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은 한국 사회의 중요한 담론이지만 수십 년째 정부와 정치권은 헛발질만 하고 있다. 이젠 이들이 문제를 해결할 진정성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언론도 마찬가지다.언론은 지난 16년 동안(2006~2021년) 280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는데도 합계 출산률이 매년 하락해 “헛돈을 썼다”고 비판해 왔다. 조선일보는 2018년 12월12일 주경철 서울대 교수 칼럼에서 “장려금 지급 등의 설익은 정책에 예산을 낭비하지 말고 긴 안목으로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 칼럼에 ‘고대 스파르타식 저출산 해법은 통하지
냉면은 면을 압착, 분창(크기에 따라 면의 가늘고 굵은 정도를 조절하는 구멍 난 통)으로 뽑아내는 메밀국수에 고명과 육수를 더해 사계절 차게 먹는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음식이다. 냉면은 무미(無味)의 미(味)라는 역설 위에 존재한다. 육수는 맹물처럼 밍밍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맛이란 말인가. 맛의 구체성을 확인하기 어렵고 손수 만들어 먹기도 어렵다. 제분과 반죽 즉시 면을 뽑아야만 메밀의 곡물 향, 수줍고 은은한 단맛이 겨우 코와 입에 닿는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꿩고기를 삶아 내 만드는 최고의 육수라고 하지만 차가운 온도
한국에서 처음 공연하는 음악가는 지구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자신의 팬을 만나는 일에 큰 설렘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한국 팬들과 공연 분위기에 대한 궁금증이 많은데, 우리는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 팬들은 공연과 음악 자체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는 편이라고 말하곤 한다. 실제로 장르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공연을 숨죽여 감상하는 경향이 있고 이 차이의 가장 큰 원인을 주는 것은 특이하게도 술이다.그렇다. 한국 실내 공연장에서 주류를 판매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술뿐 아니라 어떤 종류의 음식물 반입도 불가능하다. 뚜껑
본지 2024년 3월28일자 18면 “특고·플랫폼 노동자도 최저임금 보장해야” 기사에서 김광창 서비스연맹 특고·플랫폼노동특별위원회 위원장 이름을 바로잡습니다.
“그들이 아직도 글을 쓰고 떠벌리는 동안 우리는 야전 병원과 죽어가는 동료들을 보았다. 이들이 국가에 대한 충성이 최고라고 지껄이는 동안 우리는 이미 죽음에 대한 공포가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레마르크 10대 시절 제가 자주 하던 게임이 ‘갤러그’와 ‘엑스리온’입니다. 내용은 단순해서 제가 비행기 조종사가 돼 상대를 많이 때려 부술수록 점수가 올라가는 게임입니다. 그 시절 제가 푹 빠져 읽던 책은 로, 관우가 전투를 끝내고 술 한잔 ‘캬~’ 마시는 게 정말 멋져 보였습니다. 언젠가
지난 14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2022년 총파업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결사의 자유 침해라는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자유위원회 보고서가 공개됐다. 보고서 공개와 함께 고용노동부는 ‘결사의자유위원회 권고안 채택에 대한 정부 입장’이라는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했다. 이후 필자는 언론으로부터 비슷한 질문을 받았는데, 이번 결사의자유위원회 권고에 “우리나라의 ILO 협약 위반을 언급한 내용은 없다”는 정부의 입장이 맞느냐는 것이었다.결사의자유위원회 보고서는 통상 △A. 진정인의 주장 △B. 정부의 답변 △C. 결사의자유위원회의 심의
선거에서 성소수자는 어떤 존재일까. 성소수자도 국민의 한 사람이기에 소중한 한 표의 권리를 가지고 있다. 각양각색의 공보물을 펼쳐놓고 누구에게 한 표를 행사해야 삶이 나아질지 고민하는 것도 다를 바가 없다. 쉴 새 없이 들려오는 총선 뉴스 속에서 눈길을 끌 만한 소식이 있었다. 집회에서 자주 보던 군 인권활동가가 더불어민주연합의 국민추천 비례대표 후보가 됐고, 국민투표에서 1위를 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러나 “동성애자 국회의원 나오나”라는 보수·개신교 신문의 득달같은 보도와 극우 개신교의 강력한 반발이 이어졌고, 당 차원에서 그를 컷
환갑을 훌쩍 넘기신 아버지는 아직도 주 5일 출근을 하신다. 30년을 근속한 회사에서 정년퇴직하시고 이것저것 새롭게 배우시더니, 아예 새로운 일을 시작하셨다. ‘집에만 있는 것보다는 낫다’며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말씀하더니, 지난해 말 기간제 근로계약 갱신 여부가 결정될 즈음에는 긴장을 하셨는지, 되고 나선 ‘합격’했다며 자랑까지 하셨다. 이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내 마음은 솔직히 양가적이다. 그래도 건강하셔서 일을 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고·다·자(고르기도, 다루기도, 자르기도 쉽다)’ ‘임·계·장(임시 계
솔직히 차선을 넘나들며 위험천만하게 달리는 배달기사는 내게 짜증의 대상이었을 뿐 관심의 대상은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배달노동자로부터 상담전화가 왔다. 배달 중 사고가 크게 나서 산업재해 신청을 하고 싶다고 했다. 업무상 사고는 굳이 노무사 도움 없이 신청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재해자는 “그건 알지만, 본인이 신호위반을 하다가 발생한 사고라 힘들 거 같다고 사건을 맡아달라”고 했다.신호위반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신호위반과 같은 중과실은 범죄행위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2항에 따라 원칙적으로 산재로 인정받을 수 없다. 폭우
2023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를 기록했다. 올해는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수준인 0.6명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06년 2조원으로 출발했던 저출산 예산은 2018년 이후 40조원까지 확대됐고, 급기야 지난해는 50조원까지 확대됐다. 일부 인구정책에서 나름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는 프랑스와 독일의 저출산 예산이 국민총생산(GPD)의 4%에 달하니 GDP의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우리나라 예산을 지적하며 증액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문제해결을 위해 중요한 건
1. “정년제도는 해고제도다.” 언제였는지도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여기 칼럼에서 썼던 이 말을 지난 22일 나는 또다시 했다. 일본 아사히신문 기자가 찾아와 사무실에서 임금피크제에 관한 인터뷰를 했다. 일본에서도 정년연장과 연결해서 임금피크제가 논의, 도입돼 왔다고 소개하면서 정년제도에 관한 내가 썼던 칼럼을 읽었다며 기자는 정년제도에 관해서 물었다. 이날 인터뷰에서 ‘정년제도는 해고제도다’라고 몇 번을 말했다.2. 기자는 KB국민은행 퇴직노동자들을 취재했는데, 그들은 회사가 신의를 저버렸다는 데에 분노하더라고 전했다. 기자는 퇴직
행진하는 사람들 목적지가 저 앞인데, 빈틈없는 차벽이 진작에 높아 꽉 막혔다. 아우성이 따라 높았다. 일반도로교통방해는 그 죄가 어찌나 중한 것이었던지, 현행범 체포하라는 지휘관의 명령이 추상같았다. 뒷줄에 늘어선 채증 카메라가 일제히 사선으로 뻗었다. 거기 파란색 깃발보다 많았다. 노조 회계장부 훑듯, 사각 없이 그곳 온갖 사소한 몸짓과 표정까지를
벌써 몇 달째 의대 정원 확대문제로 인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의사들의 이기주의와 정부의 무대책이 공히 비판받는 중이다.우리나라 산업 중에 가장 큰 산업은 무엇일까. 기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의료산업이 가장 큰 산업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10%를 넘어서 200조원 넘는 거대한 시장이다. 그러다 보니 관련 종사자들도 많다. 그중 핵심 역할을 하는 의사들의 소득은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이렇게 된 데에는 건강보험제도가 큰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복지재정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은 국민연금이 아니라 건강보험이다. 2023
유권자와 투표자는 다르다. 2010년대 들어 국회의원 선거에서 투표자 성향은 대개 4:4:1:1이었다. 정당 이름은 변했지만, 지금 기준으로 국민의힘 지지가 4, 더불어민주당 지지 4였다. 여기에 진보정당 지지 1, 부동층 1이 더해져 총합 10을 이뤘다. 국민의힘 지지 4와 민주당 지지 4는 흔들림이 없었는데 반해, 진보정당 지지 1과 부동층 1은 변동이 컸다. 특히 부동층 표심의 향배가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신승과 압승을 갈랐다.4:4:1:1의 흐름은 2020년 총선에서 두드러졌다. 당시 개혁과 진보를 바라는 민심 덕분에 부동층이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지난해 11월 펴낸 ‘중대재해 사고백서 : 2023 아직 위험은 끝나지 않았다’라는 책을 최근 다시 읽었다. 업무 때문에 보기 시작했지만 참 잘 만든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중대재해 원인조사’ 결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전향적이다. 일반에 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깜깜이 보고서’라는 비판을 받아온 정부의 중대재해조사 결과가 전문가들의 손을 거쳐 세련된 형태로 다시 태어났다. 진작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여덟 번째 사연은 정부의 재해조사와 그 보고서에 관한 이
국회의원 선거 투표일이 3주 앞으로 다가온 현재 국내 정치판은 뚜렷한 양극화 속에서 조국혁신당이 제3지대 정당으로 향하던 시선을 모두 사로잡은 것 같은 느낌이다. 조국혁신당은 등장한 직후 파란을 일으키며 급상승했다. 이제 임계치까지 온 것인지, 혹은 더불어민주연합을 압박하면서 더 지지세를 확장할지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다.조국혁신당의 세력 확장은 좀 더 선명한 대정부 투쟁을 원하던 기존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의 이동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그 결과는 녹색정의당이나 개혁신당이 약세를 보이면서 과거 녹색정의당을 지지했던 진보 성향
지난 1월27일부터 5~49명 사업장까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시행됐다. 그나마 중대재해에 가장 취약한 1~4명 사업장은 이번에도 빠졌다. 중대재해로 죽거나 다치는 노동자의 절반이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걸 감안하면 뒤늦은 조치였다.그럼에도 보수언론은 “중소기업 다 죽게 생겼다”거나 “식당·빵집 사장도 처벌받는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동안 보수언론은 사력을 다해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시키려 했다. 5~49명 사업장 확대 시행은 수년을 유예했다가 이번에 겨우 실시하는데도 유예기간 끝날 때만 되
본지 2024년 3월21일자 18면 ‘민주노총 서울본부 이전에 산별노조들 5억8천만원 쾌척’ 제하의 기사에서 산별노조 모금액은 6억1천만원이기에 바로잡습니다.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여러 잡음이 끊이지 않지만 각 정당은 자신들의 정치적 지향을 담아 후보자 공천을 마무리하고 선거운동에 나설 것이다. 그러나 각 정당이 내놓은 22대 총선의 공약 속에서 일터에서 노동자들의 삶을 규정할 노동정책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다.검사 출신의 현 대통령이 독단적이고 폭력적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것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야당의 구호나, 야당이 지역 개발 과정에서 권력형 비리로 얼룩진 대표 보호에만 골몰한다며 여야는 서로를 심판하자고 대립하고 있다. 그 정치적 갈등 사이에 노동정책
한국은행이 지난 5일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바, 돌봄서비스에 이주노동자를 도입하기 위한 근거를 제공하는 보고서인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는 현재 간병과 육아와 관련된 돌봄서비스 부문의 인력난으로 일반 가구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높은 비용부담과 그에 따른 각종 사회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이러한 문제는 향후 고령화에 따라 노인돌봄을 중심으로 심화할 것이라고 예측한다.한국은행이 보고서에서 내놓은 대안은 돌봄서비스 부문의 인력난을 완화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