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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석방된 태국 노동운동가 소묫씨] 방콕에도 민주주의 봄이 오기를 기대하며강연배 보건의료노조 선전홍보실장
   
▲ 강연배 보건의료노조 선전홍보실장

태국 양심수 소묫 프늑사까셈숙(57)씨가 4월30일 석방됐다. 군사쿠데타 세력에 체포돼 ‘왕실모독죄’라는 이유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지 꼭 7년 만이다. 이날 아침 8시 방콕 레만드감옥 앞에서 그의 가족과 국내외 지지자 100여명은 꽃다발을 전하며 출소를 환영했다.

노동운동가이자 언론인이었던 소묫씨는 2011년 4월30일 군사쿠데타 정권에 의해 체포됐다. 2013년 열린 재판에서 형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무려 11년형을 선고받았다. 소묫씨는 2010년 5월에도 ‘비상사태법’ 위반을 이유로 군대 막사에 3주간이나 구금됐던 적이 있다. 그를 감옥에 가둔 태국 형법 112조는 왕실모독죄(Lese majeste Law)로 불린다. 왕실모독죄는 소위 ‘불경죄’인데 국왕이나 왕비·황태자 등에 대한 모독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최저 3년에서 최고 15년 형에 처할 수 있다.

재판부는 그가 쓴 국왕에 대한 풍자 기사 2건을 문제 삼았는데 기사 한 건당 5년씩, 또 다른 이유로 1년을 더해 11년 형을 선고했다.

소묫씨는 학생운동가로서 1976년 민주화 시위를 비롯해 70년대 태국 민주화 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80년대 노동정보서비스훈련센터를 창립해 제조업과 에너지산업 노조를 대상으로 교육과 조직사업을 벌여 민주노조를 키우려고 애썼다. 특히 한국 노동운동에 깊은 관심을 갖고 90년대부터 한국 노조와 꾸준하게 교류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번안해 ‘연대의 노래’로 만들어 태국에 보급했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 노동문제 연대활동에도 적극 나섰다.

그가 구속되자 유럽과 아시아 각국에서 석방을 위한 활동이 전개됐다. 국제사면위원회는 소묫씨를 양심수로 선정하고 무조건 석방하라고 태국 정부에 압력을 가했다. 한국 노조 간부들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2012년과 2014년 한남동에 있는 태국대사관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과 1인 시위를 통해 그의 석방을 촉구했다.

소묫씨는 전태일노동상도 받았다. 전태일재단은 2016년 그에게 24회 전태일노동상 특별상을 수여했다. 2016년 11월 열린 전태일노동상 시상식에는 감옥에 있는 그를 대신해 딸이 한국을 방문해 특별상을 받았다. 이러한 국제적인 항의 때문이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태국 대법원은 2017년 2월 소묫씨의 형량을 11년에서 7년으로 줄였다.

정작 ‘모독죄’ 당사자였던 푸미콘 국왕은 2016년 12월 사망하고 장남이 왕위를 물려받았다. 태국에는 1932년 입헌군주제가 도입된 이후 2014년 5월까지 모두 19번의 쿠데타가 있었다. 지금의 군부정권이 들어선 지 4년이 지났지만 사실상 계엄상태다. 탁신과 잉락 두 전직 총리는 해외도피 중이고 정치적 반대세력은 크게 약화했다.

지난해 6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대변인이 왕실모독을 범죄로 규정하는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군사정권은 오히려 이를 악용하는 듯하다. 2015년 8월 방콕 군사법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문제 삼아 30년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태국 학생운동가 짜뚜팟('파이'라는 예명을 쓴다)씨도 같은 이유로 실형을 살고 있다. 2016년 12월 BBC에 실린 새 국왕 개인사가 담긴 프로필 기사를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이유다. 2천600여명이 페이스북에 공유했는데 유독 파이씨만 구속됐다. 기사를 공유하면서 기사 일부를 발췌해 덧붙였다는 것이다. 구속 중인 그를 대신해 가족들이 2017년 한국을 방문해 광주인권상을 대신 수상했다. 파이씨 사건은 현재 태국의 정치 상황이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소묫씨는 선거를 통한 태국 민주질서 회복을 역설했다. 오랫동안 석방운동을 한 한국 시민들과 한국 노조에 감사를 표했다. 특히 전태일노동상을 받은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석방과 더불어 방콕에도 민주주의 봄이 오기를 기대한다.

강연배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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