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 기자

재난은 불평등하다. 코로나19가 새긴 교훈이다. 기후위기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달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고 문재인 정부가 확대했던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줄이고 원자력발전 발전 비중을 높이기로 결정했다. 두 정부의 차이는 뚜렷하지만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기조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이곳 노동자에 대한 소홀한 대책도 계승했다.

고용불안 ‘한전KPS>자회사>1차 하청>2차 하청’ 순

노동자 사이에서도 고용형태에 따라 기후위기는 불평등한 불이익을 준다. 공공운수노조·발전산업노조·발전비정규노조 전체대표자회의의 의뢰로 사회공공연구원이 수행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비정규 노동자의 고용안정 방안연구’에 따르면 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불안정성은 하청 단계가 내려갈수록 강화했다.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은 “3개 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불안정성을 보면 한전KPS 하청, 자회사 청소, 2차 하청, 운전 1차 하청, 정비 1차 하청, 자회사(경비·시설), 한전KPS, 원청 정규직 순으로 구분할 수 있다”며 “이는 원청 정규직과 자회사·한전KPS, 1차 하청, 한전KPS 하청을 포함한 2차 하청 순으로 위계화한 원·하청 고용형태의 위계적 구조가 발전소 폐쇄를 통해 심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2021년 8천278명이던 발전소 비정규직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거치면서 지난해 8천204명으로 줄었다. 발전소 폐쇄 과정에서 재배치한 비정규직은 423명, 정년퇴직한 비정규직은 10명, 계약해지한 비정규직은 58명이다. 나머지 6명은 발전소 폐쇄와 무관한 사유로 퇴사했다.

경상정비 직종을 보면 한전KPS는 비정규직 1천486명 가운데 115명을 재배치했다. 1명이 정년퇴직했다. 1차 하청은 재배치 49명, 정년퇴직자가 2명이다. 2차 하청부터는 재배치 9명, 계약해지 14명으로 퇴사자가 더 많다. 2차 하청 가운데 한전KPS 하청은 재배치나 정년퇴직이 아예 없고 38명이 발전소 폐쇄 과정에서 모두 계약해지됐다. 한전KPS는 전국 61개 사업소를 운용하고 있어 재배치가 상대적으로 용이했다. 이런 결과는 발전소 폐쇄가 거듭될 때 1차 하청 이하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발전소 재배치 계획 “1차 하청과 협의 중” 표현 ‘궁색’

사정이 이런데도 노동자 재배치를 위한 거버넌스는 존재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연구진은 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의 향후 발전소 폐쇄 일정에 따른 전환 계획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허구적”이었다고 밝혔다. 전주희 연구원은 “일부 발전사는 2차 하청의 재배치 계획을 처음부터 1차 하청의 몫으로 돌리고 있다”며 “발전사와 각급 하청 간 발전소 폐쇄와 관련한 집단적 재배치 계획이나 이를 논의할 구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석탄화력발전소의 연료운전·탈황·회처리에 집중된 하청사 직무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라 과도기적 전환 대상인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에는 불필요해 재배치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지속해서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되면 1차 하청 간 입찰경쟁이 격렬해질 전망이다. 전주희 연구원은 “현재 2차 하청 계약해지가 이뤄지고 있지만 새 물량을 따내지 않으면 재배치는 매우 빠른 시간 안에 1차 하청 노동자에게도 선별적으로 진행되거나 집단적 해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간은 많지 않다. 발전소 폐쇄 계획은 2025년부터 본격화한다. 같은해 12월 태안석탄화력발전소 1·2호기가 문을 닫는다. 이듬해에는 보령석탄화력발전소 5·6호기와 삼천포석탄화력발전소 3·4호기, 하동석탄화력발전소 1호기가 폐쇄한다. 이어 △2027년 삼천포 5호기, 하동 2·3호기 △2028년 태안 3호기, 삼천포 6호기, 하동 4호기 △2029년 당진 1·2호기, 태안 4호기, 동해 1·2호기 △2030년 당진 3·4호기 △2031년 하동 5·6호기 △2032년 태안 5·6호기가 가동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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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년짜리 연구용역 발주해 ‘골든타임’ 허비”

발전 비정규직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사실상 지금이 기후위기 대응과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골든타임’임에도 정부가 느긋하게 연구용역이나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억8천500만원짜리 탄소중립에 따른 전통에너지 산업의 영향 분석 및 대응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연구기간은 12개월이다.

발전 비정규직은 4월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대규모 기후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계획이 나왔고 관련한 영향도 2021년 이미 정부 연구용역으로 파악했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노동자 전환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정부는 또다시 연구용역을 발주했는데 뒤늦은 연구용역보다 당사자인 발전 비정규직을 포함한 사회적 대화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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