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전기 1기가와트시(GWh)를 생산할 때 석탄은 탄소를 평균 888톤 배출한다. 같은 화석연료인 석유(733톤)보다 많다. 태양광(85톤)·수력(26톤)·풍력(26톤)과는 비교가 어렵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발전소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다. ‘탈원자력발전’ 또는 ‘탈탈원전’을 두고 논쟁이 거센 사이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를 위한 대책 논의는 매번 공론장에서 탈락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3년 뒤 폐쇄하는 태안석탄화력발전소를 찾아 직종별 비정규 노동자 5명을 인터뷰했다.<편집자>

한전KPS와 발전소 정비사업 경쟁을 하는 금화PSC는 직원 1천191명(2022년 기준)의 대기업이다. 이 가운데 절반(50.8%)인 605명이 석탄화력발전소 정비 분야 7개 사업소에서 일한다. 태안화력에서 일하는 박종현(35·사진)씨도 그중 한 명이다.

2011년에 입사해 벌써 햇수로 13년차가 됐다. 통상 발전정비 분야에서 10년을 넘기면 고급 기술자로 분류한다. 정비업체는 발전소 정비 입찰시 등록 기술자 규모를 적어 내는데 박씨는 개중에서도 당당히 상단에 이름을 올리는 경력자에 속한다.

그는 금화PSC의 당진석탄화력발전소에서 처음 정비업무를 했다. 당진화력 3~6호기 정비를 맡았는데 당시 재계약이 안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고 한다. 그러면 인원을 줄여야 한다. 그는 밖으로 눈을 돌렸다. 금화PSC의 다른 사업 영역인 열공급 사업부문으로 옮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산에너지사업단 정비업무에 배치됐다. “재계약이 안 될까 봐 선제적으로 (사업부를) 옮겼어요. 다뤄 보지 않은 설비를 만질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2년 정도 일했는데 갑자기 금화PSC와 LH 간 계약이 종료됐다. 그의 외도(열공급부문)도 끝났다. 2015년 일이다. 다시 당진화력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정원이 다 차서 어려웠다. 그래서 온 곳이 태안화력이다. 경기도 평택 출신인 그는 태안이 지리적으로 멀게 느끼지 않았다고 했다. 게다가 당시에는 발전소 폐쇄 같은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2011년 입사할 당시에도 다들 발전소니까 오래 다닐 수 있고 정년도 보장되고 본인만 열심히 하면 평생직장이 될 거라고 얘기했어요. 인식이 그랬죠. 저도 친구 2명이랑 같이 금화PSC에 입사했어요. 요새 발전소 폐쇄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이 일을 계속해야 할지, 아니면 다른 직종으로 옮겨야 할지 고민이에요. 근데 막상 옮기자니….”

그는 ‘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얘기는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발전정비 기술자로서 자부심까지 버릴 수 없지 않냐는 듯.

세분화한 정비업무 “발전과 기계정비 전문성 달라”

정비는 기계정비, 전기정비, 발전정비 등으로 나뉜다. 당연히 박씨의 기술은 발전소에 특화한 업무다. 태안화력에서 그는 5·6호기 터빈 본체 정비를 했다. 발전소 정비는 단순히 풀린 너트를 조이는 단순 작업과는 거리가 있다. 일상적인 예방순찰활동과 결함시 경상정비를 지속하면서 정해진 일정에 따라 해당 호기의 발전을 아예 멈추고 완전히 해체하는 계획예방정비를 실시한다. 계획예방정비는 대대적인 행사라 발전소 앞 도로를 공사차량이 꽉 매울 정도라고 한다. 외부인력도 다수 투입된다.

일상적인 예방순찰과 경상정비도 만만히 볼 수 없다. 단순하게는 기름이 묻었거나 소음이 나는 등 예방순찰 중 간단한 결함을 발견하면 조치하지만, 조치 수준을 넘어서면 간이공사를 실시한다. 발전기 고장은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5개 발전사 불시정지 기간은 2017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73.6일, 발전 손실비용은 78억2천300만원이다. 박씨는 “발전소 기계부품이 모두 수명이 정해져 있어 시도 때도 없이 정비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발전정비는 다른 정비와 성격이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발전정비 숙련인력이라도 다른 정비업무에 능숙한 것은 아니다. 도구는 쓸 줄 알지만 정비 대상의 속성을 모르기 때문에 시행착오와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박씨는 “발전정비 기술을 갖고 다른 정비 분야로 옮긴다고 해도 잘 적응할지 모르겠다”며 “친구들이 간혹 옮기곤 하는데 전반적으로 적응을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2025년 12월 태안화력 1·2호기 폐쇄를 시작으로 줄잇는 발전소 폐쇄로 쏟아질 발전정비 인력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막막한 상황이다. 준비는 하고 있을까.

발전소 폐쇄 소식에 이탈 줄잇고 신규채용은 막혀

“발전뿐 아니라 자동차도 전기차 전환으로 인력을 감축하니까 충남도가 이런 인력을 대상으로 일자리 박람회를 연 적이 있어요. 그런데 가 보니 대책이 없더라고요. 아산에 아이스크림 공장이 있으니 아산 사람들은 거기 취업하라고 하고, 태안에도 공장이 있으니 그쪽으로 취업하래요. 임시방편이죠. 걱정이 더 되더라고요. 태안화력을 폐쇄하면 사람들은 정말 갈 곳이 없어요.”

회사 규모가 큰 금화PSC는 아직은 노동자 재배치 여력이 있다는 평가다. 그렇지만 7개 사업소 605명 규모를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다. 불가피하게 정년퇴직 또는 계약해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청년노동자로서 걱정이 앞선다. “저 같은 2030세대는 일을 계속해야 하는 나이잖아요. 발전소가 문을 닫아 버리면 이직할 수밖에 없는데 걱정이에요. 계획도 솔직히 없어요.”

이탈은 이미 시작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발전소 폐쇄에 앞서 먼저 발전소를 떠나는 인력이 차츰 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신규채용이다. 사양산업에 새로 발을 디딜 노동자는 없다. 박씨는 “발전정비 분야에 취업을 준비하더라도 발전소를 폐쇄한다고 하는 뉴스가 줄잇는데 누가 오겠느냐”며 “부서회의에서 항상 사람이 모자라 일이 많고 업무에 부하가 많이 걸린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직하는 이들을 잡을 수는 없다고 한다.

그는 이직시 소실되는 전문성에 대한 아쉬움을 짙게 드러냈다. 박씨는 “발전소를 폐쇄하면 갈 수 있는 곳은 그나마 전기정비”라며 “도구를 잡던 가락이 있으니 금방 익숙해질 수 있겠지만 그래도 10년간 일한 전문성이 사라지는 것이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발전소 2030세대 노동자는 결혼도 하기 쉽지 않다. 해고의 시간이 다가오는데 결혼을 계획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박씨는 “요즘 다 비슷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내가 관두면 관뒀지 발전소가 폐쇄할 줄은…”

화력발전 정비를 주력으로 하는 금화PSC도 사업의 미래가 달린 터라 아예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열공급 같은 사업도 더 하고, 최근에는 다른 발전소 정비를 늘리려는 시도를 한다고 한다. 박씨는 “현실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도시쪽의 열병합 발전소를 수주하고 있다”며 “사업 다각화 노력이 보이고 있긴 한데 불안하다”고 말했다. 열병합 정비기술을 또 배워야 하는 터다.

정말 발전소가 폐쇄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자 그는 박씨는 “내가 그만두면 그만뒀지 발전소가 폐쇄된다는 이야기가 나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며 한숨 쉬었다. 그러면서 “유튜브 영상편집자 할까요?” 하고 되물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다른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발전소) 없어지면 뭐 하고 먹고살래 가끔 물어요. 우스갯소리로 장사한다고 하기도 하고 유튜브 영상편집을 배우겠다고도 해요. 재밌을까 싶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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