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여당이 이상하다. 소득주도 성장과 사회적 대화, 노동존중 사회라는 국정과제가 흔들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2기 여당 원내사령탑이 바뀐 지 2주 만에 벌어진 일이다.

국회는 28일 오후 본회의에서 매월 1회 이상 지급하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수당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복리후생수당까지 포함하는 방안은 생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이 요구한 상여금과 복리후생수당 모두를 포함하는 방안을 받아들였다.

문제는 홍영표 원내대표의 역할이다. 직전까지 환노위원장을 맡았던 홍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고용노동소위 회의장을 찾아가 법안 심사·처리를 종용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에게 "이렇게 일할 거면 옷 벗어라. 원내대표직을 걸고서라도 노동부 장관 날리겠다"고 고함을 질렀다.

홍 원내대표는 23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는 “3천만~5천만원을 받는 노동자도 최저임금 대상이 될 수 있는 우리나라 임금체계의 불합리를 개선하기 위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정기상여금을 포함하고 일부 수당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그의 바람대로 됐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25일 환노위, 28일 본회의를 일사천리 통과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이 뭔가. 한국노총이 최저임금위원회를 탈퇴했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 불참을 선언했다. 양대 노총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모처럼 형성된 사회적 대화 분위기가 사라져 버렸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저임금 노동자 절반이 사실상 임금삭감을 겪게 될 것이라는 통계까지 나온다.

문제는 또 있다. 여당의 예상치 못한 대응은 청와대마저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전면적인 복리후생수당까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할 줄은 몰랐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이행을 위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데 홍 원내대표는 한술 더 떴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최저임금 속도조절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늘려 놓고 인상속도까지 조절하겠다는 말인가. 내년 최저임금이 10% 이하로 인상되고 산입범위가 복리후생수당까지 확대되면 최저임금 인상효과가 있기는 한 것일까. 최저임금 논의시한이 넉넉한 상황에서 "최저임금위에서 다시 논의하자"던 노사 3자 합의마저 무시한 더불어민주당에 비판이 쏠리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년간 소득주도 성장과 사회적 대화, 노동존중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힘을 쏟았다. 여당의 최저임금법 개정 밀어붙이기가 문 대통령의 세 가지 공약 모두를 한 걸음 후퇴시킨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재인 정부 성공을 바라는 홍 원내대표가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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