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KTX 불법파견 재조사 결과 적법도급 판정을 한 것에 대해 여성계는 “노동자를 두 번 죽였다”며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전국여성노조 50여개 여성단체들은 지난달 29일 성명을 내 “노동부장관이 1차 불법파견 조사 결과에 대한 문제제기를 수용해 재조사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했을 때 우리는 잘못된 결과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며 “그러나 노동부가 돌연 법률자문단 전원회의를 취소하고 민변 소속 법률자문위원을 해촉하는 등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이더니 노동부 재조사 결과를 ‘막판 뒤집기’하기 위한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200일이 넘는 투쟁과정에서 나온 살아있는 증언들은 철저히 짓밟혔다”며 “KTX 여승무원과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줄 듯 언론에 화려한 말들만 뿌리던 노동부는 결국 노동자들을 두 번 죽이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철도공사는 KTX 여승무원을 채용, 교육하고 임금을 결정하며 직접 업무지시하고 평가하는 등 인사노무관리의 전반을 담당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다”며 “이러한 현실적 업무관계를 외면한 채 노동부는 철도공사가 불법파견 혐의를 피하기 위해 마련한 형식적 절차에 손을 들어줬다”고 지적했다.

노동부 재조사 결과에서 사업경영상 독립성에서 공사의 주식소유 비율이 높고 철도유통 임원진이 전원 공사 출신인 점 등 ‘사업적 종속성’이 있음을 인정했고 노무지휘에서도 열차팀장 업무와 중복, 상호보완적으로 연계된 업무를 하며 열차팀장이 여승무원의 업무수행을 지시하는 등 ‘작업방식 결정권’이 있음을 확인한 것과 관련, 여성계는 “이러한 결정적 사실과 정황증거에도 ‘본질적 부분이 도급계약으로서 한계를 일탈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은 도대체 얼마나 더 ‘한계를 일탈해야 불법파견’이라는 것이냐”고 따졌다.

이들은 “이번 판정은 KTX 여승무원 문제뿐만 아니라 공공부문 전반에 만연해 있는 차별적 외주위탁 관행을 시정하기는커녕 적법도급의 길을 열어 이를 더욱 부추기는 꼴이 됐다”며 “노동부는 무엇이 진정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인지, 누가 과연 한계를 일탈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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