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파견노동자 증가는 규제완화의 역사와 일치한다. 파견법은 지난 86년 제정된 뒤로 99년과 2003년 두 차례 큰 변동을 겪었다. 99년에는 파견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포지티브리스트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네거티브리스트로 바꿨다. 2003년에는 그간 금지했던 제조업종까지 파견을 허용했다. 2007년에는 다시 제조업 파견 사용기간을 1년에서 최장 3년으로 늘렸다.
 

등록형 파견노동자 급증

효과는 컸다. 후생노동성이 지난 1월 발표한 파견업 통계에 따르면 99년 100만명 수준이던 파견 노동자는 2002년 200만명을 넘어섰다. 급격하게 증가한 것은 2005년부터다. 2004년보다 30만명 늘어 255만명을 기록하더니 2006년에는 321만명, 2007년에는 381만명으로 뛰었다. 이런 증가세라면 지난해에는 충분히 400만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보인다.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 매출액 모두 2005년부터 폭증하고 있다.

특히 등록형 파견노동자의 증가세는 괄목할 만하다. 등록형 파견은 일이 생길 때만 파견회사와 계약을 맺는 형태다. 2003년 199만명이던 등록형 파견노동자는 2005년부터 상승세를 타더니 2006년에는 234만명, 2007년에는 280만명으로 증가했다. 상용 고용된 파견노동자는 2007년 102만명으로 등록형 파견노동자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그나마 상용형 노동자만 파견하겠다고 신고한 특정노동자파견사업체 소속 노동자는 27만명에 불과했다.

등록형 파견노동자가 급증한 것은 파견노동자들의 처우가 악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등록형 파견노동자를 사용하는 일반노동자파견사업의 2007년 파견노동자 평균 임금은 2006년보다 9.8% 감소, 시간당 1천200엔에도 못 미쳤다. 특정노동자파견사업체 노동자의 임금은 2006년 보다 8.2% 감소해 1천574엔가량이다. 등록형 파견은 51% 정도가 1억엔 이상 매출을 올린 대기업에 속했다. 반면 특정노동자파견사업은 85%가 1억엔 미만 매출 기업에 고용됐다.

파견노동자를 대규모로 고용한 대기업에서 주로 등록형 파견노동자를 사용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2005년부터 파견노동자가 급증한 것은 매우 복합적인 이유 때문이다. 우선 제조업 파견이 허용되면서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제조업체 파견 노동자는 2006년 6월 현재 167만명, 2007년 6월 현재 184만명으로 전체 파견 노동자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위장도급(청부) 문제가 언론을 중심으로 제기되기 시작하면서 반대급부로 파견 쪽이 증가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세키네 슈이치로 파견유니온 서기장은 “99년에 파견이 전면 허용되면서 사내하청도 확대됐는데 2006년을 기점으로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3년 카메라 회사인 니콘에서 일하던 위장청부 노동자의 과로사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당시 위장청부를 했던 니콘은 이 일로 폐업돼 굿윌이라는 파견회사에 흡수됐다는 게 세키네 서기장의 설명이다. 대기업들도 하도급 대신 파견으로 전환하겠다고 공표했다. 급기야 후생노동성은 2006년 적정한 하도급 기준을 체크리스트 형식으로 내놓았다. 지침에 따르면 사용사업주가 직접 지시를 하거나 원청과 하도급회사 직원이 한 라인에 혼재되는 것을 금지했다. 원청에서 하도급회사 책임자에게 지시하는 경우도 위장도급으로 판단했다. 하도급과 파견 사이에 칸막이를 높이 세워 혼용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파견법의 숨겨진 의미

사실 일본에서 86년 파견법이 제정될 때만 해도 이 법은 직업안정법의 노동자 공급사업의 금지에 균열을 일으키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직업안정법의 대원칙은 일을 시키려면 그에 합당한 고용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법 조항에는 다른 사람이 고용한 사람을 자신의 지휘명령 아래 노동시켜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살아 있다. 99년까지만 해도 일본은 유료 직업소개업조차 원칙적으로 금지했던 나라다.

합법적으로 노동자공급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자 규제는 점점 허물어졌다. 처음에는 노동자들이 교섭력 있는 전문 분야에서부터 시작했지만 종국에는 모든 분야에 노동자 공급사업을 허가했다. 동시에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력을 원하는 곳에 사용할 법적 근거를 잃게 됐다.
 
 
<2009년 5월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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