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나 멀리도 부산에서, 연인은 손 부여잡고 밤을 보냈다. 쏟아지던 빗속이 아니라도 축축 젖어들던 여름밤, 걷고 뛰며 둘은 내내 살가웠다. 저 멀리 크레인 조명 아스라이 깜박일 때, 빗물인지 눈물인지 흘러 눈을 껌벅였다. 막아선 차벽 쏟아지던 물대포에 또 눈물인지 콧물인지 흘러 눈을 깜박였다. 때론 졸린 눈 껌벅이면서 연인, 긴 밤을 더불어 살폈다. 꿈적 않던 옹벽에 뎅겅, 오작교 끊겨 저편 홀로 외롭던 이가 다만 근심일 뿐, 관심 어린 눈빛을 밤새 나눴다. 경찰 방패, 곤봉이며 최루액 물대포가 무섭대도 관심이라면, 사랑이라면 거칠 것도 없어라.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절망의 버스 차벽 앞에라도 안고 들어 활짝 웃는 '인증샷'을 남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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