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일본 왕궁 근처 히비야공원.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린 파견 노동자들이 몰려들었다. ‘해넘이 파견촌’에 입주하려는 인파였다. 대기업 해고가 기숙사 퇴거로 이어지면서 노숙자로 전락한 파견노동자들이다. 1월5일까지 6일 동안 499명의 파견노동자가 ‘입촌’했고 자원봉사자 1천692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규제완화 날개 꺾여

운동의 ‘성공’은 일본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성공이기도 했다. 정부의 불완전한 규제 강화에 대해서도 압력을 넣었다. 파견운동 단체들은 내심 후생노동성이 아키하바라 무차별 살상사건 뒤에 국회에 제출한 파견법 개정안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지난해 9월 정부가 확정해 같은해 11월 국회에 제출한 파견법 개정안은 일용이나 30일 이내로 기간을 정한 파견노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문성이 높아 노동자를 보호할 필요가 없는 18개 업무만 단기파견을 허용키로 했다. 등록형 파견은 파견회사가 정규직으로 고용할 것을 권장하는 내용도 들어갔다.
 
파견노동자를 균등하게 대우하고 임금의 균형을 맞추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처럼 대부분 권고 형태인데다 단기파견만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내용이어서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등록형 파견 규제로 모아졌다. 제1 야당인 민주당은 제조업 파견 금지나 등록형 파견 금지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야당 파견법 단일안 제출

지난 14일 밤, 히비야공원에 다섯 달 만에 다시 1천명가량의 파견노동자가 모였다. 파견촌에 참여했던 단체들이 주축이 됐다. ‘노동자파견법 개정 공동행동’을 목적으로 열린 집회답게 곳곳에 ‘파견법을 발본(완전) 개정하라’, ‘등록형 파견을 금지하라’는 현수막과 구호가 나돌았다.

정치권에 각성을 촉구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가모 모모요 전국유니온 회장은 “제조업 파견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등록형 파견제도 전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파견노동자 해고가 사무직에까지 번지고 있다”며 “해고는 정치의 무책임이자 기업의 범죄”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집회 뒤 히비야공원에서 국회의사당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13일 민주당과 사민당·국민신당·공산당이 단일안을 도출해 내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야당 단일안에는 민주당이 그동안 난색을 표하던 ‘등록형 파견 원칙적 금지’ 조항이 들어갔다. 균등대우 규정을 만들고, 불법파견 때 직접고용의무를 지우는 내용도 들어갔다. 야당 안대로라면 계약기간 제한도 1개월에서 2개월 미만으로 확대될 여지가 커 보인다.
파견운동 단체들은 다음달 3일까지 열리는 임시국회 회기 안에 참의원을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참의원은 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통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의원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7월에 열리는 중의원 선거 뒤에 기회를 봐도 무방하다는 판단이다. 후쿠지마 미즈호 사민당 대표는 “등록형 파견 금지를 야당 단일안으로 냈듯이 야당 공동으로 파견법 개정안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참의원은 야당의원이 더 많기 때문에 참의원을 통해 법안을 성립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2009년 5월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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