 가씨처럼 생각하는 노동자는 생각보다 많았다. 최근 이들은 태안화력 내에 최근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모임’ 이른바 ‘정태모’를 결성했다. 1차 하청과 2차 하청 노동자가 모인 정태모는 기후위기에 관해 공부하고 토론한다. “정태모를 만들고 기후위기에 관련한 유튜브 영상도 보고 토의도 하면서 많은 자료를 접하다 보니 뼈저리게 느껴졌어요.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는 게 아프더라도 대응해야 하는 일이라고요.”

정태모는 노동자 이야기만 하는 곳은 아니다. 지역주민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기후위기와 발전소 폐쇄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씨는 “태안 내의 시민들, 상인들 다 문제인데 이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부터 잔디까지 발전동 제외 건물·부지 관리

발전소 폐쇄에 적극 찬성한다는 가씨도 발전소가 문을 닫으면 고용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정년이 코앞이라 상관없다고 말하는 가씨는 재취업이 어려울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 가씨는 “(발전소가 문을 닫으면) 지역 서비스업종 취업밖에 답이 없는데 지방 특성상 재취업할 곳이 많지도 않고 교육을 받아 옮기는 것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선택지는 농업이다. 그는 “태안화력을 폐지하면 다른 곳의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 사업권을 수주하든지 할 것”이라며 “그러나 다른 곳에 사업을 따면 지역에 기반을 둔 노동자가 그쪽으로 이사를 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재교육을 아무리 지원하고, 취업을 보장해 준다고 해도 이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가씨가 발전소 일을 시작한 건 2014년으로, 올해 9년차다. 비정규직이 그렇듯 가씨도 협력업체 소속으로 일하다가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으로 2019년 1월1일부터 한국서부발전 자회사인 코웨포서비스㈜에서 일하게 됐다. 청소노동자와 특수경비·시설·소방방재 노동자가 함께 일한다. 출근시간은 8시30분이고 퇴근시간은 6시다. 하루 휴게시간(정오~오후 1시)을 제외하면 8시간30분을 일하는 셈이다. 대신 매주 금요일마다 3시에 퇴근하는 유연근무제를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발전소 시설관리업무는 발전소 건물과 부지를 관리하는 일이다. 제설작업을 할 때도 있다. 제설작업을 할 때는 더 일찍 출근한다. 구체적으로 △건축 △전기 △기계 △조경으로 구분한다. 발전기 터빈 같은 이른바 ‘발전동’을 제외한 모든 건물과 부지를 관리한다고 보면 된다. 전기 배선을 뜯거나 고치고, 잔디나 조형물을 관리하는 것도 모두 가씨와 동료들의 일이다.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회사, 계약직 신규채용 꺼냈다”

발전소 폐쇄의 영향은 다른 직종에 비해 다소 제한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각 발전소 폐쇄는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2025년 12월에는 태안화력 1·2호기가 폐쇄되지만 3호기와 4호기는 각각 2028년, 2029년 운영을 멈춘다. 2032년에는 5·6호기 폐쇄가 예정돼 있다.

순차적으로 폐쇄하다 보니 발전소 건물과 부지는 유지한다. 가씨는 “자회사와 발전사가 시설관리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면적과 시설에 대한 관리계약을 체결한다”며 “파워동은 관리계약 대상에서 제외돼 각 호기 폐쇄에 따라 시설노동자를 시급히 감축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피해가 없진 않다. 가씨는 “각 호기를 폐쇄할수록 일자리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LNG 같은 에너지원으로 전환한 발전소를 지역에 다시 설치한다고 해도 그게 태안화력 부지가 아니라면 시나브로 고용은 위태로워지고 질도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순차적 폐쇄 과정에서 피해는 상대적으로 덜할지언정 완연한 폐쇄 흐름에서 고통을 분담하게 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코웨포서비스 존립도 불투명하다. 코웨포서비스는 서인천복합화력발전소와 평택화력발전소·군산복합화력발전소 그리고 한국서부발전 본사에 각각 사업소를 두고 있다. 복합화력발전소는 석탄화력을 폐쇄하고 LNG로 전환한 발전소들이다. 당장은 고용을 유지하겠지만 LNG발전소 퇴출시점인 2030년이 되면 이마저도 위태롭다. LNG는 석탄과 비교해 탄소 배출량이 적지만 그래도 배출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서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과도기적 단계에 불과하다. 결국 서부발전 본사 정도를 제외하면 유지가 불가능해진다.

사용자쪽도 이런 사정을 알다 보니 비정규직 채용을 검토하기도 했다고 한다. 신규채용은 계약직으로만 해서 일종의 ‘범퍼’로 쓰자는 얘기다. 가씨는 “비정규직 채용 이야기가 실제로 나온다”며 “발전소가 폐쇄되더라도 자리는 유지할 수 있겠지만 노동환경 후퇴를 걱정해야 할 상황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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