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취하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여승무원의 허리를 감싸고 볼에 입을 맞추곤 한다.”

“회식은 공식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 그냥 아무 승무원들이나 데리고 한다. 어떤 때는 열댓명, 어떤 때는 몇 명만 데리고 가기도 한다. 부산에서 숙박열차(서울 숙소에서 자고 승무해야 하는 열차) 승무원이 도착하면 계속 전화해서 ‘술한잔 하자’고 불러낸다. 숙박열차는 잘해야 2명인데 어떤 때는 1명뿐인데도 그런다.”

성추행 사례를 집대성한 경찰서 조서가 아니다. 철도공사로부터 KTX 승무원들의 운영 등을 위탁받은 KTX 관광레저 김아무개 사장이 승무원들에게 저지른 일이라고 한다.


KTX승무지부는 27일 현재 KTX 열차에서 승무업무를 하고 있는 승무원들의 구체적인 증언을 듣고 그 녹취록을 공개했다. 김 사장에 대한 증언은 “사장의 성추행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라는 말로 시작된다. 특히 “회식에 잘 응하면 승진이 되고 거부하면 승진에서 제외된다”는 증언도 나온다. 그리고 “회식자리에서 다른 승무원들이 화장실에 간 사이 남은 A승무원의 엉덩이를 만지는 것을 돌아오던 승무원들이 목격했다”는 신체적인 접촉부터 “회식자리에서 승무원 B씨를 보고 그 테이블로 가서 ‘너희들을 보니 꼴린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성적 폭언까지 망라하고 있다.

한 승무원은 “신입 승무원들이 주로 회식자리에 불려가고 성추행을 당한다. 나이가 어리고 사회경험이 없으니까 당하는 것 같다. 직장 잡기가 힘들기 때문에 그럭저럭 참고 지낸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KTX 승무지부는 “KTX관광레저 사장은 성희롱은 물론이고 성추행을 일상적으로 저지르고 있다”며 “관광레저 승무원 뿐 아니라 철도공사 소속 열차팀장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지부는 “관광레저는 감사원의 청산대상 회사에서 유일하게 살아 남았다”며 “KTX 관광레저로 승무사업권이 넘어간 뒤 열차서비스는 엉망이 됐고 안전업무는 아예 규정에서도 삭제했다”고 지적했다.

지부는 “승무원들은 KTX 관광레저 외주 위탁을 끝까지 거부하고 차별철폐와 직접 고용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며 “이를 가로막는 철도공사와 노동부는 불법파견 재조사와 관련한 로비와 조작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승무지부는 “KTX 관광레저에 소속된 승무원들은 사장의 성희롱 및 성추행에 대해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며 “사건을 엄중하게 조사해 의법 처리해달라”고 여성가족부에 진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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