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73년 만에 따뜻한 봄기운이 한반도에 피어나고 있다. 1945년 해방 이후 2개의 정부가 수립되면서 시작된 불행한 역사, 그리고 냉기로 가득했던 한반도에 이제 막 봄날의 아지랑이가 피어나고 있다. 생경해서 차라리 비현실적인 TV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 먹먹함과 함께 눈시울이 붉어진다.단순히 민족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세계 정세를 보자. 우경화와 신민족주의가 득세하는 상황이었다. 난민을 적대하고 우리끼리 잘살자는 신민족주의 정당이 전 유럽을 휩쓸었다. 트럼프와 시진핑, 푸틴의 대립을 보며 역사학자들은 1차 세계대전 직전 상
방송스태프의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노동조건은 제작형태가 비슷한 영화제작 현장과 자주 비교된다. 방송제작 현장과 달리 영화노동자 노동환경이 ‘영화산업 표준근로계약서’ 보급으로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노동자 노동환경 개선은 영화산업에 표준근로계약서 사용·보급을 약속한 ‘대한민국 영화산업 발전 및 영화근로자의 고용과 복지 증진을 위한 노사정 이행협약’ 체결과 이행으로 가능했다. 그런데 이행협약에 참여한 영화진흥위원회와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2월 이후 지금까지 자율적 협약이라는 이유로 실행을 기피하고 있다. 협약을 파기한
회사 정문 앞 출근하던 발걸음은 멈춰지고, 서성거리기를 반복합니다. 정문을 넘어서면 가슴이 턱 막혀 오고, 머릿속은 복잡해집니다. 몇 번이나 도망치듯 발걸음을 되돌리기도 했습니다. 2018년 들어 불과 한 달 사이(1월10일과 30일, 2월1일) 세 명의 노동자가 심장마비·뇌졸중으로 쓰러졌습니다. 우리 회사는 충남 아산과 충북 영동에 위치한 유성기업, 현대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는 업체입니다.2015년 금속노조 유성지회 조합원 43.3%가 중증우울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시급하게 치료가 필요한 11명에 대해 치료기관
태국 양심수 소묫 프늑사까셈숙(57)씨가 4월30일 석방됐다. 군사쿠데타 세력에 체포돼 ‘왕실모독죄’라는 이유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지 꼭 7년 만이다. 이날 아침 8시 방콕 레만드감옥 앞에서 그의 가족과 국내외 지지자 100여명은 꽃다발을 전하며 출소를 환영했다.노동운동가이자 언론인이었던 소묫씨는 2011년 4월30일 군사쿠데타 정권에 의해 체포됐다. 2013년 열린 재판에서 형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무려 11년형을 선고받았다. 소묫씨는 2010년 5월에도 ‘비상사태법’ 위반을 이유로 군대 막사에 3주간이나 구금됐던 적이 있다.
2015년 9월 인천 부평역 인근 공사장 타워크레인이 철길로 전도돼 지하철 이용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지난해 5월1일 노동절에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작업 중이던 대형 크레인끼리 충돌해 무려 2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고층건물을 많이 지으면서 크레인 의존도가 커졌다. 그러나 이 중요한 건설기계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환경은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정부는 타워크레인 사고가 잇따르자 지난해 11월16일 ‘타워크레인 중대재해 예방대책’을 발표했다. 국회에서도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이 ‘전문
“문재인 정부는 완전 친노동 정부다.” 지인들이 만난 자리가 편해서일까. 아니면 노동계 사람이 앞에 있으니 의도적으로 한 말일까.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에서 한자리 차지한 그들은 자리가 무르익을수록 본심을 드러낸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를 거쳐 최저임금 인상 문제에 이르니 흔히 들을 수 있는 반론을 펼친다.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을 들먹이니 심지어 “문재인 미친 XX”라고 한다. “그래 봤자 어차피 대통령은 5년 임기 계약직 아니냐”고 한다.소득주도가 아닌 소득도주!비공식 자리 뒷담화라면 좋겠지만 정부 정책에 대한 재벌자
한국지엠 사태 이후 벌써 노동자 2명이 죽음을 선택했다. 지난 7일 이아무개(부평 조립2공장)씨가 희망퇴직을 신청한 후 집 근처 공원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최근 폐쇄를 결정한 군산공장 고아무개(군산 조립부)씨 역시 24일 집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또 다른 노동자 김아무개(부평 조립1공장)씨는 10일째 행방불명 상태다.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 돌이켜 보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당시 29명의 노동자와 가족이 죽음을 선택해 사회적인 충격을 준 사건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제너럴 모터스(GM)가 구조조정 일환으로 ‘희망퇴직
최근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서조차 없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갑작스럽게 입법예고됐다. 입법예고 전에 으레 거치는 전문가·노사단체 의견수렴 절차 없이 졸속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전면개정에 따른 시행령·시행규칙 등 하위법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이후인 현재까지 초안조차 만들어지지 않다는 점이다. 관계공무원들이 과연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이번 사건은 정권이 바뀌어도 공무원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공무원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는 사례다. 산업안전보건법을
지난 2일 부산 해운대 엘시티 추락사고로 건설노동자 4명이 목숨을 잃었다. 건설노조는 5일 국회와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앞에서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건설노동자를 추모하고 건설현장 안전을 기원하는 안전기원제를 한다.이번 사고를 보면 필자가 노조에 막 가입했던 때 발생한 일이 떠오른다. 2011년 1월이었다. 크레인 조종사였던 동료가 열이 40도까지 오르는 상황에서 작업 교체를 요청했다. 하지만 크레인이 작업을 멈추면 모든 공정이 중단된다는 이유로 요청은 묵살됐다. 끙끙 앓으며 일하던 동료는 피를 토하고 의식을 잃은 채 병원에 실려 갔다
건설현장이 점점 고층화·대형화·기계화되면서 수십미터 상공에서 작업을 하는 타워크레인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타워크레인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의 갑질 행위에 대한 시선이 따갑다. 한 보수언론은 “위험한 일에 대타 조종사를 보낸다”거나 “월급 외 매달 1천만원을 가져간다”며 ‘타워크레인 고공 갑질’이라고 비난한다. 건설업종 일각에서는 “드디어 터질 게 터졌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상황이 이렇다고 크레인 없이 건설공사를 원만하게 할 수 있느냐고 질문하면 딱히 대안도 없다. 크레인 조종
노동자에게 하루 18~20시간, 주당 70시간 또는 8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을 무제한으로 가능하게 하는 대표적인 노동적폐 악법 '노동시간 특례 59조'가 단 한 자도 달라지지 않고 살아 있다. 정치공방과 졸속 근로기준법 개악 논의와 엮여 국회 논의가 표류되면서 노동자·시민의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정부·정치권은 언제까지 죽음의 방조자가 될 것인가.근로기준법 59조 노동시간 특례제도의 법 제도적인 문제점은 누누이 지적돼 왔다. 첫째, 1961년 도입 이래 사업주 이익만을 앞세운 규제완화로 '공익요건, 정부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이 지난해 12월29일 개정된 ‘뇌혈관질병 또는 심장질병 및 근골격계질병의 업무상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산재 인정기준 고시)에 근거해 종전 불승인됐던 산재 사건도 다시 청구하면 새로운 고시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한다. 다만 “산재 소멸시효가 남아 있고 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나오지 않은 사건”에 한한다는 단서를 달았다.개정 인정기준 고시의 주된 내용을 살펴보면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평가한다는 내용이 신설됐다. 근무의 양적·질적 요소에 따라 업무부담
건설현장 99%가 남성노동자들로 이뤄져 있다. 새벽에 건설현장으로 출근을 하면 여성 건설노동자들은 옷 하나 제대로 갈아입을 곳이 없다. 건설현장에는 여성노동자를 위한 화장실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이동용 간이화장실이 전부다. 문 앞에 ‘여성용’이라고 적혀 있지만 건설현장 노동자들이 대부분 남성노동자라서 남녀 화장실 구분 없이 마구 들락거린다. 타워크레인 조종사 대기실이 있는 현장에서도 딱히 남녀 구분이 없다.대기실도 탈의실도 없는 현장에서 여성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에게 조종석은 탈의실이고, 대기실이다.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은 보
지난주 대한민국은 꽁꽁 얼어붙었다. 매일 최저기온을 갱신한 기록적인 맹추위와 싸워야 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에게 혹한기훈련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추억이다. 요즘 같은 추위에는 혹한기훈련도 제한되거나 축소된다.필자가 사는 서울의 최저기온도 섭씨 영하 17도, 체감온도는 영하 23도로 정점을 찍었다. 하루 대부분을 밖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이번 겨울은 어떠했는지를 살펴봤다.#1. 지난달 13일 대한항공 자회사 한국공항에서 수하물작업을 하던 이기하 조합원이 탈의실에서 작업복을 갈아입다 쓰러져 돌아가셨다. 부검의는 “과로와 극심한 스
영화 이 화제를 끌고 있다. 영화는 1987년 6월에 수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모이는 것으로 끝난다. 그러나 그 이후 역사는 참 씁쓸했다. 민주항쟁의 결과로 개헌이 이뤄졌지만 정치권끼리 밀실개헌에 그쳤다. 대통령직선제 도입은 이뤄졌지만 그것뿐이었다. 민주주의 기본인 선거제도는 건드리지 못했고, 법관이 독점하는 사법권력도 그대로였다.그리고 2016년 가을부터 촛불이 일어났다. 세계 많은 나라 시민혁명이 그랬고 4·19 혁명과 87년 6월 항쟁이 그랬듯이 시민혁명은 헌법 개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가의 기본 틀을 정하는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이후 4차 산업혁명은 갑자기 미래의 먹거리, 국제경쟁력 유지·강화의 유일한 기반으로 평가되고 있다. 신기술의 경제적 잠재력 실현이라는 기술·경제논리에 모든 사회·정치 주체가 복종해야 한다는 규범적 당위성이 몰아치고 있다.그런데 경제적 합리성이라는 규범이 강해질수록 노동의 관점에서 대안 마련 요구도 커지고 있다. 기술·경제물신주의가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하는 데 채 2년이 걸리지 않은 것이다.국내외 다양한 전망 결과에 따르면 경제와 노동세계의 기술적 재조직화는 생산요소, 직업·직무, 고용형태에 막대한 영
2017년 9월2일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 열렸던 전교조 77차 임시대의원대회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기간제 교사들의 정규직화를 반대한 중앙집행위원회 결정을 재확인한 자리였기 때문이다. 최소의 연대에 해당하는 지지 선언이 무참히 무너졌다. 그날 거기에서 기간제 교사 동지를 만났다. 입구에서 피켓을 들고 정규직화를 지지해 달라고 외치는 그들이 보였다. 조합원 자격이 아니라 참관 자격으로 참가하고 있는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대표도 회의장 안에서 만났다. 나는 거기에서 기간제 동지들은 계약기간 동안만 조합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필수유지업무제도로 민간항공사 노동자 쟁의권을 제한한 지 10년이 지났다. 항공재벌을 견제할 최소한의 장치가 사라져 항공운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항공전문가·법조인들이 항공운송사업 필수공익사업 지정 폐해를 지적하는 글을 보내왔다. 3회에 걸쳐 싣는다. 나는 대한항공 조종사다. 기본권인 파업권을 제한당하고 있는 민간항공사 소속 노동자다. 지난 2년간 조종사노조 조합원으로서 사측의 무책임한 불법경영과 안전인력 투자 축소에 맞서 싸웠다. 노조는 파업도 감행했다. 그러나 별로
필수유지업무제도로 민간항공사 노동자 쟁의권을 제한한 지 10년이 지났다. 항공재벌을 견제할 최소한의 장치가 사라져 항공운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항공전문가·법조인들이 항공운송사업 필수공익사업 지정 폐해를 지적하는 글을 보내왔다. 3회에 걸쳐 싣는다. 대한항공은 1962년, 아시아나항공은 1988년 설립돼 항공시장을 독점적으로 지배해 오다 2008년 진에어·이스타항공 등 저가 항공사가 항공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체제로 전환됐다. 경쟁체제로 전환되기 전까지 국내 여객수송분담률을 보면 2008년 대한항
필수유지업무제도로 민간항공사 노동자 쟁의권을 제한한 지 10년이 지났다. 항공재벌을 견제할 최소한의 장치가 사라져 항공운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항공전문가·법조인들이 항공운송사업 필수공익사업 지정 폐해를 지적하는 글을 보내왔다. 3회에 걸쳐 싣는다. 항공운수사업은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있다. 정비사·객실승무원·조종사 등 국내 항공사 소속 대다수 노동자들의 파업을 제한한다. ‘공익’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항공사 노동자들의 기본권인 쟁의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2016년 12월 대한항공 조종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