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2019년 최저임금이 10.9% 오른 8천350원으로 결정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오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이룬다는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결과적으로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노동·시민단체는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 대해 “최저임금 1만원 공약 파기”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문 대통령이 이를 시인하고 사과한 것이다.

지난 5월 말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처리하던 상황이 떠오른다. 당시 여당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밀어붙이기가 문 대통령의 소득주도 성장과 사회적 대화, 노동존중 공약을 후퇴시킬 것이란 지적이 높았다. 결과적으로 지적은 하나하나 맞아 들어가고 있다.

여당은 왜 산입범위를 확대한 것일까.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당시 “최저임금 1만원을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그는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를 앞두고 있던 5월23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기 위해 산입범위 조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저임금 노동자 임금을 올려 소득을 향상시켜 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저임금법 개정안 통과의 후폭풍은 컸다. 상여금뿐만 아니라 복리후생수당까지 산입범위에 포함시키면서 내년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지 않는 한 저임금 노동자 임금은 오르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잇따랐다. 복리후생수당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이었던 셈이다.

문 대통령이 1년간 공들여 만든 사회적 대화 체제를 일거에 무너뜨렸다. 최저임금위에는 사용자위원 전원과 민주노총 노동자위원이 불참했고, 20년 만에 사회적 대화에 참여했던 민주노총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사회적 대화에 어깃장을 놓더라도 산입범위를 넓히더라도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고 했으니 다음 수순은 뭔가. 최저임금 대폭인상 아닌가. 그런데 여당은 무엇을 했나. 홍영표 원내대표는 16일 최고위원회에서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힘든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급격하게 최저임금을 올릴 수는 없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최저임금 1만원’은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저 “노동계 일부에서는 산입범위 확대를 감안하면 내년 실질 임금인상률이 극히 미미하고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사실이 아니다”고 변명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내년 최저임금이 10% 인상될 경우 임금수준 하위 1~3분위(연소득 2천500만원 이하) 노동자들의 실질인상률은 2.2%에 불과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과라도 했다. 그런데 여당 원내대표는 산입범위 대폭 확대를 주도하고도 최저임금 1만원 공약 무산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 안 했다. 홍영표 원내대표의 말 바꾸기는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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