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호흡기에 의지하며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는 하중근씨의 생명처럼 포항지역도 노정간 충돌양상을 보이며 풍전등화 상태다.

‘포스코 사태’ 일주일째를 맞고 있는 19일, 민주노총은 포항 공설운동장에서 집회를 개최하려 했으나 경찰의 ‘원천봉쇄’ 방침에 따라 장소를 변경, 포항시 죽도동 5호광장에서 ‘영남권 노동자대회’를 진행한 뒤, 포스코 본사가 위치한 형산강 로타리 방향으로 행진을 진행하던 중 경찰과 크게 충돌했다.


이날 대회에는 울산건설플랜트노조, 전남동부경남서부건설노조, 포항건설노조 등 플랜트노조 조합원들과 금속노조, 화물연대 등 4천여명의 노동자들이 참여했으며, 참가자들은 포스코본사 진입을 시도, 쇠파이프로 무장해 이들의 행진을 가로막는 경찰과 크게 충돌했다.

경찰은 쇠파이프를 들고 격렬히 저항하는 대회 참가자들에게 물대포와 소화기를 뿌리고 이들의 행진을 가로막았으며, 노동자들은 오후6시 넘어 집회를 마무리하고 해산했다.

◇ 포항은 준전시? =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3시 경북본부 등 5개 지역본부 주최로 ‘건설노동자 투쟁 승리와 경찰 폭력 규탄 민주노총 영남노동자결의대회’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대회 시작 전부터 경찰이 포항지역 곳곳의 도로에서 검문검색을 강화해 대회 참가자들의 진입을 무산시켰다.

이날 오전 버스 32대에 나눠 타고 포항으로 이동 중이던 여수건설노조 조합원 1,500여명은 경찰이 여수시 율촌면 상봉삼거리에서부터 차량 진행을 가로막아 집회 참여가 무산됐다. 또 이날 지역총파업을 예정했던 울산본부 역시 현대차노조를 비롯해 500여명의 조합원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포항으로 이동 중 동해안 7번 국도에서 경찰에 가로막혀 오후 4시께 울산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이뿐 아니라 경찰은 이날 포항지역 곳곳의 도로에서 차량 검문검색을 강화해 이날 대회 자체를 무산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 하중근씨 사실상 ‘뇌사’ = 두차례의 뇌수술 이후에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은 하중근씨가 사실상 뇌사 상태에 빠졌다. 김진욱 포항 동국대병원 담당의사는 “하중근씨는 사실상 뇌사 상태로 봐야 한다”고 밝혔으며 병원 관계자들 역시 “뇌사판정을 받기 위한 조건을 모두 충족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회복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하씨는 자발적 호흡이 불가능해 산소호흡기를 통해 인공호흡을 하고 있다.

◇ 해결 실마리는 ‘깜깜’ = 포항건설노조 파업 19일째, 포스코 점거농성 일주일을 넘어서는 현재까지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 18일 정부의 ‘불법필법’ 방침에 대해 노동계가 거세게 반발하면서 노정간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지경 포항건설노조 위원장은 포스코가 직접 교섭에 나오면 자진해산 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고 있지만 포스코쪽은 일절 함구하고 있다. 정부 역시 자진해산 후 교섭을 주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노동계는 물리력을 동원한 투쟁을 통해서라도 이번 투쟁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겠다고 밝히고 있어 22일 예정된 민주노총의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또 한번의 거센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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