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 비정규직 ‘100만명 해고설’이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지난 2007년 제·개정된 비정규직법을 적용받는 노동자들이 올해 7월에 계약기간 2년이 만료돼 해고될 처지라는 것이다. 사업주들이 직접고용을 회피할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해서다.

파견노동의 경우 한국은 일본모델을 수용했다. 그렇다면 일본은 파견 사용기간 제한을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일본은 2007년 파견법 개정에 따라 올해 3월에 같은 업무를 한 지 3년째 되는 파견노동자를 파견사용회사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이른바 ‘2009년의 문제’라고 불린다. 2006년부터 급격하게 늘어난 제조업 파견노동자들이 여기에 해당될 것으로 여겨졌다.

후생노동성은 지휘명령이 필요한 업무는 직접고용으로, 지휘명령이 필요하지 않는 업무는 청부로 전환할 것을 기업에 ‘조언’했다. 그리고 올해 3월 말에 2006년 강화됐던 청부 구분 기준을 지침을 통해 슬며시 완화했다. 라인에 파견노동자와 사용기업 노동자가 혼재될 경우 위장청부라고 했던 2006년 기준은 ‘반드시 위장청부인 것은 아니다’로 바뀌었다. 간접고용을 유지할 명분을 준 셈이다.

조용히 넘어간 2009년 3월

실제로 3월에 2009년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유야 많겠지만 분명한 것은 후생노동성의 지침 덕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와조에 마코토 수도권청년유니온 서기장의 분석은 이렇다. “3년이 지나도 직접 고용되려면 넘어야 할 장벽은 높습니다.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할 때 업무를 바꿔서 계약합니다. 3년 동안 동일 업무를 할 가능성은 줄어드는 거죠. 파견회사가 아예 피해가려고 하고 사용사업주는 이런 경우를 몰랐다고 잡아뗍니다. 직접고용을 해야 하는데 공동화되기도 합니다.
 
유기고용 제한이 없기 때문에 파견노동자를 3개월 기간공으로 직접고용하는 거죠. 계약이 끝나면 ‘사요나라(안녕)’하는 겁니다.”
지난해 경제 불황을 이유로 파견노동자를 무차별 해고한 것도 ‘2009년 문제’를 조용하게 만든 원인이다. 지난 1일 후생노동성은 3천253개 사업장에서 비정규직 20만7천여명이 해고됐고 그중 63.9%인 13만2천여명이 파견노동자라고 발표한 바 있다. 13만2천명 가운데 12만9천명은 제조업 종사자였다.

정규직 종신고용 신화만 남아

그렇다면 일본의 종신고용체제는 무너진 것일까. 아니다. 정규직의 경우 신화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유명 자동차 메이커인 닛산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2007년보다 무려 2조3천872억엔이나 줄었다. 지난해 3분기에 경영진은 ‘리커버리 플랜’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2만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2천500명에 달하는 파견노동자를 모두 해고해 올해 3월말 현재 제조업 공장에서 파견노동자는 없다. 닛산은 4월부터 9월까지 생산량을 30% 줄일 계획이다. 그런데 닛산자동차 노동자는 고용불안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야스토시 나미키 닛산노련 기획국장은 “정규직 사원들이 전혀 해고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다”며 “닛산은 해외 생산기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모국의 정규직 사원에 대한 해고를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노루 시부야 일본서비스유통노조연합(JSD) 정책국장은 “기업들이 자기 직원이냐, 아니냐에 초점을 둔다”며 “직접고용이라면 기간공이라도 고용을 보장하는 것이 관례”라고 설명했다. 결국, 구조조정 순위는 간접고용된 파견과 용역이 1순위, 기간공 등 비정규직 2순위, 정규직 3순위라는 것이다. 정규직을 중심으로 ‘울타리 치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2009년 5월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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