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정리해고 사태가 1년을 넘어 이제 500일 바라보고 있다. 지난 3월말 코오롱노조 최일배 위원장의 자결시도와 구미공장에 대한 압수수색 실시로 노사가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았으나 정리해고자 복직(노)과 금전보상(사)이라는 팽팽한 접전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또다시 ‘생명’을 걸고 투쟁에 돌입한 해고자

코오롱노조는 지난 3월 15만볼트 송전탑 고공농성을 벌였다. 1년 넘게 장기투쟁을 진행하며 안 해본 게 없다는 코오롱노조는 ‘노조’라면 너무나 당연한 ‘사쪽과의 대화’를 위해 목숨을 건 극단적 투쟁을 선택했다. 결국 32일만에 사쪽으로부터 협상에 응하겠다는 대답을 듣고 송전탑에 내려왔다.

그러나 노조는 지난 11일 또다시 15만볼트 송전탑 위로 올라갔다. 회사를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는 데는 성공했으나 매번 똑같은 말만 되풀이되는 협상이 도무지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였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농성 사흘만에 칼을 들고 위협하는 용역경비들에 의해 끌려 내려왔다. 하지만 해고자 49명은 지난 22일부터 무기한 집단 단식<사진>에 돌입했다. 이들은 ‘목숨을 내놓지 않으면 회사는 눈 하나 깜짝이지 않을 것’이라며 또다시 위험하고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사, 2005년 기준 명예퇴직금 지급 ‘최종안’ 던져

코오롱 사쪽은 지난 17일 1주일만에 재개된 11차 교섭에서 해고자들에게 정리해고 시점인 2005년 2월21일 기준으로 ‘명예퇴직금+알파’ 수준으로 금전보상을 ‘최종안’으로 내밀었다.

코오롱노조에 따르면 이는 1인당 1,200만원에서 3,000만원 수준이다. 노조는 회사의 이번 최종안이 “지난 2004년과 2005년에 걸쳐 진행된 희망퇴직자보다 못한 수준”이라며 “차라리 그냥 접고 나가라는 말”이라고 격분하고 있다. 2004년과 2005년 당시에는 희망자에 한해 비정규직으로 재입사 할 수 있는 혜택(?)도 주어졌기 때문이다.

때문에 회사는 500일 가까이 목숨을 건 농성을 벌여 온 해고자들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안을 ‘최종안’이라는 말로 던진 것과 다름없다. 더구나 코오롱노조는 협상 시작 무렵부터 ‘금전보상’이 아닌 해고자 원직복직이 요구임을 분명히 해왔다.

“금전보상으로 해결될 문제였다면 진작에 풀렸지. 해고자 대부분 4, 50대인데 고작 1,200만원 받아서 애들을 어떻게 공부시키냐고? 우리 애들 담 넘어서 도둑질 가르치란 말야?” 코오롱 해고자의 말이다.

“검찰도 금전보상으로 해결을 강요하고 있다”

올 들어 코오롱 사태는 검찰쪽에서 비공식적인 중재가 이뤄지고 있다. 구미공장에 대한 압수수색과 이웅렬 회장 집 농성 등으로 노사가 검찰 앞에 불려가는 일이 잦아지면서 검사의 목소리가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 코오롱노조와 화섬연맹에 따르면 최근 검찰쪽에서 회사의 금전보상안을 노조가 수용하라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화섬연맹 관계자는 “코오롱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느냐보다 ‘하루빨리’ 해결하는 데만 관심이 있는 검찰쪽이 노동자들을 생존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로 밀어넣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렇지 않다면 사상 최초로 ‘부당노동행위’ 관련 압수수색이 2번씩이나 진행됐으면서도 실무자 1인 구속 외에 별다른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기 힘들다는 게 이 관계자의 지적이다.

물론 코오롱의 경영 사정이 호전되고 않다는 점 역시 고려의 대상이기는 하나, 코오롱이 먼저 해고자들이 ‘검토가능한 안’을 놓고 성실하게 교섭에 임해야 하는 게 일을 푸는 순서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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