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유연근무제를 띄우고 있고, 일부 단체에서도 필요하다고 하는 데 그 부작용도 만만치가 않을 것 같거든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노동시간 단축이 대세인데 최근 ○○연맹은 노동시간이 줄어 임금감소를 우려하는 노동자가 있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회의의 단골 소재, 기자들이 안고 있는 지긋지긋한 고민이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했다. 아프고 고립됐던 코로나19를 거쳐 폭등하는 물가와 금리를 바라보며 신음한 시민들이 당장의 하루를 버티며 곱씹은 시대정신이다. 더 나은 삶을 향한 의지와 좌절하지 않을 용기다. 넘어지고 실패해도 꺾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운동선수와 우리 주변의 시민들이 그런 정신의 표상이 돼 줬다. 그런데 그
10년도 더 된 일이다.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간장을 사러 집 근처 할인마트에 갔다. 슈퍼에서 사는 것보다 저렴했다. 뿌듯한 마음에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뛰듯 걸었다. 집에 다다를 때쯤 사지 않은 물품이 떠올랐다.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면 슈퍼에서 살 요량으로 집 앞 슈퍼에 들렀다. 역시나 비쌌다. 빈손으로 되돌아 나오자 주인이 나를 불러 세웠다. 비닐봉지 안에 든 간장을 꺼내 보라고 했다. 난생처음 도둑 누명을 썼다.당시 감정은 겪어 보지 못한 사람은 짐작도 어려울 것이다. 결백했지만 ‘결백을 입증하지 못해서 도둑이 되면 어쩌지’
1주간 연장근로시간은 법정근로시간(주 40시간)을 초과한 나머지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보도가 성탄절(25일) 오전 일제히 쏟아졌다. 현재까지 270건이 넘는 보도가 이어지며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재계와 노동계의 상반된 시각에 이어 고용노동부가 발 빠르게 행정해석 변경을 시사하는 등 후폭풍이 상당하다.대법원 계산법이 사실상 ‘크런치 모드’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거세다. ‘하루 연장근로시간 한도’ 입법 미비에 따른 한계 역시 고스란히 드러났다. 반대로 이른바 ‘주 69시간’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추진한 정부는 반색했다.
“센터에 온지도 몰랐어요.”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경기 화성시 쿠팡 동탄물류센터를 방문한 날, 물류센터에서 일하고 있던 노동자는 장관이 왔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노동부에 따르면 이 장관은 “폭염 수준이 가장 강한 오후 2시경 물류센터의 온열질환 예방수칙 이행실태와 근로자들의 건강관리 실태등을 점검”했다. 그런데 정작 수 년 전부터 물류센터 내 냉방장치 설치와 휴게시간 확보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 온 노조는 패싱했다. 이 장관은 동탄물류센터 외에 용인지역의 한 물류센터를 추가로 방문했는데, 그곳에서도 사측이 주선한 관계
“광주글로벌모터스를 방문했습니다. 감동받았습니다. 노조가 없습니다. 620명의 평균 나이 28세, 현장에서 핸드폰은 보관하고 사용할 수 없습니다. 평균임금은 4천만원이 안 됩니다(현대·기아차의 40% 정도)”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일 지역 상생형 일자리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 방문한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쓴 말이다. 사회적 대화기구 수장이 ‘반노조’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낸 글을 공개적으로 올린 터라 빈축을 샀는데, 그의 말은 사실관계도 틀렸다.먼저 노조는 있다. 광주글로벌모터스 노동자는 202
“닿을 일 없이 … 이해할 수 없다.”2016년 KBS에서 방영된 단편드라마 에서 연극 연출가 신파랑이 짧은 인생을 살다 남기고 간 글의 일부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 하루 전 파랑은 살아생전 가까웠던 동료 최현을 찾는다. 최현은 좀체 이해하기 힘든 파랑에게 날 선 말들을 던지는데, 파랑은 묻는다. “이해하기 싫은 것 아니고?”닿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고, 닿으려 노력하지 않으면 영영 닿을 수 없다. 노동현장에서 최근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이 말을 체감한다. 10년 일해도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노동자들이 참다못해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여름휴가 후보지로 거제에 있는 ‘저도’를 떠올린 모양이다. 지난 21일 출근길에 “(대통령들이) 여름휴가 때 저도를 계속 갔다고 하는데 거제도라서, 대우조선 때문에 어떻게 할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는데, 저도에는 ‘청해대’로 불리는 대통령 별장이 있다.하청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여름휴가를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겠다고 한 대통령에게 옥포도 추천하고 싶다. 대우조선이 위치한 경남 거제시 옥포는 구슬 ‘옥’자가 지명에 들어갈 정도로 유려한 해안 포구다. 풍랑을 피하기 좋은 지형이라 예부터 군사요충지로 사용되지 않았더라면 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넣은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과태료나 벌금 같은 과징금은 국가에 귀속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에서 피재근로자와 유족에 이익(배상액)이 귀속됩니다. 근로자가 위험을 적극 회피하도록 요구해야 하는 게 법인데 자칫 근로자가 이익의 유혹에 못 이겨 위험을 감수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됩니다.”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어떻게 안착시킬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온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말이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노동자가 돈의 유혹에 못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14일 0시 기준 58만8천명이 1차 접종을 완료했다. 정부 지침에 따라 병원들은 백신 개봉 5일 이내 전 직원에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밤 근무를 마친 후 접종을 하고 쉬지도 못한 채 또 밤 근무를 하는 간호사들이 피로를 호소하고, 접종 후 통증이 발생해도 진통제를 먹으면서 근무하는 병원 노동자들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심각한 백신 부작용 사례도 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인천의 한 병원에서는 건강했던 56세 간호조무사가 아스트라제네가 백신 접종 직
지난 5월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에서 근무하던 경비노동자 고 최희석씨가 입주민의 폭행과 괴롭힘 끝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저희 아파트 경비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 44만6천434명이 동참함으로써 이 사건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충분히 보여줬다. 지난 8일 이 청원에 청와대가 내놓은 답변은 알맹이가 빠졌다. 윤성원
“나오지 말고 집에 있으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 차원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권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기업체와 관공서에 직원들이 재택근무나 휴가 등을 이용해 집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사업장 대응지침에서 “단체협약·취업규칙에 따른 유급병가 등 규정이 있
정부 구상을 파악하는 데 대통령 신년기자회견만큼 좋은 자리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출입기자들과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하는 유일한 자리다. 문재인 정부 들어 달라진 점은 사전 각본이 없다는 점이다. 사전에 누가 질의를 하고, 어떤 질문을 할지 조율하지 않는다. 기자들이 하고 싶은 질문을 할 수 있는 열린 구조다. 하지만 의도와 상관없이 ‘명암’은 있기 마
최근 눈길을 끄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내년 4월 치러지는 21대 총선에서 보수야당을 심판하겠다는 응답자가 절반을 웃돈다는 내용이다.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7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10일 공개했다.보수야당 심판론(51.8%)이 집권여당 심판론(39.0%)보다 12.8%포인트나 높았다. 사유가 의미심장하다. 보수야당을 심판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중복응답)로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면서 대안 없는 비판에 몰두(54.6%) △민생보다 이념적 문제에 집중(48.4%) △과도한
문재인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해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관련법 개정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 정기국회 통과가 목표라고 했다.ILO 기본협약 8개 가운데 우리나라가 비준하지 않은 것은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87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 협약(98호) △강제노동 협약(29호) △강제노동 철폐 협약(105호)이다. 정부는 105호를 제외한 나머지 3개 협약 비준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런 계획을 밝히면서 주요한 이유 중 하나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민주노총 사이에 험악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갈등의 절정은 지난 12일 홍 원내대표가 취임 6개월을 맞아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다. 그는 “민주노총은 대화해서 뭐가 되는 곳이 아니다”며 “자기들 생각을 100% 강요하려고 한다. 너무 일방적이고 말이 안 통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왜 이런 갈등이 불거졌는지 살펴보자.
2019년 최저임금이 10.9% 오른 8천350원으로 결정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오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이룬다는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결과적으로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노동·시민단체는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 대해 “최저임금 1만원 공약 파기”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문 대통령이 이를 시인하고 사과한 것이다.지난 5월 말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처리하던 상황이 떠오른다. 당시 여당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여당이 이상하다. 소득주도 성장과 사회적 대화, 노동존중 사회라는 국정과제가 흔들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2기 여당 원내사령탑이 바뀐 지 2주 만에 벌어진 일이다. 국회는 28일 오후 본회의에서 매월 1회 이상 지급하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수당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복리후생수당까지 포함하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가 지난 16일 소셜벤처·혁신창업·국토교통·뿌리산업 등 4개 분야에서 2022년까지 4년간 민간일자리 11만개를 만든다고 밝혔다. 공공일자리를 넘어 민간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하니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은 박근혜 정부와 차별성이 보인다. 노동존중을 내세우는 만큼 ‘노동유연화’ 표현이 드러나지 않는다. 뿌
“노사정 대화는 어떻게 하겠대요? 어젠다는요?” “노동시간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에 대한 입장이 나왔나요?”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석방 문제는요?”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이 끝난 뒤 청와대 출입기자인 기자에게 쏟아진 질문이다. 하지만 제대로 대답해 줄 수가 없었다. “열심히 손을 들었지만 선택받지 못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