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했다. 아프고 고립됐던 코로나19를 거쳐 폭등하는 물가와 금리를 바라보며 신음한 시민들이 당장의 하루를 버티며 곱씹은 시대정신이다. 더 나은 삶을 향한 의지와 좌절하지 않을 용기다. 넘어지고 실패해도 꺾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운동선수와 우리 주변의 시민들이 그런 정신의 표상이 돼 줬다.

그런데 그 꺾이지 않는 마음을 정치인들이 주억대니 다소 황망하다. 개인이 아닌 정치인에게 꺾이지 않는 마음을 주문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어떤 영화에서 권력을 쟁취하겠다는 꺾이지 않는 마음을 발산하며 음험하게 웃던 자도 떠오른다.

정치인에게 중요한 것은 오히려 꺾이는 마음이다. ‘국민만 보고 간다’는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국민의 여론에 귀를 닫고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는 데 여념이 없다. 절반 이상의 시민이 원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기어코 거부한 윤석열 대통령이 그렇다. 그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부러뜨린 법률안이 벌써 몇 개인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도 그렇다. 2021년 제정된 법이 시행 3년이 가깝도록 상시근로자 50명 미만,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건설현장)에 닿지 못하고 있다. 이제 그것을 ‘법이 정한 대로’ 시행하려는 찰나다. 그런데 꺾이지 않는 마음을 지닌 뭇 정치인들이 기어코 법의 적용을 꺾으려 한다.

지난해 12월 이미 닫힌 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여야 협상을 하면서 내놓은 약속의 문이 닫혔는데 1월 임시국회가 열리자마자 불굴의 의지를 지닌 정부와 여당이 기어코 법을 꺾으려 한다. 24일 국회의장이 주재한 원내대표 회동에서 25일 본회의 법안을 논의할 때도 결국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 연장 합의는 불발했다. 그래서 그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전체회의에도 해당 연장안이 오르지 않았다. 그런데도 국회 본회의 내내 국회의장이 자리를 비워 가며 뒷방에서 적용 유예를 또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제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시행이 이틀 남았다. 이 정도면 꺾일 법도 한데, 그놈의 꺾이지 않는 마음을 가진 이들은 2월1일 본회의를 노리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투표에 의해 선출한 자들이 관련법과 합의에 따라 만든 법률이다. 3년의 유예를 뒀고 시민 71%가 적용유예 연장에 반대했다. 이제 꺾일 때도 됐다. 꺾여야 민주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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