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는 KTX 불법파견 여부 재조사 결과 ‘적법도급’이라고 최종 결론 내렸다. 그러나 조사결과 불법파견적 요소도 꽤 발견된 것으로 나타나 최종 적법도급이라는 결론에 대해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엄현택<사진> 서울지방노동청은 지난달 29일 오전 과천종합청사 브리핑룸에서 이 같은 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엄 청장은 “불법파견 여부는 인사결정권, 업무지시·감독권 등 인사상 독립성과 소요자금 조달지급책임, 법률상 사업주로서의 책임 등 사업경영상 독립성 여부를 종합적으로 조사·판단해야 한다”며 “조사결과 인사노무관리상 독립성과 경영상의 독립성이 일부 침해된 측면이 있지만 철도유통이 노무관리상 독립성과 경영상 독립성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측면도 상당수 있다”고 밝혔다.

“KTX 불법파견적 요소 발견”

서울노동청은 불법파견적 요소, 즉 인사노무와 경영상 독립성 침해에 대해 대표적으로 철도공사가 KTX 여승무원 업무수행방식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도급 초기 여승무원 출·종무신고를 철도공사가 시행한 점을 들었다. 또한 철도공사 열차팀장의 여승무원에 대한 업무확인 과정이 업무지시로 받아들여지기 쉬웠고, 일부직원에 의한 업무지시도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게다가 철도공사 주식소유비율이 높고 철도유통 임원이 초창기엔 모두 철도공사 출신인 점도 지적했다..

반면 적법도급적 요소, 즉 인사노무와 경영상 독립성을 갖고 있는 점에 대해 철도유통이 철도공사의 ‘열차운용계획표’에 따라 승무원 교번표를 편성·배치했고 여승무원 출·종무 신고를 받고 승무적합성 검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철도공사가 여승무원 업무수행상태를 확인하고 작성한 ‘시정요구서’를 통보하면 철도유통이 여승무원에게 출무정지·경고 등 징계조치를 직접 취했다고 밝혔다. 특히 열차팀장과 여승무원 업무가 상호보완적으로 연계돼 있지만 양자간 업무는 구분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열차팀장의 주된 업무는 안전업무와 열차운행 업무이며, 여승무원의 주된 업무는 고객서비스 업무이므로 구별 가능하다는 것. 특히 일본도 승무서비스 업무를 외주화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엄 청장은 “이 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철도공사와 유통간 체결·시행중인 승객서비스에 대한 위탁계약은 그 본질적 부분이 도급계약으로서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볼 수 없다”며 “철도공사 및 철도유통이 파견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정부가 스스로 적법도급 길 열어”

그러나 이번 재조사 결론은 불법파견적 요소를 발견했음에도 적법도급적 요소가 더 많아 전체적인 결론에서 합법도급으로 결론을 지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엄현택 청장도 “위탁계약 자체가 100% 적법도급은 아니”라며 “다만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합법도급에 문제가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노동청의 법률자문 결과, 위탁협약서가 부분적으로 파견법적 요소를 갖고 있다는 의견도 꽤 있었다고 엄 청장은 밝혔다. 하지만 도급계약 본질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법률적인 논란의 여지가 많아 보인다. 재조사 결과는 우선 노동부가 98년 파견법 도입 당시 내놓은 파견과 도급의 구별기준을 제시한 ‘노동부 고시 제98-32호’에 명백히 어긋난다는 공통된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노동부 고시는 “인사노무·사업상 독립성 중 어느 하나라도 결여된 경우 파견사업으로 인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근거로 하면 KTX 사건은 불법파견적 요소가 꽤 발견됐기 때문에 불법파견에 해당돼야 마땅하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노동부가 자기들이 만든 고시를 스스로 위반한 것”이라며 “지난 조사과정에서 열차팀장이 지휘·지시·감독을 하고 총괄하는 구조가 명백했고 철도공사의 매뉴얼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결과가 뒤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간에 결론이 뒤바꾼 과정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며 “재조사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등으로 고소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철희 공인노무사(참터)는 “이번 결론은 파견적 요소가 포함돼도 도급을 허용하는 것”이라며 “이는 파견노동자에게 어떠한 보호법안도 만들어질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노동부가 방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문일답> 엄현택 서울지방노동청장
“100% 적법 아니지만 종합적으로 문제 없다”
- 불법파견 요소가 발견됐는데도 적법도급이란 의미는 무엇인가.
“인사노무 독립성은 일부 침해 측면이 있지만 사업상 독립성은 대부분 갖고 있었다. 위탁계약 자체가 100% 적법도급은 아니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 판단시 노동부 법원과 검찰의 기준도 고려했나.
“노동부 고시와 지침을 중심으로 판단했다. 법원 판례 경향과 검찰 입장은 평상시 알고 있는 정도였다.”


- 발표시기는 왜 늦어졌나.
“진정인과 피진정인 조사에 85시간이 걸렸다. 조사가 너무 방대해서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


- 민변 출신 자문변호사 위촉을 취소했는데.
“민변에 1명 추천을 요청했는데 추천변호사가 KTX 직접고용 서명에 동참했다는 사실을 법률자문회의 2~3일 전 알았다. 한쪽 편을 들어주는 이를 자문변호사로 두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 보고서 작성자가 바뀌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조사자는 바뀌지 않았다. 서울노동청 노사지원과장과 근로감독과 3명과 제가 논의했고 이 선에서 보고서가 최종 작성됐다.”


- 철도공사로부터 로비 문서를 받았나.
“우린 아무 것도 받은 게 없다.”


- 중간에 불법파견 소문이 돌다가 철도공사의 로비 뒤 입장이 바뀌었다는 소문이 있었다.
“객관성, 중립성으로 임하겠다고 했다. 가장 고민스러웠던 게 승무업무를 분리 도급하는 게 가능한가라는 점이었다. 법률자문을 받아보니 승객서비스 업무를 도급으로 주는 게 문제는 아니란 결론을 얻었다.”


- 지난해 결과와 비교하면.
“진정인쪽에서 지난해보다 많은 증거자료와 서류를 제출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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