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눈길을 끄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내년 4월 치러지는 21대 총선에서 보수야당을 심판하겠다는 응답자가 절반을 웃돈다는 내용이다.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7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10일 공개했다.

보수야당 심판론(51.8%)이 집권여당 심판론(39.0%)보다 12.8%포인트나 높았다. 사유가 의미심장하다. 보수야당을 심판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중복응답)로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면서 대안 없는 비판에 몰두(54.6%) △민생보다 이념적 문제에 집중(48.4%) △과도한 막말과 혐오 발언에 실망(37.5%) △최순실 사건과 대통령 탄핵에 대한 무책임(23.3%) 순이다. 이번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대선을 앞둔 총선은 현 정권 중간평가 성격을 띤다. 대개 '심판'이 이슈로 떠오른다. 그럼에도 집권여당이 아닌 보수야당에게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제1 야당 자유한국당의 현주소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국회가 장기 공전을 하고 있다. 장외집회를 마친 자유한국당은 이번엔 민생투어를 한다며 국회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북유럽 순방 전인 지난 7일 여야 대표와 일대일 회동도 성사되지 못했다. 추가경정예산안은 10일로 47일째 표류 중이다.

심각한 것은 끝날 줄 모르는 막말이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9일 논평에서 문 대통령 북유럽 3국 순방과 관련해 “천렵질에 정신 팔린 사람마냥(처럼) 나 홀로 냇가에 몸 담그러 떠난 격”이라고 주장했다. 천렵은 냇가에서 고기잡이하는 일을 의미한다.

세월호 막말로 징계까지 받은 차명진 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달 6일 현충일 추념사를 문제 삼으며 문 대통령을 향해 “빨갱이”라고 언급한 지 사흘 만이다. 이전 5·18 망언과 세월호 막말에 이어 “달창” “김정은이 낫다” “골든타임 3분” 같은 발언은 기억조차 안 날 정도다. 자유한국당 인사들의 막말은 더 센 막말로 덧칠되면서 증폭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수진영 안에서도 경고음이 울린다. 바른미래당은 논평을 내고 “자유한국당의 막말 시리즈는 국민 불신과 조롱만 불러일으킴을 왜 모르는가”라며 “주워 담을 수 없는 막말로 더 이상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고 한 걸음 물러서 자신들을 돌아보는 자숙과 반성이 우선일 것”이라고 질책했다.

여야 간 시비는 국회 들어가서 따져도 된다. 지금 중요한 것은 어려운 경제와 민생 아닐까. 국회 방치와 대안 없는 막말정치에 국민 피로감만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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