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신 메타보이스㈜ 이사
▲ 김봉신 메타보이스㈜ 이사

국회의원 선거 투표일이 3주 앞으로 다가온 현재 국내 정치판은 뚜렷한 양극화 속에서 조국혁신당이 제3지대 정당으로 향하던 시선을 모두 사로잡은 것 같은 느낌이다. 조국혁신당은 등장한 직후 파란을 일으키며 급상승했다. 이제 임계치까지 온 것인지, 혹은 더불어민주연합을 압박하면서 더 지지세를 확장할지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다.

조국혁신당의 세력 확장은 좀 더 선명한 대정부 투쟁을 원하던 기존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의 이동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그 결과는 녹색정의당이나 개혁신당이 약세를 보이면서 과거 녹색정의당을 지지했던 진보 성향자도 조국혁신당으로 몰리는 게 아닌가 하는 관측도 있다. 나아가 더불어민주연합을 구성하는 진보당과 새진보연합은 더불어민주연합이라는 연대체의 지지도에 시너지를 주지 못하고 있는데 반해, 조국혁신당은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를 기치로 더불어민주당의 지역구 지지도를 밀어 올리는 상방압력으로 작용해 민주당 계열 정당 전체의 의석수 확대에 기여하는 ‘포지티브 섬(positive sum)’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유력하다.

그런데 관심을 잠깐 ‘정서적 정파 정렬’이라는 양극화 현상에 주목해 보자. 양극화의 극단을 달린다는 미국보다도 더 양극화 현상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한국 정치에서 거대 양당은 저렴한 비용으로 적대적 공생관계를 이어 오는 데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 다극 체제에서 발생하는 상호 관계는 네트워크에서 노드(연결 지점)를 연결하는 관계의 수를 정하는 공식인 n(n-1)/2과 같다. 주요 정당이 4개가 되면 상호 관계는 6개, 한 정당이 다른 정당과의 공방을 벌인다고 하면 최소 3개의 직접적인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네거티브 캠페인만으로 관계를 이어 간다고 해도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포지티브 캠페인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포지티브 캠페인은 그 자체로 네거티브보다 몇 배 더 많은 공력이 들어간다. 지금처럼 양극 체제에서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공생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가성비 높은 방법은 없다.

이런 양극 체제에 파열음을 내면서 혜성처럼 등장한 조국혁신당. 과연 양극 체제를 무너뜨리고 제3정당으로서 정치판을 3분할 수 있을까. 일단 성공한 제3정당의 3대 조건, 즉 ① 유력한 대권 주자, ②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고정 지지자, ③ 새로운 비전·이념에 대입한다면 아직 새로운 비전이나 이념을 제시하는 데는 성공했는지 의문스럽다. ‘검찰 독재 타도’가 새롭지 않아서가 아니라, 양극 체제를 뛰어넘는 새로운 시대정신과 가치는 아직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조국혁신당이 녹색정의당을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은 의아하다. 핵심 시대가치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급박한’ 검찰 독재 타도만으로 다 해결되는 게 아닌데, 선거 한복판에서 기후위기나 성평등·차별철폐와 같은 녹색정의당이 추구해 온 가치는 아직 뚜렷하게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나만 예를 들어 보면, JTBC가 메타보이스에 의뢰해 지난 2월7~9일 무선 가상번호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자. 2천9명(오차범위 ±2.2%포인트)을 조사해 각 연령대를 성별로 나누고, 각 이념 성향을 성별로 나눠서 교차표에 반영했다. 이 조사에서 조국혁신당이 비례대표 투표 의향 정당에서 19%를 얻어 두 자릿수 비례 의석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조사다. 더불어민주연합은 21%, 국민의미래는 32%였다.

이렇게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 조국혁신당의 지지도를 조금 세부적으로 본다면 여성 18~29세 중에서는 더불어민주연합 38%, 국민의미래 5%, 조국혁신당 4%, 녹색정의당 3%다. 여성 30대 중에서는 더불어민주연합 36%, 국민의미래 14%, 조국혁신당·녹색정의당 각각 6%로 나타났다. 조국혁신당의 바람이 전혀 불고 있지 않은 성·연령대다. 남성 진보 성향자 중에서는 더불어민주연합이 25%, 조국혁신당이 41%인데 여성 진보 성향자 중에서는 더불어민주연합이 41%, 조국혁신당이 30%로 양상이 다르다. 조국혁신당의 급부상은 남성 진보 성향자, 남성 50대에서 나타나는 40%대의 지지도에 힘입은 바 크다는 점을 증명한다.
 

 

그럼 이번 총선에서 여성은 어떤 성향인가. 같은 조사에서 남성 진보 성향자 중 윤석열 대통령 국정 수행에 부정 평가하는 비율은 81%였는데, 여성 진보 성향자 중에서는 87%로 나타났다. 지지하는 정당에서 남성 진보 성향자 중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비율이 52%인데 반해 여성 진보 성향자 중에서는 63%로 더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남성 보수 성향자 중 67%가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했는데, 여성 보수 성향자 중에서는 74%가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했다. 이념적 균열이 정당 균열에 미치는 영향이 여성 중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여성 진보 성향자 중에서 더 민주당 쪽 선택이 많고, 여성 보수 성향자 중에서 더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필자는 이렇게 양극화 현상이 여성 중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이유가 바로 여성 유권자들이 느끼는 사회적 박탈감으로 인한 측면이 강하다고 본다. 여성 중에서는 진영 소속감을 더 강하게 느끼게 만드는 사회적 선택압이 있다는 것이다. 여성이 진영에 소속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소외감이 곧 경제적 생존 여건을 악화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사회적 약자의 개인적 인식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새롭게 떠오르는 조국혁신당은 같은 진보·보수 성향 내에서 여성의 지지세는 공통적으로 약하다. 보수 성향자 중에서야 그렇다 치고 진보 성향자 중에서도 여성의 지지세는 더 약하다. 또 조국혁신당의 지지도를 연령대별로 볼 때 4050의 지지도가 눈에 띄지만, 18~29세 중에서의 지지도는 상대적으로 보잘것없다. 청년 세대의 지지를 받고 있지는 못하다는 사실은 여러 조사에서 이미 나타났다.

조국혁신당이 지금까지 존재의 의미로 ‘검찰 개혁’을 외치고 있고, 그에 호응하는 지지자가 많이 분포해 있는 성·연령대가 남성 4050라는 사실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지지자 분포를 볼 때, 과연 ‘녹색정의당을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이 맞을까. 조국혁신당이 최대 과제로 내세우는 ‘검찰 개혁’을 완수하고 나서, 과연 이 사회의 묵은 숙제인 차별철폐·성평등·기후위기 대응에 나서 줄까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 개혁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하더라도 나머지 현안들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중대한 과제라면 최소한 병렬적으로 제시하든지 해야 하는데, 지금은 하나로만 ‘몰빵’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리고 이런 검찰 개혁 일변도 캠페인은 두 가지 관점에서 재해석해야 한다.

첫째는 이 같은 캠페인이 더불어민주당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진보 성향자를 흡수하는 매력 포인트라는 점이고, 둘째는 현 단계에서는 다른 과제를 다루지 않더라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충분한 지지세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지금 같은 정세에서는 조국혁신당에게 제3지대에서라도 다뤄 주길 바랐던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해묵은 과제 해결에 적극적일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최소한 이번 총선에서는 그렇다.

그렇지만 조국혁신당은 아마 더불어민주당의 ‘몰빵론’에 맞서 ‘지민비조’를 ‘비조지민’으로 톤다운한 데 이어 나아가서는 ‘비조’에서 ‘지민’을 떼어 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더불어민주연합이 추구하는 코테일이펙트(후광효과), 즉 더불어민주당 지지세에 업혀 가려는 기조를 나몰라라 할 수는 없는데, 이 과정은 필연적으로 조국혁신당과의 단일전선 연대체 구성에 파열음을 낼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 과정이 이번 총선의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고, 형식적으로는 민주당 계열 3개 정당의 연대와 갈등이겠으나, 내용면에서는 제3지대에서라도 붙잡아 주길 바랐던 시대정신이 증발하고 더 쎈 양극 체제의 등장을 예고하는 오픈게임이 되지 않을까 전망한다. 조국혁신당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가치의 연대를 만드는 데 기여하길 기대해 본다.

메타보이스㈜ 이사 (bongshinkim@naver.com)

*인용한 여론조사의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nesdc.go.kr)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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