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석상에서 양대노총 위원장과 김대환 노동부장관이 거의 6개월만에 만난다. 지난 4월5일 노사정 대표자회의 때 회동했던 이들은 6월 한국노총 김태환 충주지부장 사망 사건 등으로 양대노총이 ‘장관 퇴진’ 요구를 걸면서 단 한 차례도 공식적으로 만나지 않았다.

이해찬 국무총리가 주선한 이 회동은 27일로 예정돼 있다. 저녁식사를 겸한 이 자리는 “경색된 노정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총리나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고 했던 노동계 요구를 받아들여 이해찬 총리가 마련했다. 양대노총 입장에서는 ‘퇴진’의 대상인 노동장관을 만난다기보다 총리를 만나는 자리에 장관이 배석하는 그림이 되는 셈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25일 “(비정규법, 로드맵 등) 현안 문제에 대한 처리방안을 논의하기보다 왜 주무장관과는 얘기가 안 된다고 하는지, 그간의 상황에 대해 노동계 의견을 충분히 듣고 앞으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자는 정부 입장을 전달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총리실의 이같은 제안을 양대 노총은 모두 수락했다. 양대노총은 “국정 전반을 책임지는 총리를 만나러 가는데 노동장관이 나온다고 해서 못 나갈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27일 회동에 앞서 양대노총의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은 25일 오후 모임을 갖고 총리 만남 때 노동계 요구를 어떻게 전달할지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모임 전에 이석행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비정규법안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을, 로드맵 일방처리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이런 문제들을 놓고 공개토론을 하자고 제안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관심의 초점은 이날 회동으로 경색된 노정관계가 ‘대화’ 국면으로 이동할지 여부다. 노동계가 노동장관 퇴진을 내걸고 대화를 단절했던 게 궁극적으로 ‘정부 노동정책 변화’를 꾀해내기 위함이었던 만큼, 총리와 만남에서 이 ‘변화’를 감지할 만한 카드가 나올지가 열쇠인 셈이다. 관건은 여당조차도 “노사정 합의 없이 우리가 주도해서 처리하진 않겠다”고 공언한 비정규법과 로드맵 처리 방향인데, 이 자리에서 묘안이 도출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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