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50명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면서 고용노동부의 지원책도 구체화하고 있다. 노동부는 29일 상시근로자 5~49명 사업장이 자체 안전진단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산업안전 대진단’ 내용을 공개하고 중소업체의 안전장비 구입 바우처 지원과 공동안전관리자 지원 등 주요과제를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안전 대진단과 공동안전관리자 지원의 경우 정부가 처음 시도하는 정책인데, 전문가들은 실효성을 의심하고 있다.

산업안전 대진단 설문 뒤 정부지원
“내용 추상적, 안전보건진단 어려워”

이성희 차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중대재해 취약분야 지원 추진단’ 1차 회의를 열고 이런 계획을 밝혔다. 추진단은 50명 미만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총괄·조정·구체화하기 위해 이달 만들었다. 이날 회의는 단장을 맡은 노동부 차관과 관계부처 담당자들이 참석했다.

산업안전 대진단은 10개의 설문문항으로 기업들이 자체 안전상황을 진단할 수 있게 만든 시스템이다. 온·오프라인으로 가능하다. 기업쪽이 사업장의 업종, 규모, 자가진단 당사자의 직책, 작업장과 근로환경의 위험도, 안전·보건을 위한 예산 마련·사용 정도 등 10가지 질문에 5점 척도로 답하면 이를 종합해 안전진단 결과를 보여준다.

진단을 마치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에 필요한 동영상·책자 등이 소개된다. 산업재해예방시설 융자 지원과 같은 정부지원을 원하는 사업주가 사업자 등록번호·사업장명·연락처 등을 입력하면, 산업안전 대진단 상담 지원센터에서 사업주를 유선·방문 상담한다.

자체적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어려운 작은사업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설문내용이 추상적이어서 정확한 안전보건 진단이 가능할지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유성규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는 “설문 자체가 불친절하다”며 “50명 미만 사업장의 경우 안전보건관리 전문성을 갖춘 담당자가 없는데, 얼마나 위험하다고 생각하냐고 물으면 제대로 된 답을 할 수 있겠냐”며 “위험도를 판단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유 노무사는 “사업장의 자발성에 기대다 보니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공동안전관리자 권한 불명확
“권한 명문화하고 예산 대폭 지원해야”

정부가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공동안전관리자 지원 사업도 인상적인 효과를 내긴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 사업은 주변 동종·유사 50명 미만 기업들이 안전보건전문가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제도다.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안전보건전문가 채용이 어려운 중소규모 사업장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지역·업종별 협회나 사업주단체가 공동안전관리자를 채용하고, 복수의 기업들의 안전관리 컨설팅을 맡는 형식이다. 이때 공동안전관리자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자격요건을 갖춰야 하는 안전관리자·보건관리자와는 구분된다. 노동부는 법적 자격을 갖추지 않아도 관련 업종·직무경험이 있으면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공동안전보건관리자 600명 채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1명당 250만원을 정부가 지원한다. 다음달 중 구체적 지원자격을 포함한 양식을 확정해 채용공고가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제도적 보완을 주문하고 있다. 가령 산업안전보건법 20조는 안전관리자·안전보건관리담당자 등이 사업주,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및 관리감독자에 안전 또는 보건에 관한 기술적인 사항을 지도·조언하는 경우 이에 상응하는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법상 규정돼 있지 않은 공동안전관리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다.

유성규 노무사는 “공동안전관리자가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권한이 불명확하다”며 “권한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노무사는 이어 “공동안전보건관리자가 사업장에 가서 현장을 바꿀 수 있게끔 예산을 대폭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안전공학)는 “사업주 책임하에 안전보건 업무를 하도록 해야 한다”며 “안전보건관리자 제도는 안전과 생산 사이를 분절하도록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외부에 안전보건 업무를 맡기면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 수준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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