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한국은행이 지난 5일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바, 돌봄서비스에 이주노동자를 도입하기 위한 근거를 제공하는 보고서인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는 현재 간병과 육아와 관련된 돌봄서비스 부문의 인력난으로 일반 가구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높은 비용부담과 그에 따른 각종 사회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이러한 문제는 향후 고령화에 따라 노인돌봄을 중심으로 심화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한국은행이 보고서에서 내놓은 대안은 돌봄서비스 부문의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해서 이주노동자를 활용하되 비용부담을 낮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개별가구가 사적 계약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할 경우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므로 수요자의 비용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외국인 고용허가제 대상 업종에 돌봄서비스업을 포함하고 이 업종의 최저임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하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차별적이고 반인권적일 뿐 아니라 원인에 대한 진단과 대책 모두 틀렸다.

간병비가 많이 드는 이유는 정부가 간병을 개인들이 감당하도록 방치해 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5년 사적인 간병비 부담을 해소한다면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실시했다. 그러나 수가를 낮게 책정하는 바람에 정작 서비스가 필요한 중증환자는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또한 간호사 인력 중심으로 수가를 산정하고 있어서 간병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어렵다. 정부가 제대로 제도를 설계하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한다면 간병 인력 부족과 간병비 부담은 해결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은행의 보고서는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고 여전히 개인에게 간병의 책임을 돌리고 있다.

요양보호사 인력부족도 마찬가지다. 복지부의 '요양보호사 인력추계 결과'에 따르면 2027년 기준 요양보호사 필요 인력에 비해 7만5천699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요양보호사 자격증 소지자는 무려 250만명이다. 그런데 이 중 4분의 1 정도만 일을 하고 있는 상태다. 이유는 간단하다. 낮은 임금에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이다. 요양보호사로 일하기 위해서 자격증을 딴 노동자들도 임금은 최저임금을 조금 넘고, 근골격계 질환이 예상되는 고강도 노동을 해야 하니 취업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정부가 요양보호사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면 해결되는 문제인데도 보고서는 이 방안을 회피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이주노동자의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강조한다. 이를 위해 간병인은 개인 간 계약을 유지해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간병인은 지금도 이주노동자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다수 개별 계약이라서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간병비가 많이 들어가는 것은 월 600시간의 살인적 노동시간으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보고서에서 원인으로 지적한 ‘개인들의 간병비 부담’이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주장하는 실질적인 이유는 아니다.

이 보고서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돌봄업종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의결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이 경우 이주노동자만이 아니라 요양보호사 전체가 최저임금에서 제외된다. 요양보호사는 사회보험으로 임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개인에게 부담이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주장하는 이유는 이 보고서에서 밝히고 있듯이 “민간보험 회사 등이 관련 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요양기관을 값싼 이주인력으로 채워서 노인장기요양기관에 진출한 민간보험회사들이 더 많은 이윤을 얻도록 하자는 것이다.

시민들의 사회보험으로 운영되는 공적제도를 민간보험회사들의 이윤창출 도구로 만드려는 주장이 국책은행 보고서에 버젓이 실리는 현실이 경악스럽다. 돌봄에 대한 정부 책임을 회피한 채 돌봄을 시장화해 사적 자본의 이윤창출 도구로 만들고, 돌봄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보다 더 열악한 조건으로 이주노동자들을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이 보고서는 결코 현실화돼서는 안 된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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