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신 타워크레인 조종사

건설현장 99%가 남성노동자들로 이뤄져 있다. 새벽에 건설현장으로 출근을 하면 여성 건설노동자들은 옷 하나 제대로 갈아입을 곳이 없다. 건설현장에는 여성노동자를 위한 화장실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이동용 간이화장실이 전부다. 문 앞에 ‘여성용’이라고 적혀 있지만 건설현장 노동자들이 대부분 남성노동자라서 남녀 화장실 구분 없이 마구 들락거린다. 타워크레인 조종사 대기실이 있는 현장에서도 딱히 남녀 구분이 없다.

대기실도 탈의실도 없는 현장에서 여성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에게 조종석은 탈의실이고, 대기실이다.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은 보통 아침 7시에 출근해 짧게는 8시간, 길게는 10시간이 넘도록 한 평도 안되는 타워 운전실에서 보내야 한다. 땅에 발을 딛는 순간은 점심시간뿐이다. 이마저도 현장 공정 상황에 따라 내려오지 못하고 조종석에 앉아 김밥이나 짜장면으로 끼니를 때운다.

내가 조종하는 타워크레인 위 운전석은 두 팔을 쭉 펴면 양쪽 벽에 손이 닿을 정도로 비좁다. 사방 1미터가 조금 넘을까. 그런데도 이런 조종실은 큰 편에 속한다. 대부분의 타워크레인 조종석은 조종을 위한 좌석만 간신히 있다. 조종석 내부는 한여름이면 섭씨 40도가 넘어가고, 겨울이면 칼바람이 들이닥칠 정도로 춥다. 여름에는 타워크레인에 올라 땀으로 젖은 옷을 갈아입기도 한다. 3면이 통유리로 만들어진 타워크레인 위에서 옷을 갈아입으려면 조종석 뒤에 쪼그리고 앉아야 한다. 도심 속에 세워진 타워크레인은 옆 건물에서 조종석 내부가 훤히 보일 정도다.

여성 타워크레인 조종사도 인간이기에 생리현상을 해결해야 한다. 대부분의 여성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은 방광염이나 오줌소태 등 배뇨장애를 가지고 있다. 높은 건물에서는 내부가 다 보이는 상황이라 타워크레인 위에서는 아무래도 남성 타워크레인 조종사들보다 생리현장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여성노동자들은 타워크레인에 올라 일하는 동안 수분 섭취를 거의 하지 않는다.

타워크레인 조종석은 지상에서 낮게는 40미터, 높게는 100미터 이상 상공에 위치하고 있다. 그곳은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눈뜨고 있는 시간 중 가장 오래 생활하고 머무는 공간이다. 노동을 하다 잠시 휴식시간을 갖거나 식사를 하기도 한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이 손을 뻗으면 사방이 닿는 좁은 공간에서 이뤄진다.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이곳에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한다고 한다. 지난해 반복된 타워크레인 사고 이후 국토부가 예방대책을 마련한다면서 발표한 많은 내용 중 타워크레인 노동자를 감시하고,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타워크레인 조종석 CCTV 설치도 그 일환 중 하나다.

조종석에 CCTV가 설치된다면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조종석 내부를 CCTV로 촬영하고, 그것을 저장해 검사기관에 제출해야 한다면 그 영상을 대체 몇 명이 돌려보게 된다는 것인가. 내가 조종석 내부에서 일하는 모습과 생활하는 모습을 누군가가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일해야 할지 상상도 하기 싫다.

비좁은 조종석 안에는 CCTV 사각지대란 존재하지 않는다. 조종석에 앉으면 조종 레버는 허벅지 바로 양옆에 위치한다. 아래를 내려다보며 일해야 하는 특성상 항상 허리를 굽히게 된다. 특정 신체부위만이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신체가 CCTV 속에 담기게 된다.

안전사고 예방에는 아무런 해결책도 되지 않는 CCTV 설치를 대책이라고 내놓는 걸 보며 노동자들의 인권은 무시해도 좋다는 것인지 묻지 싶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은 조종사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수없이 지적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타워크레인 위 노동자들의 인권을 없애는 것은 절대로 사고를 예방하는 방법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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