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와 정부가 3개월 여만에 만난 자리에서 뚜렷한 합의물을 도출하지 못했다. 다만 이후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했으며 비정규법안에 대한 노사간 대화틀, 사회적 의제를 다룰 전 사회계층의 대화틀 구성에는 의견접근을 이뤘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이해찬 국무총리,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27일 오후 7시부터 9시25분까지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회동을 열었다.<사진>


양대노총과 국무총리실은 회동이 끝난 뒤, 차례로 브리핑을 열어 “이후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추가적인 회동 계획은 잡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비정규법안과 관련해 노사간의 대화를 존중해 국회에서 심의, 처리하고 정부는 이를 지원한다”는 데 의견접근을 이뤘다고 밝혔다.

또 이날 국무총리는 노동계를 포함한 각계각층의 의견수렴을 통해 양극화 문제를 포함한 사회적 의제를 다룰 ‘사회통합위원회(가칭)’의 구성을 제안했으며, 이에 노동계도 동의했다고 양대노총과 국무총리실은 밝혔다. 하지만 비정규법안 및 사회적 의제를 위한 구체적 대화틀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노사관계선진화 방안과 관련해, “노동부가  노사간 대화의 자리를 만들어 논의할 것”을 국무총리가 제안했지만, 노동계가 이를 거부했다.

양대노총 관계자들은 “국무총리실에 로드맵과 관련해 새로운 노사정 대화틀을 제안했지만 장관 퇴진문제와 연관되고, 당사자간(노사간) 충분한 대화를 통해 정리돼야 하기 때문에 대화틀에 대해서는 의견접근을 이루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동 결과에 대해 국무총리실은 “세부적인 사안에 합의를 이끌어 내고자 한 자리는 아니었고 대화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던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수봉 민주노총 대변인은 “상호간 이견을 확인하고 앞으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며 “오늘 회동에서 합의된 것은 하나도 없고 대화틀은 추후에 논의해 봐야 할 것”이라며 회동 의미를 설명했다.

이용범 한국노총 기획조정본부장은 “비정규법안 노사간 대화틀 마련과 정부의 지원이라는 의견접근은 국무총리만 동의했을 뿐 정부내에서 조율이 됐는지는 확인해봐야 할 것”이라며 노동계와 총리간의 의견접근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명호 민주노총 기획실장은 “비정규법안 대화틀과 사회적 의제를 대화틀 구성에 대해 총리실과 노동계가 의견 접근을 이룬 것이고, 노사관계 로드맵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논의가 불충분했다는 점만 서로 공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회동 뒤에도 1시간30분동안 합의문 진통

○…이날 양노총 위원장들은 촬영을 위해 김대환 장관과 포즈를 취하는 것을 한사코 거부했다.


회의실로 입장하기 직전 취재진이 회동주체들에게 가까이에서 포즈를 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용득 위원장과 이수호 위원장은 “그냥 들어가자”며 강하게 거절했다.


이는 김장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며, 전날 양노총은 “3자 회동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일체의 사진촬영을 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정리한 바 있다.


○…회의실에 들어선 뒤 이수호 위원장은 노동현안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의지 등이 부족했음을 시사하는 말을 던졌다.


이총리는 자신이 교육부총리 시절 전교조에 있었던 이수호 위원장에게 “보기가 힘들다. 오랜만이다”라고 말을 건넸으며,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거리상으로는 그리 멀지 않지만 이상하게 멀게 느껴졌다”며 현 정부 노동정책에 대한 불만과 정부의 대화노력 부족을 에둘러 지적했다.


○…회동주체들은 공식 회동이 끝나고 한시간여 뒤에 브리핑을 시작하는 등 의견 접근 내용 정리를 놓고 진통을 겪었다. 밤 9시25분 경 회동이 끝난 것으로 전해진 뒤, 국무총리실 및 양대노총 실무관계자들은 30분 뒤에야 총리공관에서 나왔다. 이어 브리핑이 열린 정부청사에 도착한 뒤에도 30여분간 총리실-양노총간 논의를 진행한 뒤 예정보다 1시간 가량 늦어진 11시경에야 브리핑이 시작됐다.


회동이 끝난 뒤에도 1시간여동안 진통을 겪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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