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서울 대한문 앞 농성장에 살림이 부쩍 늘었다. 식구도 늘었다. 빠진 건 땀이며 몸무게 따위. 정리해고 철회와 노조탄압 중단을 위한 단식농성이 6일째다. 선풍기 두어 대 털털 돌아 바람이 부는지 마는지. 빼곡히 들어앉은 사람들 열기에 천막이 후끈 달아올랐다. 비 그치고 된더위 찾은 18일 진보진영 39개 단체가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집 떠나 멀리도 부산에서, 연인은 손 부여잡고 밤을 보냈다. 쏟아지던 빗속이 아니라도 축축 젖어들던 여름밤, 걷고 뛰며 둘은 내내 살가웠다. 저 멀리 크레인 조명 아스라이 깜박일 때, 빗물인지 눈물인지 흘러 눈을 껌벅였다. 막아선 차벽 쏟아지던 물대포에 또 눈물인지 콧물인지 흘러 눈을 깜박였다. 때론 졸린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배 짓던 이용대(사진 오른쪽)씨가 7일 대학생 벗을 만나 웃는다. 서울 한진중공업 본사 앞에서다. 한솥밥 인연은 언제고 반가운 법. 영도조선소 생활관 농성 당시 멀리 서울에서 찾아온 반가운 얼굴이란다. 밥을 여러 끼 해 먹였다고. 눈물 많던 그 친구가 안 그래도 눈에 밟혔는데, 이렇게 또 만나니 기찻길이며 버스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최저임금 공익위원안에 반발해 지난 5일부터 최저임금위원회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6일 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향하던 경영계위원을 막아선 채 언쟁을 하고 있다. 정 수석부위원장은 "심의위원직을 사퇴한 경영계가 복귀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회의에 참여하려는 것은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주룩 죽, 그칠 줄 몰라 '짱나'. 장대비 장난이 아니라고, 장탄식이 여기저기. 전선이 북상해 2011년 장마, 세종로에서 사람들 모두 우산 쓰고 도로를 지난다. 1천원 하는 우비 휘날리며 누군 장화를, 더러 고무신을, 때론 슬리퍼를 신었다. 흐르는 것이 빗물뿐이더냐, 한 무리 깃발 군중이 장강을 이뤄 거기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장맛비인들, 철퍽 앉아 집회를 이어 갔다. 서울시청 광장에서 노동자대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농민·학생단체 회원들과 함께 세종로 길에 눌러앉았다. 경찰은 애초 행진을 불허했다. 해산경고 방송에 참가자들은 광장을 되찾았을 뿐이라고 응수했다. 최저임금 현실화·노조법 재개정 목소리가 29일 광장에서 높았다.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청와대를 향했다. 엎드려 절절, 세 걸음마다 꼬박 징이 울었다. 장맛비가 투둑 툭, 땀방울이 또로록 지난 길 아스팔트를 적셨다. 노우정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박자은 한대련 의장이 고행길 옆 지기 청해 발걸음 맞췄다. 반값 등록금 실현·최저임금 현실화 요구는 조끼에 적어 말없이 다만 절했다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유난했다. 마이크 앞에 선 엄마는 자꾸만 울었다. 틈틈이 아이를 품어 달랬다. 놓칠세라, 기자들 자리다툼이 치열했다. "진보매체 기자들이 눈을 벌겋게 뜨고 달려든다"며 보수매체 기자들은 투덜댔다. 하지만 눈물 앞에 누구랄 것 없어 그들 역시 분주했다. 눈물을 찍었다. 추적추적 눈물이 좀처럼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반포대로 왕복 8차선 도로 곁 펄럭이던 비닐이며 은박자리. 사람 서넛 가끔 지나던 인도 구석, 서초경찰서 벽에 기댄 농성장은 남루했다. 침낭 두어 개 임자 없이 뒹굴어 노숙 처지를 알렸다. 현수막 두어 개 펄럭여 사정을 전했다. 볕에 그을려 까맣던 손으로 주인장(46)은 믹스커피를 건넸다. 무서울 건 별로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왼쪽 한 번, 오른쪽 한 번을 두루 향했다. 왼편에서 여기요, 오른편에서 저기요. 사진기자들 요구에 좌우로 도리질 바빴다. 진부한 '포즈'에 파르르, 입술이 떨렸다. 꿈쩍 않고 웃었다. 좌고우면 살피느라 진통이 길었다. 진보통합은 자주 멀었다. 손 꼭 잡아 진통을 나눴다. 밤샘 산통 끝 결실을 널리 알렸다.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공 하나면 신날 때다. 전력질주 내달려도 숨 가쁜 줄 모르는 산소탱크, 너는 어린이. 5월은 과연 푸르구나. 공중부양 찰나의 시간에도 쑥쑥 너는 자라겠지. 순간을 잡아 멈출 건 사진뿐이니 달려라 꼬마, 세상 끝까지. 달려라 하니는 늙었을 테니 그래 너는 서울 어디 공원 아스팔트를 누비는 지성 박. 세상 누구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상차림은 간소했다. 준비랄 것도 없다. 잠시 머물 곳, 노제였다.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 문 앞에 12일 다시 향내 짙었다. 촛대와 향로 따위 공장 밖 지부 사무실에 갖춘 지 오래다. 능숙히 상 차려 술을 따랐다. 유가족이 오래 울었고 지켜보던 이들은 꺽꺽, 오래 참았다. 입을 앙다물었다. 눈물도 나지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구경났다. 으뜸가는 재미가 싸움구경이라고, 그중에도 백미는 육탄전이다. 다 큰 어른들이 한낮에 엉겨붙어 다툼이다. 국회 앞마당이다. 소수 야당 의원들은 이리저리 떠밀렸다. 동참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바닥에 뒹굴었다. 펼침막이 구깃구깃 난리 통에 수난이다. 한·EU FTA 졸속처리를 규탄한다고 거기 적혔다. 국회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현수막이 장벽인 양 빈틈 없어 젊은 배달 노동자는 멈췄다. 길이 없다. 시간이 없다. 피자는 식는다. 30분 배달제는 사라졌대도 시간싸움이 여전하다. 피자 배달하던 또래 김군의 죽음 뒤에서다. 싸움에 나선 이들을 힐끗, 근로복지공단 정문 앞에 잠시 머물렀다. 부르릉 곧 내달렸다. 그 자리, 산재보험 개혁 외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한껏 낮춰 아스팔트 가까이, 절은 깊어 고행이다. 하지만 바람 깊어 절은 시위다. 삼보일배를 수차례, 제자리 가만 서고 엎드려 이젠 백만배를 센다. 수조원 규모의 론스타 '먹튀' 논란만큼이나 천문학적이다. 징이며 북소리 뿐, 오래 가만 절한다. 금융위원회를 등진 채다. 론스타와 하나금융의 매매계약 파기를 요구했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머지않은 미래, 지구인의 모습이렷다. 방독 마스크 두꺼운 필터가 버거워 헥헥. 잔뜩 찡그려 한 숨을 해냈다. 노란 우비 꽁꽁 싸매도 불안을 덮긴 어려웠다. 위험한 수준이 아니라고 정부는 되뇌었다. 위험하다고, 시민사회는 되물었다. 방사능비가 내렸다. 핵발전은 안전하다고 정부는 재차 말했다. 의혹만이 켜켜이,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거칠 것 없어 꽃만 보고 올랐다. 꾸부정 다리 후들후들 한참을 버텨 찰칵. 찍고 감고 맞추고 누르고. 초점이 삐끗, 노출이 어긋. 봄바람 살랑 불어 흔들리는 꽃잎에 애가 탄다. 나무를 탄다. 폰카 디카며 크고 비싼 것 다 두고 그 옛날 수동 카메라다. 판소리 앞서 지루히 단가 부르듯 찰칵, 찍고 감고 맞추고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꽃이 피었고 분수가 솟았다. 아이는 팔짝, 이리 걷고 저리 뛰었다. 행여 놓칠까, 손 꼭 붙든 엄마가 내내 바빴다. 벤치 앉은 젊은 연인은 제집인 양 안고 속삭였다. 사진을 찍었다. 파란 눈 사람이 더러 지났다. 네거리 건너 양복 차림 사람들이 스마트폰 든 채 오갔다. 하품을 오래, 눈을 부볐다. 14일 광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12일 오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회의실이 북새통이다. 국회를 오래 출입한 사진기자는 "교과위에 이렇게 많은 기자가 몰린 것은 처음 본다"며 놀라워했다. 이윽고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이 나타났고 파바박 카메라 플래시가 사방에 연방 터졌다. 기자들은 자리 잡기 무한경쟁에 내몰렸다. 땀이 줄줄, 밟히고 눌려 비명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살아 꽃구경 몇 번이나 하겠느냐며 큰 맘 먹고 나선 길. 가죽신이 반짝, 아까워 몇 번 신지도 않았을 새 신을 신고 제일 멋진 옷을 차려입었다. 선글라스며 스카프로 포인트도 잊지 않았다. 비행기 뜨고 내리던 그 옛날 모래섬 여의도에 11일 봄꽃 축제 선다기에 지하철 두 번을 갈아타고 찾았다. 그런데 아뿔싸,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