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범사회적 대화복원에는 합의했지만 정작 발등에 떨어진 불은 끄지 못했다. 노동부 또한 총리의 유연한 약속에도 기존 입장만을 고수해 대화복원에 대한 가능성을 축소시켰다.

27일 이해찬 국무총리와 김대환 노동부 장관,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의 회동은 3개월 동안 대화가 없었던 노정간 만남이 이뤄졌으며 다소 진전된 내용도 없진 않지만 결론적으로 구체적인 합의는 없이 끝난 모양새다.

이들은 오후 9시30분께 대표자들의 회동이 끝났음에도 오후 11시까지 논란만 거듭하다 합의문도 작성치 못했으며 기자회견 또한 총리실과 노동계가 각각 따로 진행했다.<사진> 그러나 이들 모두는 총리 주재 회동에서 비롯된 대화복원을 위한 실마리의 끈을 잡고 놓지 않고 있다.


노동계는 이날 이 총리가 제안한 가칭 ‘사회통합위원회’를 통해 사회 양극화와 저출산 등 범사회적인 의제를 논의하기 위한 모임에 참석하기로 동의했다. 그러나 정작 노동계 현안인 비정규직 법안과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에 대한 별다른 해결책은 마련치 못했다.

특히 노동계가 핵심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노동부 장관 퇴진에 대해서는 “선진화 방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정(노동부)간의 대화를 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이 총리의 답변을 들어야 했다. 노정대화 복원을 위한 총리 주재 하의 지속적인 회의 또한 약속받지 못했다.

물론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서는 노동계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정부를 제외한 노사간 합의를 통한 해결 방안이 총리에 의해 약속됐다. 남영주 총리 민정수석은 “비정규직 법안과 관련해서는 노동계가 노사간 협의를 통한 해결을 요구했고 정부의 손을 떠난 만큼 노사간의 대화를 존중해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정부는 지원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대환 장관은 노사간 의견을 수렴만 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해 노사간 합의를 수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노동계와 또다시 대립각을 세웠다. 노동계 또한 김대환 장관과의 대화 거부 입장은 회의가 끝난 후에도 변치 않았음을 재차 확인했다.

이와 관련 이용범 한국노총 기획조정실장은 “이같은 총리의 말이 정부 내에서 제대로 조율된 것인지 아닌지조차 모르겠다”며 오히려 기자들에게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노사간 대화를 수용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부에게 확인해 볼 것”을 요청키도 했다.

그럼에도 정부와 노동계는 이 총리 주재 회동으로 싹튼 대화 기운에 대해서는 섣불리 놓지 않는 모양새를 취했다.

남 총리 민정수석은 “애초의 총리가 만든 자리의 취지가 대화복원을 위한 구체적인 합의를 하겠다는 것이 아닌 계기를 마련한다는 것이었다”며 “노정간 대화의 틀을 만들기 위해 서로가 좀 더 논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수봉 민주노총 홍보실장은 “오늘 회동에서 합의된 내용은 없으며 서로 이견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자리였다”고 평가하면서도 “그럼에도 노정간 대화를 복원하기 위한 시도라는 의미가 있으며 그 구체적인 틀에 대해선 좀 더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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